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맞춤훈련센터 어떤 곳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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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맞춤훈련센터 어떤 곳인가
  • 정은경 기자
  • 승인 2023.02.09 09:09
  • 수정 2023-02-09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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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매칭이 화두다. 얼마 전 한국경제신문은 “경기 침체에도 ‘최악의 구인난’…제조업 아우성”이란 제하의 기사에서 비장애인 고용시장에서 구직자의 욕구와 구인기업의 수요가 맞지 않는 요즘의 세태를 보도했다. 수요과 공급의 미스매칭이 문제라는 것. 그럼 장애인 고용시장은 어떨까. 장애인 의무고용을 달성해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자신들이 원하는 인재를 찾는 데 늘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다 보니 의무고용부담금을 내고 마는 경우도 많다. 반면 장애인 구직자는 늘 넘쳐난다. 여기서도 일자리 미스매칭이 이루어진다. 이런 미스매칭에 대해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곳이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맞춤훈련센터다. 기업에게는 자신들의 원하는 직무역량을 훈련받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기회를, 장애인 구직자에게는 적절한 훈련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기업에서 재밌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맟춤훈련센터에 대해 알아본다.

기업에겐 안성맞춤 인재를…

근로자에겐 안성맞춤 직장을…

▲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맞춤훈련센터

 

2022년 12월 8일, 초겨울의 쌀쌀함이 감도는 남산 자락에 따뜻한 선율이 울려퍼졌다. 제1회 장애예술인의 날 행사가 열리는 서울 충무로 라비두스 연회장을 가득 메운 음악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맞춤훈련센터에서 훈련을 받은 6개 예술단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날 작은 음악회를 꾸민 6개 예술단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행사 전날 창단연주회를 가진 ‘물빛소리합창단’이었다.

여성중증시각장애인 10명으로 구성된 물빛소리합창단은 코웨이 소속 합창단이다. 단원들 모두 코웨이 직원. 코웨이가 이 합창단을 창단하기까지 가장 큰 도움이 된 곳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서울맞춤훈련센터다.

코웨이는 장애인합창단 창단을 하기로 하고 서울맞춤훈련센터에 단원 모집 및 훈련을 의뢰했다. 이에 서울맞춤훈련센터에서는 한국애인고용공단(이하 공단)을 통해 단원을 모집했고, 이들을 대상으로 합창을 하는 데 필요한 발성법 등을 전문강사와 함께 교육했다. 단원 모집부터 창단까지 걸린 시간은 총 5주(2022.9.29~10.31). 이 기간 동안 합창단 단원들은 지금까지 받아보지 못한 전문적인 성악 훈련(파트별 훈련, 합주 훈련)은 물론 대인관계·직업생활·노동인권·사회성 훈련 등의 교양교육 또한 이루어졌다.

2022년 12월 8일 제1회 장애예술인의 날에서 공연을 끝낸 물빛소리합창단 김미순 단원은 “취미로 하던 노래를 좀 더 전문적으로 할 수 있고, 직업으로 할 수 있어 더 기쁘다.”며, “서울맞춤훈련센터의 교육을 통해 기초적이면서 전문적인 발성, 합창 테크닉 등을 배워 정말 소리가 많이 좋아졌다. 피치도 높아지고 음감도 더 좋아졌다. 우리 합창단 창단을 위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교육을 제공해 주었다.”며 서울맞춤훈련센터를 통한 직업훈련과 취업 연계에 감사를 표했다.

물빛소리합창단만이 아니다. 이날 행사에 함께한 6개 예술단 모두 서울맞춤훈련센터를 통해 각 예술단에 ‘꼭’ 필요하고 ‘딱’ 맞는 직업훈련을 받았다. 서울맞춤훈련센터는 지난 2021년부터 장애예술인들을 위한 맞춤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기업의 실제 수요에 맞는 직업훈련 제공

맞춤센터 6곳+디지털훈련센터 3곳 운영

 

한국장애인공단에서 운영하는 맞춤훈련센터는 한마디로 장애인 근로자에게 기업이 원하는 직무를 교육시키는 곳이다. 좀 더 풀어 말하면 기업체의 실제 채용 수요를 반영한 교과과정을 설계해 훈련생 선발부터 취업까지 전 과정을 기업과 연계해 진행하는 현장 중심의 직업훈련기관이다.

2014년 11월 서울맞춤훈련센터를 처음으로 개소한 이래 천안아산, 창원, 전주, 인천, 제주 6곳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2019년 10월 문을 연 판교디지털훈련센터와 구리디지털훈련센터(2021년 11월 개소), 그리고 광주디지털훈련센터(2022년 12월 개소) 등 3곳의 디지털 훈련센터가 있다. 디지털훈련센터는 급증하는 IT 인력 수요에 발맞춰 장애인 IT 인력 양성을 지원하기 위한 훈련기관이다. 2023년 7월부터 인천과 천안아산 맞춤훈련센터가 디지털훈련센터로 전환될 예정이다.

