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선 전문기자의 생활과학 톺아보기] 면역세포가 들려주는 자아 관리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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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선 전문기자의 생활과학 톺아보기] 면역세포가 들려주는 자아 관리법 이야기
  • 이창선 기자
  • 승인 2023.02.23 09:49
  • 수정 2023-02-23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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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력을 높이자’라는 광고를 흔히 본다. 그런데 면역이 지나치면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왜? 의학에서 면역이란 ‘몸이 자기(self)와 자기가 아닌 것(non-self)을 구별하는 현상’을 뜻하는 말이다. 몸 안에 들어오거나 생긴 것을 ‘자기 것’이 아니라고 면역세포가 여길 때 없애려고 공격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그럼 만약 ‘지나치게 구별하여’ 자기 몸의 일부인데도, 면역세포가 적으로 여기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렇게 면역계가 자기의 건강한 세포조직을 공격하는 비극을 통칭해 ‘자가면역질환’이라고 부른다. 류마티스관절염 등을 포함해 100여 가지 질병 양상이 있으며, 이 중에서 전신의 모든 세포가 공격 대상이 된 것이 바로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라는 슬픈 질환이다. 루푸스란 이름은 피부 발진이 마치 늑대에 물린 자국과 비슷하다는 현상으로 인해 붙여졌다. 자가면역질환 증상이 주로 나타나는 곳은 갑상선, 췌장, 부신 등의 내분비기관, 적혈구, 결체조직인 피부, 근육, 관절 등이다. 다수의 자가면역질환에서 비교적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만성피로, 미열, 탈모, 피부질환, 수면장애, 관절과 근육 이상, 체중 변화, 감각 이상, 기억력 감퇴, 식욕 변화, 소화장애 등이다. 또한 우울증도 해당한다. 우울증 환자에게서 염증반응에서 생겨나는 사이토카인의 한 종류인 TNF-a가 많이 생성된다는 보고가 있는데, 자가면역질환 환자에게서도 TNF-a가 증가되었다는 보고들이 있다. 이래저래 면역계가 적을 ‘지나치게 구별’하면, 치르는 대가가 적지 않다.

흥미로운 통찰은 가정과 교실, 직장, 사회, 지구촌 안에서도 ‘지나친 구별’의 자가면역질환과 같은 이유로 인해 다양한 통증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통찰을 돕는 단어가 ‘자아 확장(self-expansion)’이다. 이는 도덕 발달 심리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선호하는 단어로서, 아트 아론(A. Aron)이 소개한 것이다. 말 그대로 타인의 재능과 특성 및 자산을 자신에게로 통합하면서 자아의 영역을 넓혀가는 것인데, 이 단어가 흥미로운 이유 중 하나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란 말을 뒤집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아론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자신과 가까운 타인과의 관계가 어떤지를 여러 쌍의 원이 겹쳐지는 그림으로 표현해보게 하면서, 서로 더 많이 겹치는 원을 선택할수록 그 관계가 지속될 확률이 더 높다고 주장했다. 이 실험 결과 이후 아론 연구진들은 사람들은 가까운 타인을 자아에 포함하는 것으로 자아 확장을 하면서, 경쟁보다 함께 기뻐하며 남의 성공을 통해 자아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남과 더욱 가까워지면 나와 남의 구별이 흐릿해진다. 그리고 자아와 남의 영역이 겹치는 부분이 더 커지면서 관계에 대한 만족도 역시 더 커지며 다음과 같은 긍정적인 일이 일어난다고 본 것이다. 급속도로 자아 확장을 하면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나고, 상대방을 위협적인 존재로 보지 않고, 남의 성공을 함께 축하하게 된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경쟁보다는 남들의 성공을 자기 모습을 반영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때 자기 향상을 이루어간다는 것이다.

위에서 제시한 자가면역질환과 자아 확장을 연관시키기 전에, 자가면역질환을 좀 더 살펴보자. 이 질환은 흡연이나 환경오염, 과도한 스트레스, 불규칙한 식습관, 운동 부족 등과 같은 환경 및 생활 습관과 관련이 많다. 자가면역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 습관 등이 필요하다. 특히 운동은 면역세포의 흐름을 활발하게 하기에 중요하다. 하루 한두 번 햇볕을 쬐면서 10~20분 정도 빨리 걷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줄고 비타민D가 보충돼 면역력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세포의 흐름을 돕는 운동처럼, 우리 관계의 상호작용 흐름을 돕는 운동을 하면 어떨까?

또한 우리 가족, 같은 목표를 추구하는 회사 동료, 한민족 공동체 대한민국의 같은 동포 가족으로서 자신의 자아를 확장해봄이 어떤가? 더 큰 자아는 국제관계에서 인종, 장애 등을 이유로 배척하지 않는 동행일 것이다. 한편, 만약 같은 민족 공동체 동포로서 자아를 확장했다면, 같은 민족, 한 국가 내에서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며 공격하는 현상은 ‘자가면역질환’에 해당할 것이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는 서로가 무엇을 위해 비판하는지, 가치 있는 전투가 무엇인지, 진짜 건강한 자아 성장이 무엇인지 돌아보도록 격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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