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초점]“‘진품명품’에 나만의 생각을 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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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초점]“‘진품명품’에 나만의 생각을 담죠.”
  • 정은경 기자
  • 승인 2023.03.23 16:25
  • 수정 2023-03-24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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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개인전 갖는 발달장애 작가 이승윤

발달장애 작가 이승윤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대학로 이음센터 이음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개인전은 <생각을 담다>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작년 11월 서울 종로 아리수갤러리에서 열었던 개인전 <느낌을 담다>의 변주라고나 할까. 수많은 단체전과 초청전 이력을 지닌 작가지만 개인전으로는 이번이 세 번째다.

강렬한 표현과 과감한 원색 처리, 강한 붓선을 특징으로 하는 작가의 작품에는 야수파의 색채와 검고 굵은 선의 화가 조르주 루오가 겹쳐진다. 발달장애 작가 중 비교적 초기에 활동을 시작한 청년 작가 이승윤이 작품 속에 담은 생각은 어떤 것일까. 승윤 작가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그를 만났다.

 

Q. 그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어려서부터 무언가를 그리기를 좋아했습니다. 자페성 발달장애다 보니 남보다 집중력이 뛰어났다고나 할까요. 하나의 대상을 반복해 그렸습니다. 그러다 열세살 때 교환교수로 간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갔고, 그곳 중학교에서 내 그림이 독특하다며 격려를 많이 받았죠. 그러면서 그림 그리기를 더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

 

Q. 공식적인 미술교육은 언제부터 받았나?

“한국에 돌아와 미술학원에 다녔는데 다른 아이들에게 방해가 되었대요. 그래서 결국 미술학원을 그만두고 방문교육을 받았다는데 엄마 말로는 그냥 선생님이랑 놀았대요. 그러다 열일곱살 때 장애학생을 지도하는 로사이드라는 단체를 알게 돼 수원 에이블아트에서 저랑 같은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린 것 같아요.”

▲ 3월 22일 이승윤 개인전 <생각을 담다> 오픈 테이프커팅(대학로 이음갤러리)

Q. 그때 같이 그림을 그리던 친구들 중에 아직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있나?

“많아요. 다들 10년째 그림을 그리고 있죠.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왔던 테이프 화가 박태현도 함께 그림을 그렸고, 강선아, 이다래, 최봄이, 김선태, 이마로 등등, 모두 열심히 활동하고 있죠.”

 

Q. 이승윤 작가가 특히 좋아하는 소재는 무엇인가?

“사람이요. 특히 드라마 속 배우들을 사랑합니다. 전지현, 김태희, 이영애 등 톱배우들을 주로 그려요. 제가 안 그린 사람은 스타가 아닐 걸요.”

▲ <호랑이 모자의 소풍>(60.6*50.0cm, 캔버스에 혼합 물감, 2022)

Q. 그런데 작품 중에 그런 스타의 얼굴은 없는 것 같다. 왜 그런가?

“저는 텔레비전의 <진품명품>(제가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랍니다)에 소개되는 명품들처럼, 제가 그린 그림을 다시 소재로 해서 그림을 그립니다. 그림을 다시 그림으로 그립니다. 그러다보니 전혀 다른, 제 생각을 담은 그림이 되는 거죠.”

 

Q. 자신의 화풍을 스스로 소개한다면?

“저는 한붓그리기에 강합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한 번에 스케치를 하죠. 그래서 선이 강하게 나오는 것 같습니다. 주로 사용하는 재료는 오일파스텔과 먹입니다.”

▲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60.6*75.7cm, 캔버스에 아크릴, 2020)

 

Q. 이번 전시회를 간단하게 소개해 달라.

“대상에 나만의 생각을 담으면 어떻게 바뀌는지를 봐주었으면 싶습니다. 전시 작품 중에는 유명한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나 클림프의 <키스>를 보고 그린 그림도 있는데, 그냥 보고 따라한 것이 아닙니다. 작품을 보면 알겠지만 저만의 색으로 ‘함께 어울려 사는 삶이 소중하다’는 제 생각을 담아 저만의 그림을 그린 거죠.”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10년, 스물일곱 살의 청년 작가 이승윤은 늘 해맑은 미소를 지니고 산다. 그의 작품이 강렬하면서도 따듯한 이유는 그의 이런 해맑음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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