체육계, 폭행-비리 관행 근절대책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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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 폭행-비리 관행 근절대책 세워라
  • 편집부
  • 승인 2012.10.22 00:00
  • 수정 2013-01-21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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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런던 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한 보치아 대표팀 코치의 선수 폭행 및 금품갈취 의혹이 그동안 속으로 곪았던 체육계의 환부를 헤집은 꼴이 됐다. 피해선수의 고발에 따라 검찰이 별도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사건을 자체 조사한 결과 해당 코치의 혐의 일부를 사실로 확인하고 징계 권한을 가맹단체인 대한장애인보치아연맹에 넘김으로써 연맹이 해당 코치에 대해 영구 자격정지를 결정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장애인체육선수 인권침해 전반에 대해 직권조사할 모양이다. 이와 함께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장애인체육인 권익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권익을 침해당한 장애인체육선수가 부당함을 알리기 쉽도록 ‘선수권익보호위원회(가칭)’를 설치한다는 후속대책을 내놨다. 사후약방문식의 이런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장애인선수 개인의 피해배상이나 가해자의 징계조치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체육계의 고질적인 후진성의 단면을 보여주는 한 사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학기초만 되면 체대에서 선배들이 기강을 잡는다는 이유로 후배들에게 얼차려와 각목구타를 일삼고 각종 시합경기장에서 관중들이 보는 앞에서 감독이 선수들을 발로 차고 뺨을 때리는 등의 악습이 관행처럼 답습되던 시절을 살아왔다. 이런 부끄러운 폐습이 아직도 자행된다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권위가 전면 직권조사하겠다고 나선 배경에서 보듯이 이번 사건의 피해 선수가 오래 전부터 폭행을 당하고도 이를 문제 삼지 못했던 것은 출전선수 선발 시스템 등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또한 피해선수가 중증장애인이자, 출전선수의 컨디션에 좌지우지되는 대회기간 중에 폭행이 있었던 것으로 볼 때 감독이나 코치의 장애인선수 폭행이 상습적이고 관행화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것도 당연하다 하겠다.

특히 이번 사건에 대해 진상조사 결과 일부 혐의가 사실로 밝혀졌음에도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취한 어정쩡한 태도는 이해하기 힘들다. 철저한 조사와 강력한 징계를 하겠다던 장애인체육회가 ‘가맹단체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고, 절차를 무시한 결정은 효력이 없다는 변호사 법리해석’을 이유로 처벌을 미루고 가맹단체에 떠넘긴 무책임한 처사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수장이 업무상 횡령, 주민투표법 위반, 직원 폭행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마당에 할 말이 있겠는가마는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떨치기는 어렵게 됐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올해 5월에도 직위를 이용해 계약직 직원을 수차례나 성희롱한 사건으로 부장이 해임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사건은 대한장애인체육회 실상의 한 단면이자 우리나라 장애인체육의 난맥상일지도 모른다.

국민체육진흥법은 ‘체육이란 운동경기·야외 운동 등 신체 활동을 통하여 건전한 신체와 정신을 기르고 여가를 선용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건전한 신체와 건전한 정신을 길러야 할 체육이 오히려 신체를 해하고 정신을 피폐하게 한다면 이는 체육이라 할 수 없다. 체육을 그릇되게 악용하는 자를 어찌 ‘체육인’, ‘체육지도자’라 할 수 있겠는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증진하며 평화로운 사회를 지향하는 올림픽에서 조차 폭행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꿀밤’도 ‘사랑의 매’도 아닌 범죄행위이다. 이 기회에 장애인체육회의 운용시스템 전면 손질과 함께 관계부처와 관련단체의 재발 방지를 위한 철저한 제도 개선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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