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선 전문기자의 기획시리즈/장애 등 조기발견과 삶의 질] ⑨ 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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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선 전문기자의 기획시리즈/장애 등 조기발견과 삶의 질] ⑨ 섬망
  • 이창선 기자
  • 승인 2023.05.19 16:00
  • 수정 2023-05-22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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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나타나는 장애는 조기발견이 중요하다. 빨리 발견할수록 그에 적절한 재활이나 특수교육 등을 함으로써 당사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성인기에 겪는 정신증이나 자살충동, 치매 같은 살면서 종종 부딪는 어려움들도 조기발견을 통해 보다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 ‘장애인생활신문’에서는 발달장애, 자폐스펙트럼, 정신증, 치매 등 영아기부터 노년기까지 생애주기별로 나타날 수 있는 이상징후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보고자 총 10회에 걸친 시리즈 기획을 연재한다.
기획시리즈를 집필하는 ‘장애인생활신문’ 이창선 전문기자는 발달과 장애 특징, 인체 관련 연구를 종합분석해 응용점을 찾는 교육과학자이기도 하다. 숙명여대에서 교육심리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기분장애 유발위험요인과 관련된 정량화 뇌파특징’으로 치료약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심리검사 해석과 중독치료 관련 연수를 받았으며, 정신장애와 뇌 관계 연구, ‘융합과학이 알려주는 장애학생교육방법’ 등의 수업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창선 전문기자는 기자이기 전에 과학자로서 정확한 정보와 가이드를 제시하고자 하며, 이를 통해 독자들의 전 생애에 걸친 건강한 발달을 응원한다.

 

 

증상이 다양해 오진하기 쉬우며 응급상황인 섬망

섬망은 몇 시간 또는 며칠 정도의 단기간에 걸쳐 급격히 발생하는 점에서 치매와 다르다. 생생한 환각이나 망상, 언어장애와 초조함을 보이는 섬망은 반드시 조현병이나 정신병적 양상이 있는 양극성 우울장애와 구별해야 치료를 잘할 수 있다. 공포와 불안, 이인증 같은 해리 증상이 있는 섬망은 급성 스트레스 장애와 구별되어야 한다. 섬망이란 어떤 병일까?

섬망의 증상은 다양하지만, 핵심 특징은 급성발병이면서 의식이 혼탁해 주의를 기울이고 집중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다. 자신의 상황을 바르게 인식하는 능력도 떨어진다. 주의가 산만해 질문을 되풀이해 주어야 하거나, 이전 질문에 대한 답도 반복해 말하기도 한다. 어린이의 경우는 열에 들떠 헛소리를 했다는 경우로 표현되기도 한다. 하루 중에도 증상이 변하는 기복이 있는 것도 섬망의 특징이다.

리포스키(Lipowski)가 분류한 안내처럼 ‘과활동형 섬망’은 지나치게 각성되어 있는 상태, 초조함, 과민성, 산만함이 특징이다. 최근 일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시간과 장소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말이 변하고, 지각이 왜곡되거나, 환각을 보기도 한다. 큰 소리, 악쓰기, 욕설, 투덜거리며 신음 소리를 내기도 하며 감정을 내보인다.

진단하기 어려운 섬망은 ‘저활동형 섬망’이다. 각성이 저하되어 있고, 혼동스러워하면서도, 진정된 상태가 특징이다. 망상이나 착각이 많지 않아 섬망을 진단하기 어렵다. 급성으로 의식과 지남력이 떨어져도 우울 증상처럼 보여서 병원에 가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으로 오진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혼합형’은 과활동형과 저활동형이 번갈아 나타나는 것으로 임상에서 흔히 발견된다.

섬망에서 감정은 변화무쌍하다. 주로 공포와 불안이 흔하고, 흥분이나 우울, 무기력이나 기분항진, 분노 등의 감정을 보이기도 한다. 공포는 환감각과 환지각의 결과일 수 있어 위험하다. 섬망에서 우울 증상이 심하면 자살의 위험이 있다. 섬망은 응급상황이다. 경우에 따라 섬망은 다음과 같은 첫 징후일 수도 있다. 혈색소 수치가 떨어지기 전에 내부 장기 출혈의 첫 징후이거나, 출혈 경향이 있는 환자는 섬망이 뇌출혈의 첫 증상일 수도 있다. 이처럼 진단이 중요한 섬망 발견을 위해 여러 상황에 맞는 다양한 선별검사 도구들이 개발되어 왔다.