맞춤훈련센터에서 실시하는 맞춤훈련의 가장 큰 특징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훈련생 선발부터 교과과정 설계, 훈련까지 철저하게 의뢰 기업의 요구에 맞춰 이뤄진다. 기업 실무자나 외부 전문강사를 위촉해 현장 실무 중심의 교과를 운영함으로써 수료생은 취업과 동시에 바로 현장에 배치되어 즉시 업무에 투입될 수 있다. 기업으로서는 재교육에 대한 시간과 경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고, 훈련생에게는 모의훈련을 통해 직장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맟춤훈련센터에서는 맞춤훈련 외에 세 가지 특별과정도 운영한다. △재직 중인 장애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업무환경 변화에 따른 직장 적응력을 높이는 재직근로자 능력향상 훈련, △취업이 예정된 대상자에게 직업생활 등 직업 적응을 위한 1개월 미만의 단기 훈련인 단기 직무 프로그램, △직업훈련 참여가 어려운 장애인의 직업훈련으로의 진입을 위한 기초과정이 그것으로, 장애인 구직자부터 재직자까지 폭넓게 훈련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맞춤훈련센터의 또 다른 매력은 이 모든 훈련 프로그램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무료라는 것이다. 기업은 물론 훈련생 모두에게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할 뿐만 아니라 훈련생에게는 교통비와 식비를 포함한 소정의 훈련수당까지 지급한다.

훈련기간은 최소 1개월 및 120시간 이상 1년 이내로, 하루 6교시의 수업이 이루어진다. 훈련 인원은 최소 5명 이상 10명 내외여서 개인별·수준별 지도가 가능하다.

 

기업의뢰-직무분석-맞춤과정 개발-훈련생 모집·훈련

2022년말 현재 95개 업체와 약정…기업 만족도 높아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 하나, 맞춤훈련센터 이용의 주체는 근로자가 아니라 기업이라는 것이다. 맞춤훈련센터는 기업의 요구에 따라 훈련생을 모집하고 기업이 요구하는 직무에 맞춘 직업훈련을 하기 때문이다.

맞춤훈련의 흐름(그림 참조) 역시 이런 정체성에 맞추어져 있다. 맞춤훈련센터 훈련의 시작은 사업주(약정업체)의 맞춤훈련 의뢰에서 시작된다. 사업주가 훈련직종, 훈련인원, 훈련기간, 훈련내용, 채용 예정일자 등을 명시해 맞춤훈련센터에 의뢰하면 센터는 약정업체의 고용환경 및 훈련 직무의 적합성을 판단하기 위해 직무분석을 한다. 그리고 약정업체에서 요구하는 직무 수준에 맞춰 훈련과정을 설계한다.

공단과 사업주는 이 단계에서 맟춤훈련 약정을 체결하는데, 구인직무, 근로조건, 근무환경 등에 대한 재확인이 이루어진다. 훈련 약정이 체결되면 맞춤훈련센터와 사업주는 함께 훈련생을 모집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맞춤훈련을 실시하게 된다. 훈련이 끝나면 약정업체에서 훈련을 마친 장애인 근로자를 채용하게 되고, 맞춤훈련센터에서는 이들에 대해 수료일로부터 1년간 적응지도를 한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맞춤훈련센터 6곳의 훈련 흐름이나 교육과정, 훈련비용 등 기본적인 훈련 시스템은 동일하다. 그러나 각 지역의 특성과 기업의 요구에 따라 구체적인 훈련의 내용은 달라진다. 예를 들어 반도체 및 자동차부품 전문업체가 많은 천안아산맞춤훈련센터는 이에 초점을 맞춰 맞춤훈련을 진행하고 있는가 하면, 서울맞춤훈련센터는 장애인 문화예술 분야 직무를 개발, 문화예술 분야 직무 훈련과정을 특화과정으로 운용하고 있다.

맞춤훈련센터에서 직무훈련을 마친 장애인 근로자를 채용한 약정 기업의 만족도가 높은 것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 이에 따라 맞춤훈련센터와 훈련 약정을 맺는 기업도 점차 늘어나 2022년 말 현재 95개 업체로 집계되고 있다. 이들 약정업체에는 SK, 스타벅스, 이니스프리(이상 서울), 린나이, 포스코건설(이상 인천), 쿠팡, 한미약품(이상 판교디지털), 삼성전자(천안아산), 한국국토정보공사(전주) 등의 대기업들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기업의 구인 과정에서 가장 큰 애로는 기업이 요구하는 직무에 적합한 역량을 가진 인재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근로자가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마찬가지다. 하지만 장애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싶다면, 그리고 자신들이 요구하는 직무에 ‘딱’ 맞는 근로자를 찾고 싶은 기업이라면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맞춤훈련센터와 손을 잡는 것이 기업과 근로자 모두 윈-윈 하는 길이다.

