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어머니 울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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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어머니 울지마세요”
  • 편집부
  • 승인 2010.04.26 00:00
  • 수정 2013-02-04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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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장애인복지과장 최종윤
▲ 인천시 장애인복지과장 최종윤

4월 중순 어느 날 화사한 봄날이었지만 아침은 조금 쌀쌀하였다. 조금 일찍 사무실에 나와 업무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 책상에 전화벨이 울렸다. 조금은 퉁명스럽게 사무적으로 전화를 받았다.

전화상으로 50대 후반이나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가느다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어느 장애인 아들을 둔 어머니의 전화였다. 나는 보통 공무원들의 전화대화처럼 우선 용건부터 물었다. 용건을 묻자 어머니는 너무 감사할 일이 있어서 바쁜 아침이지만 전화를 했노라고 했다. 그 어머니는 리어카를 끌면서 휴지를 줍는다고 했다.

어머니는 가족이 이북에서 내려왔다고 했다. 일가친척도 없는 낯선 이곳 인천에서 아들딸 셋을 혼자 키웠다고 했다. 어머니는 삶이 모질어서 5년 전 암진단, 당뇨합병, 관절통증 등 아프지 않는 곳이 없다고 했다. 세 명의 아들딸 중 큰아들과 딸만 조금 벌고 있는데(한 달 100만원 정도) 일자리가 불안정하여 일이 없을 때도 있고 병원비, 약값, 밀린 빚 등 이것저것 떼고 나면 쓸 것이 없다고 했다. 막내아들은 인천에 유명 축구고등학교를 나왔으나 교통사고로 축구를 못하게 되었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여러 지인들의 도움으로 모 초등학교 축구코치생활을 하였으나 공익근무관계로 이제는 그만두었다고 했다.

벌이가 쉽지 않으니 삶이 힘들다고 했다. 과거에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였으나 아들딸들이 벌이를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 수급자가 될 수도 없다고 했다.(가족 중 장년이 있으면 추정소득이 있는 것으로 간주 수급자 배제)

전화로 말씀을 이어오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메여오는 듯했다. 자나 깨나 자식 생각,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고 몸부림치는 모습이 그려졌다. 리어카 하루벌이 5천원, 전기 가스비, 집 월세 내고 나면 돈이 동이 난다고 했다. 자식들의 병원비, 본인의 약값…

최근에는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식구 모두가 화장실에 연탄을 피우고 죽기로 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울기 시작했다. 울지 마시라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나도 울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아들딸들이 본인이 죽었을 때 장례비 아끼라고 모 병원에 시신을 기증하기로 하고 오셨다고 했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전화기를 들고 아침부터 직원들이 알까봐 소리 나지 않게 같이 흐느꼈지만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어머니는 전화상으로 눈치를 채셨는지 도리어 나보다 울지 말라고 했다.

이 어머니의 너무나 무겁고 버거운 삶의 고단함이 느껴졌다. 우리의 이웃에 있는 장애인의 어머니들이 생각났다. 세상은 알지도 못하면서 이 소리 저 소리 다들 하지만 남몰래 한 없이 흐느꼈을 장애인 어머니들의 눈물을 세상은 조금이라도 알고 있을까.

멍에를 벗고 싶어도 벗을 수 없고, 뿌리치고 싶어도 뿌리쳐지지 않는 고된 삶, 때로는 용기를 내어 희망을 외쳐보지만 이내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아픔, 차라리 내갉…. 우리 장애인 어머니의 모정어린 눈물을 화사한 봄날의 화려한 벚꽃들은 알 수 있을까.

이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할 텐데, 용기를 주어야 할 텐데, 일개 장애인복지 담당과장인 나로서는 아무것도 해드릴 수가 없었다.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그 어머니는 전화하신 진짜 이유를 말씀하면서 전화를 끊으시려고 했다. 장애인 관련 일을 보시는 장애인가족 두 분에게 격려를 좀 해달라는 것이었다. 비장애인인 나에게 도리어 장애인들은 도움을 주었다고 했다. 난생 처음으로 그 어머니는 세상으로부터 마음 따뜻한 사랑을 받았다고 했다.

사연인 즉, 주위 분들이 휴지와 박스를 주우면서 헌옷 박스를 놓으면 벌이가 조금 더 될 거라고 해서 그 일을 내일처럼 도와주었던 두 분이 있어 너무나 고마웠다는 것이었다. 그 두 분은 조그마한 일이라 할 수 있지만 그 어머니 생각에는 가식으로가 아니라 진정으로 마음까지 다 주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자식들과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힘쓰고 애쓰시는 어머니, 장애인 담당과장으로 부끄럽기까지 했다. 한편으로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280만 인천시민공동체가 자랑스러웠다.

장애인 그리고 장애인 어머니 여러분, “우리는 어느 노래가사처럼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고 듣지 못한 것을 들을 수 있으며 느끼지 못한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힘들고 끝없는 고단함과 애달픔은 우리가 알고 있답니다.” “힘을 내시고 울지 마세요.” “세상이 아무리 험해도 작지만 마음 따뜻한 우리가 있답니다.”

인천은 280만 시민의 따뜻한 사랑이 있기에 장애인 여러분의 희망도시입니다. 여러분의 미래가 되는 세계 최고의 장애인복지도시를 꿈꾸고 있습니다. 장애인 그리고 장애인 어머니 여러분, 힘내시고 사랑합니다.

 

 

최종윤 과장 = 인천시가 관내 장애인을 위해 세계 최고의 장애인 복지 도시를 꿈꾸고 있으니 용기와 희망을 가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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