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야, 오늘도 웃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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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야, 오늘도 웃어라!”
  • 편집부
  • 승인 2011.01.27 00:00
  • 수정 2013-01-25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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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 인천시 서구 석남동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혜인주간보호센터에서 예지(17)와 예지의 어머니인 김미영 씨를 만났다. 예지는 조그만 화분을 앞에 두고 마냥 기분이 좋아 웃고 있었는데, 이런 날이 흔치 않다고 했다.

“우리 예지는 선천적으로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장애를 갖고 태어났어요. 4살 때만 해도 각막 수술만 잘 된다면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고 4번의 수술을 했었어요. 하지만 수술은 잘 되지 않았고 오히려 예지의 행동을 바로잡을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어요.”

미영 씨는 예지가 학교를 들어가는 것도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청각과 시각장애인 특수학교를 오갔지만 번번이 거절을 당하기 일쑤였고 그렇게 학교 입학을 3년이나 보류시키게 됐다고.

“2005년이었을 거예요. 방송국과 연결이 되면서 예지가 SBS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어요. 방송에 나가게 되면 전맹-전농을 가진 또 다른 분들을 만날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도 했었는데, 아직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다들 생활이 힘드셔서 드러내지 않으시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어느 전문가의 이야기로는 우리나라에 학생만 30명 정도 있다고 들었거든요.”

예지는 지금 인천혜광학교 6학년이며, 학교에서는 주로 생활훈련을 하고 있다. 왜 움직여야 하고, 왜 이 행동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할 수밖에 없는 예지의 욕구 표현은 소리를 지르고 투정을 부리는 것이라고.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다보니 예지로서는 그것이 최선의 방법인 것이다.

“사춘기가 되고 요구는 많아지는데, 표현할 방법은 없다보니 예지도 답답한 거죠. 또 요즘은 예지 몸이 많이 좋지 않아서 밤과 낮이 바뀌고 잠을 거의 못자요. 평소에도 그랬지만 최근에는 더 힘들어 해요.”

미영 씨는 예지와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상담을 받고 조언을 얻어 보고 일기도 꾸준히 써봤지만 쉽지 않다고 했다. 뭔가 받아들이고 반응을 보이는 것이 보이면 교육이 가능하겠지만 현재로선 생활교육 훈련이라도 잘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예지와 같은 중복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각기 다른 장애를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에 담임선생님이 더욱 가르치시기도 힘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보조교사가 전문적인 지식을 겸비한 분들이 많이 교육현장에 투입되기를 희망합니다. 욕심을 내자면 1대 1 전문교육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미영 씨는 전문적인 도움을 얻고자 해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전농과 전맹을 동시에 공부하신 분이 적으며, 좀 더 일찍 조기교육을 했었더라면 예지가 더 나아졌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도 있다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꼬집어버리는 바람에 예지와 만난 선생님들 중 꼬집히지 않은 분이 없을 정도예요. 힘든 일인 걸 뻔히 알면서 선생님들께 예지를 맡겨서 죄송스럽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합니다.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미영 씨는 요즘 기분 폭이 크고 자해가 심해 예지가 늘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오늘처럼 친구들의 즐거움과 흥겨움을 느껴 기분이 좋아지는데, 앞으로도 웃는 날이 더 많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황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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