 

어린이의 섬망

현재 국내에서 소개된 500여 편이 넘는 섬망 관련 논문들은 다수가 중환자실, 응급실, 수술 후 환자, 말기 암환자, 뇌졸중환자, 고관절 골절이나 기타 노인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된 것이다. 즉 이들이 대표적으로 섬망에 취약하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섬망에 대한 조사가 비교적 빈약한 대상인 어린이도 주의해야 한다. 어린이의 섬망은 성인과 전반적으로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성인에 비해 단기 기억력 저하, 수면장애, 지남력 장애, 불안감, 망상, 환각 등의 증상이 더 많이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는 보고도 있다.

특히 2~5세 연령에서 섬망 발생은 응급 입원 과정에서 보호자와 떨어져 치료를 급작스럽게 받으면서 낯선 사람과 함께 있는 경험이 큰 두려움이 되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의료진은 어린이가 입원실에 들어가기 전, 초기에 정서 상태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섬망을 조기에 발견하거나 예방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 기사의 체크리스트를 활용해 어린이의 섬망에 조기 대처해 볼 수 있다.

 

섬망의 위험 요인은 다양하다

섬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위험요소가 있는지 파악하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섬망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 요인은 매우 다양하며 복합적인 원인인 경우가 많다. 노인이 섬망에 취약하지만, 어린이와 청소년, 성인에게도 해당하는 주요 위험 요인은 신경인지기능장애이다. 경도 신경인지장애가 있으면 섬망의 위험도가 높아진다. 신체 활동이 없거나 움직이지 않는 부동의 상태, 장기간 수면·감각 이상이 있거나 일상 기능이 나쁜 상태, 알코올(술) 남용, 영양결핍도 섬망 가능성을 높인다. 따라서 낙상 등으로 인한 골절, 중추신경계 장애(뇌종양, 뇌졸중, 발작 후 상태 등), 전신감염, 마약성/항정신병 약물 복용, 약물중독이나 금단현상이 주요 요인에 해당한다. 한편 영유아기와 아동기는 성인 초기나 중년기 성인보다 섬망에 취약하다. 열성 질병이나 항콜린제 등의 치료약물이 어린이의 섬망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외에 대사장애(저산소증, 저혈당, 간성뇌증, 발열 등) 및 심혈관질환에서도 섬망이 일어날 수 있다. 중환자실 환자의 경우에는 많은 모니터 라인과 도관들의 부착 및 빈번한 처치와 응급상황 등 때문에 수면장애와 불안을 경험하는 것으로 인해 섬망이 발생되기 쉽다.

 

복용 약물이 많을 때의 섬망 위험

약물중독과 약물 금단 이외에 여러 진료과를 다니며 약물을 많이 복용하는 경우에도 약물에 의해 섬망 유발이 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꼭 필요한 약 외에 약물을 줄임으로써 섬망이 호전되는 경우도 많다. 말기암의 경우 아편계 진통제 복용과정에서 섬망이 유발될 수 있지만, 심한 통증이 유발될 때도 섬망이 일어날 수도 있기에 적절한 진통제 복용 안내가 필요하다. 이 기사의 체크리스트를 통해 섬망 유발 위험이 있는 약물을 확인하고, 해당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는 의사, 약사에게 복약 방법 안내를 받아 정확히 지키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섬망은 다양한 부정적인 결과를 일으키므로 예방과 함께 조기 발견과 관리가 중요하다. 따라서 의학, 간호학에서는 섬망 발생 요인과 섬망 예방프로그램, 입원 환자의 섬망 발생을 줄이기 위한 간호 방법 및 섬망 조기 발견을 위한 도구 개발을 주제로 연구해 왔다. 이 기사의 체크리스트에서는 섬망 관련 연구논문들 분석에서 비교적 공통적인 견해를 추출해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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