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휠체어장애인 승차거부, 해명마저 왜곡한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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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휠체어장애인 승차거부, 해명마저 왜곡한 코레일
  • 편집부
  • 승인 2023.05.04 09:24
  • 수정 2023-05-04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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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무궁화호 열차 휠체어 좌석을 예매한 장애인 승객을 입석 승객이 많다는 이유로 탑승을 거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시대착오적인 장애인 차별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사회적 논란이 일자, 코레일은 ‘장애인의 날’인 4월 20일을 앞둔 19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사실 왜곡이 드러나면서 신뢰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더욱이 코레일은 사과한 이 날 4월 20일부터 노인과 장애인 등 인터넷 예약이 어려운 승객을 위해 철도고객센터 상담원과 우선 연결해 맞춤형 우대 예약서비스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장애인의 날 의미를 되새기며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국민의 안전한 열차 이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까지 했지만, 빈말에 그친 셈이다.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 승객은 4월 15일 수원역에서 무궁화호 휠체어석으로 열차표를 예매하고 고객지원실을 통해 리프트 이용 신청까지 마친 뒤 20분 전 기차를 타러 승차장으로 갔다. 하지만 역무원은 열차가 이미 ‘입석 손님’으로 가득 찼다며 장애인 승객 탑승을 거부했다. 이 장애인 승객에 따르면, 사람들 먼저 다 태워놓고선 마지막에 휠체어 타고 올라가려니 좁아서 못 태운다고 했다는 것. 일반좌석 예매 승객과 마찬가지로 휠체어석을 예약했지만, 코레일 측은 좌석표를 지닌 장애인 승객을 입석표를 가진 비장애인보다 후순위로 미뤄버린 것이다. 이 장애인 승객은 결국 해당 열차표를 환불하고, 다른 열차표를 예매해서 이동해야 했다는 것이다.

비난이 일자, 코레일은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전동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예매한 열차에 ‘탑승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당시 해당 무궁화호 열차는 차내 혼잡도가 매우 높아 전동휠체어 이용 고객과 입석 고객의 안전을 위해 혼잡이 덜한 14분 후 도착하는 다음 열차에 승차토록 안내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당 장애인 승객의 설명은 다르다. “열차는 14분이 아닌 23분 늦게 도착했으며…혼잡을 이유로 분명히 승차를 막았다.”는 것. “열차가 떠난 후 역무원이 별말 없이 그냥 가려고 하길래 다음 열차 탑승 가능 여부를 물었더니 종착지가 다르다며 시큰둥하게 대답했다.”며 “사정이 급해 그 열차라도 타야겠다고 하니 그제야 마지못해 다음 열차 승무원에게 연락을 취했다.”는 게 장애인 승객의 설명이다.

결국, 코레일은 비장애인 입석 승객을 더 태우기 위해서 좌석 승차권을 구매한 장애인 승객 탑승을 거부했다는 합리적 의심과 함께 ‘장애인 차별’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게다가, 사과 과정에서조차 ‘탑승하지 못한’이란 표현을 씀으로써 ‘승차 거부’가 아니라 마치 승객의 잘못으로 승차하지 못한 것처럼 호도하고, 후속 열차 안내 또한 코레일의 자발적 안내가 아니었음에도 자발적인 것처럼 사실을 왜곡했다. 코레일은 핵심가치로 내세운 ‘배려’, ‘신뢰’, ‘친근’이란 서비스 슬로건조차 저버린 것이다. 더군다나, 이번 사건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지하철 선전전으로 심각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차별사건이라는 점에서 코레일의 재발 방지 약속에도 불구하고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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