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칼럼] 장애인의 인권보장은 일상에서부터 이루어지고 지원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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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칼럼] 장애인의 인권보장은 일상에서부터 이루어지고 지원돼야
  • 편집부
  • 승인 2023.02.23 09:34
  • 수정 2023-02-23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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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백 / 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인천시는 2022년 ‘인천광역시 장애인 차별금지 및 인권보장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를 진행했고, 연구를 토대로 기본계획을 사실상 발표하였다. 이런 연구가 지속해 이루어지고, 관련 기관의 의견을 듣고, 이것을 토대로 계획을 수정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고 긍정적이다. 그러나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지역사회 변화를 위해 활동하는 한 사람으로서는 이번에 수립된 기본계획이 아쉽다. 기본계획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에서 필자의 생각을 적어보겠다.

우선 새로운 것이 없다. 기본계획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행복한 인천’이라는 비전 아래 추진전략 4개, 핵심과제 14개, 세부 추진과제 36개를 제시하였다. 이 중에서 신규사업은 8가지로 전체의 20% 남짓으로 비교적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세부 내용을 열어보면 보건복지부의 공모사업에 신청하겠다는 것 혹은 비예산 사업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학대 장애아동 쉼터 설치,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설치 및 운영은 보건복지부 공모사업인데, 만약 공모사업에 선정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지 의문스럽다. 인천시는 작년 중증장애아동지원센터 설립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보건복지부 공모에 떨어지면서 흐지부지되었다. 또 협력체계 강화, 장애인식개선, 자치법규 장애 차별적 용어 및 내용 개선 등의 사업은 응당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이지 새로울 것도, 새롭게 해야 할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둘째, 권리보장에 대한 구체성이 부족하다. 권리보장은 선언보다 미세한 구체성에서 이루어진다. 예를 들면 인천시에는 약 14% 정도의 저상버스가 운행되고 있지만, 운전기사의 작동 미숙 혹은 탑승 거부, 고장 등으로 실제 버스를 타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인천시의 많은 건물이 배리어 프리(BF) 인증은 받았지만, 장애인화장실은 잠겨 있거나, 청소도구 등이 보관되어 실제 이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 장애인구강진료소가 있다고 하지만, 실제 발달장애인 혹은 뇌병변장애인 등 신체적인 지원이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는 구강진료소는 그림의 떡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권리보장이 몇 번의 인식개선 교육을 통해서, 몇몇 시설을 통해서 이루어졌다면 지금의 우리 사회 장애인의 삶은 훨씬 좋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권리보장을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게 하려고 모니터링 체계가 중요한데, 전반적으로 모니터링에 대한 고민은 부족해 보인다.

셋째, 일상의 영역에서 권리보장이 부족하다. 장애인의 차별은 교육, 고용, 문화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최근 장애인 차별은 눈에 보이는 직접적인 것도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나타난다. 예를 들면 무인점포 대에서 휠체어를 이용하거나, 글씨를 해독하기 쉽지 않거나, 시각적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은 차별을 경험한다. 행정복지센터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싶지만, 장애라는 이유로 거부당한다. 도서관, 헬스장, 동네 편의점과 식당 등 편의시설이 없어서, 그냥 장애인이 싫어서, 위험하니까, 지원인력이 없어서, 장애인에 대해서 잘 몰라서 등 다양한 이유로 장애인은 차별을 경험하고, 그렇게 분리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장애인‘만’의 시설과 정책을 넘어서 장애인‘도’ 함께하는 지원이 필요하다. 이번 기본계획에서 무장애 놀이터나, 의사소통 권리보장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몇 번의 교육과 시각화된 자료 만들기로 장애인의 의사소통이 개선될 수 있을까? 무장애 놀이터 1~2개 만든다고 해서 장애아동의 놀 권리가 보장될 수 있을까? 이런 접근이 아니라 장애인의 일상에서 의사소통과 놀 권리가 어떻게 보장될 수 있을지 고민한다면 다른 접근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넷째, 차별에는 시정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가장 좋은 정책은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그러나 교육만으로 차별은 근절되지 않는다. 그래서 차별에는 적극적인 시정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인천시가 만든 기본계획을 지키지 않는다면 인천시는 어떤 벌을 받는 것일까? 저상버스를 도입하기로 해놓고선 운수사업자가 그것을 지키지 않는다면? 공공기관 장애인 의무고용 약속을 지키기로 했지만, 그것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냥 벌금만 내면 될 것인가?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시정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인가? 무엇을 한다고 하지만, 그것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명시되지 않는다면 그 계획은 공염불이 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든다.

장애인의 차별은 다른 집단과 달리 전 생애에 걸쳐서, 삶의 전 영역에서, 중복적으로, 정당한 편의 제공 거부에 의해서 나타난다. 또 장애 유형과 정도에 따라서 차별의 빈도, 내용은 다양하므로 장애인의 차별을 시정하고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다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만들어진 기본계획부터 잘 지켜질 수 있으면 좋겠고, 필자와 같은 민간단체는 그것이 잘 지켜졌는지 감시하면 좋겠다. 그래서 조금씩이라도 장애 인권이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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