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어떤 이에게 여행은 세상을 넘기는 책장이며 치유이고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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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어떤 이에게 여행은 세상을 넘기는 책장이며 치유이고 선물입니다
  • 편집부
  • 승인 2023.04.24 10:17
  • 수정 2023-04-24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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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실_무장애 전문여행사 두리함께 대표

오랫동안 일반 여행업을 운영하다가 우연찮은 기회에 사회복지법인에서 복지관광 관련 업무를 맡은 게 2012년이었다. 예전 여행업을 했었을 때 정말 잘 나갔었다. 의료 세미나 부분에서 전국에서 톱을 할 정도로 명성이 자자했었다. 20년 넘게 해오던 여행업을 온라인 사업으로 전환하면서 무리한 확장으로 부도를 맞게 되었고 너무 힘들어 세상과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을 때 지인의 소개로 엘린 원장님을 만나게 되었고 원장님의 제안으로 복지관광을 시작하게 되었다.

수십 년을 관광 현장에 있었으면서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고객들이었다. 처음 원장님에게서 복지관광을 한번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 복지관광이 뭐지? 아 장애인들을 위한 여행! 그러면서 이십 년 넘게 힘들게 여행업을 운영했기에 업무의 강도가 그나마 나을 것 같다는 단순한 생각과 다시 새로이 삶의 끈을 잡아 보자는 희망, 그리고 나도 이제는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안도감 속에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주말에 고객들이 이용을 하지 않으니 항공권에 대한 부담도 없을 것 같았고 주중이라 식당이나 호텔 예약도 쉬울 거라 생각했다. 그 당시만 해도 제주도에 골프팀 등 세미나가 많아 주말마다 항공권과 골프 예약으로 전쟁을 치르던 때였다.

업무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복지기관 이용인들의 제주여행이 확정되어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매주 몇백 명씩 세미나를 진행하였기에 아주 쉬운 마음으로 뭐든지 가능하다고 기관 담당자에게 큰소리치면서 항공 예약을 하였다.

그러나 현실은 내가 기존에 경험해 보지 못한 여행 현장이었다. 항공편 예약을 하려고 하니 휠체어 고객이 많다고 2박 3일 일정인데 비장애인들이 이용하지 않는 시간대, 즉 오후 출발 오전 출발(김포를 예를 들자면 오후 3시 이후 출발, 제주 출발은 1시 이전 출발)에만 항공권 예약을 할 수밖에 없다는 항공사 직원과 싸움부터 시작되었다. 물론 휠체어의 종류에 따라 탑승이 가능한 비행기를 찿아야 했다. 첫 시작부터 만만치 않았다.

겨우 항공권 예약을 하고 고객들이 제주공항에 내렸는데, 그 당시에는 제주도에 특장버스가 없던 시절이었다. 한 분 한 분 업고 버스에 오르는데 한 분이 팔에 힘이 없어 뒤로 넘어지려고 하는 위험한 순간을 눈으로 목격하면서 다리에 힘이 풀렸었다. 그렇게 어렵게 관광 일정은 시작되었다.

점심시간 가이드에게 전화가 왔다, 울면서. 우리가 예약한 식당에 시간 맞춰 도착을 했는데 주인 왈 비장애인 손님들 다 드시고 나면 오라고, 예약을 했음에도 우리의 고객들을 보고 나가라고 한다고…. 우리가 공짜 손님도 아니고 깎아 달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참 암담했다. 급하게 다른 식당으로 예약을 하고 그렇게 2박 3일 첫 여행을 마쳤다. 감사하다는 고객들의 인사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내가 모르던 세상, 내가 몰랐던 세상이 열렸다.

사회적기업으로 여행업을 창업하면서 가졌던 나의 비전이었고 나에게 던진 질문이 있었다.

‘여행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여행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는, ‘그래. 같이 한번 살아보자.’라는 나에게 거는 주문 같은 거였다.

장애가 있는 고객들을 바라보는 관점을 서비스 대상자에서 소비자로서 인정을 받기 위한 산업으로 접근하였다. 이때만 해도 장애인 고객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복지적 관점의 서비스 대상으로만 인지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소비자로 시장을 접근하기 시작하자 경제적 이익이 따라오니 우리가 꾸준히 이용하는 식당이나 호텔들이 조금씩 소비자로 인식하면서 서비스 개선을 하는 분위기로 바뀌기 시작했다. 성읍에 있는 식당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장애인화장실을 만들기도 하였고 어떤 호텔들은 접근성 개선을 하기 시작하였고 종사자들을 위한 서비스 교육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우리 회사에 영업까지 오는 호텔 지배인들도 생겨났다. 이렇게 되기까지 4년의 시간이 흘렀고 지금은 무장애 여행 서비스가 새로운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10년 동안 약 3만여 명이 우리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했다. 무장애 여행 서비스의 핵심은 장애가 있거나 기타 접근성이 필요한 고객이 불편하지 않게 여행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전체 여행 경험에서 접근성과 포괄성을 우선시하여 모든 여행자가 직면할 수 있는 접근성 문제에 관계 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무장애 여행 서비스의 기준을 만들어 가고 불편하지 않은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3가지 핵심사업을 진행했다. 여행이 아닌 여행 노동을 하는 고객(동반자)들을 보면서 트래블헬퍼(여행동반자)를 양성해 새로운 관광 일자리를 만들었으며, 중증발달장애인 트래블헬퍼를 양성하여 관광 서비스 일자리를 만들었고, 관광지 무장애 여행 정보 데이터를 수집해 정보 접근성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10년 동안 수많은 고객을 만났다. 장애인이 아닌 장애를 가진 고객을 만나면서 여행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설레고 가슴 뛰는 경험을 언제나 드리고 싶다. ‘어떤 이에게 여행은 세상을 넘기는 책장이며 치유이고 선물이 됩니다.’라는 우리의 이야기는 여행을 통하여 세상을 만나고 여행을 통해 치유가 되고 여행을 통하여 선물은 받아보는 힘을 우리는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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