 


장애인 호텔리어 양성…고용노동부 장관상 수상

인천맞춤훈련센터

경인지역 장애인들의 직업역량 향상을 견인하고 그 능력을 힘껏 발휘할 수 있는 행복한 직업생활을 목표로 2018년 11월 개소했다. 인천시 부평의 북인천우체국 건물에 자리하고 있다. 1799㎡(약 545평) 규모로 이뤄져 있으며 산업현장의 요구에 맞게 훈련 분야와 직종을 탄력적으로 개설, 운영하고 매년 100여 명의 장애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인천맞춤훈련센터(이하 인천센터)의 특화 직무 훈련과정은 반도체와 호텔 직무다. 반도체의 경우,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인한 불안한 고용시장과 빠른 산업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인천센터는 삼성전자, 엠코테크놀러지코리아 등 신성장 분야 반도체 산업에 맞춤훈련을 연계해 장애인 고용 직무를 선점했다. 인천센터의 훈련을 통해 2022년 한 해 동안 36명의 장애인이 반도체 산업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직무 전문성만을 고집하거나 장애인식이 낮아 고용을 기피하는 기업이 인천센터와 함께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장애인 고용의 어려움을 극복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인천센터는 2023년에는 신성장 분야 기업 수요를 기반으로 디지털 장애인력 양성에도 선제적으로 대응을 높여갈 계획이다.

무엇보다 화제를 모은 성과는 장애인 호텔리어의 탄생이다. 2022년 그랜드하얏트인천은 발달·장년 장애인의 특성을 반영해 고급 집기류, 편의용품, 스타일러 등을 관리하는 맞춤형 직무를 개발하고 발달·장년 장애인 8명을 채용했다. 그리고 직무 적응도와 업무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인천센터를 통해 약 6주간 직업훈련을 마친 뒤 현장에 배치했다. 이는 그간 장애인고용률이 저조했던 호텔업계에서 장애인고용의무 달성과 엔데믹 시대 산업 특성에 맞춘 장애인 고용이라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이런 노력으로 인천센터는 2022년 정부혁신 우수사례에 선정되어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2023년에는 장애유형을 확대하여 현재 4명이 맞춤훈련 중이며, 인천센터는 그랜드하얏트인천의 성공 사례를 기반으로 더 많은 호텔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인천센터는 향후 4차 산업형 장애인 인재 양성·지원을 위한 훈련을 강화하고 IT 분야의 취업확대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문화예술 분야에 특화…문체부장관상-서울시장상 수상

서울맞춤훈련센터

1호 맞춤훈련센터다. 2014년 서울 중구 충무로에 문을 열었다. 서울 도심에 위치한 덕에 어디서든 접근이 가능한 것이 가장 큰 매력. 내부시설로는 최신 컴퓨터 등이 설치된 강의실 7개와 바리스타실 2개, 음악 합주를 위한 대강의실 1개를 갖추고 있다.

서울맞춤훈련센터(이하 서울센터)의 가장 큰 특징은 문화예술 분야 직무 개발과 훈련이다. 서울센터에서 문화예술 분야 직무에 눈길을 돌린 것은 지난 2021년으로 웹툰 분야 인력 양성이 그 시작이었다. 이후 문화예술 분야 직무훈련이 본격화된 것은 2022년. 만화 기획·제작업체인 케나즈를 훈련 파트너로 삼아 (주)크릭앤리버엔터테인먼트에 웹툰 편집, 채색 직무를 제안, K-웹툰 분야의 전문인력 6명을 양성, 3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오케스트라, 합창단 등 문화예술 분야 맞춤훈련도 여럿 이루어졌다. (주)삼구아이앤씨, 부천세종병원, SK에코플랜트, (주)더휴, 코웨이주식회사와 약정을 체결해 서울 수도권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장애예술인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직무훈련을 진행하여 장애예술인 100여 명의 고용을 이끌어낸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주)더휴 합창단의 경우 단원 95%가 만 50세 이상이며, 지체장애, 뇌병병장애, 청각장애, 시각장애 등 여러 장애유형을 가진 장애예술인들이 합창단원으로 훈련을 받고 취업에 성공하는 의미 있는 사례가 되기도 했다.

2022년 12월에는 발굴해 취업에 성공한 장애예술인들이 작은 음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서울센터는 문화예술 분야 특화 전략으로 장애문화예술인의 고용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 12월에는 문화체육부장관상을, 2022년 4월에는 서울시장 표창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문화예술 분야 직무 외에 서울맞춤훈련센터에서는 서울시지체장애인협회와 AI 데이터라벨러 양성 사업 업무 협약을 통해 현재까지 100여 명의 IT 데이터라벨링 전문인력을 길러내는 등 변화하는 환경에 걸맞은 맞춤훈련 과정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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