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선 전문기자의 생활과학 톺아보기]세포가 들려주는 건강한 가족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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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선 전문기자의 생활과학 톺아보기]세포가 들려주는 건강한 가족 이야기
  • 이창선 기자
  • 승인 2023.02.08 10:17
  • 수정 2023-02-23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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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의 구성과 기능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들을 살펴보면 몸 안에서 일어나는 상황이 몸 밖의 사회생활, 가족과의 삶과 유사한 면이 있어 놀라게 된다. 더 흥미로운 것은 성격이 발달하는 과정에 대한 교훈도 인체 이야기에 있다는 점이다. 해부생리학, 면역학, 병의 원인과 진행에 대한 병태생리학, 영양학, 독성학, 뇌신경과학 같은 다양한 의약학 연구들에서 몸을 돌보는 정보만이 아니라 가족과 사회를 돌보며 자기 삶을 가꾸는 데 도움이 될 이야기를 찾아보자.

먼저 인체, 생명의 기본단위인 세포가 사는 방식 이야기에서 출발해 보자. 한 세포가 정상적으로 활성화되려면 그 세포 내의 ‘소기관’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이 있다. 학자들은 이를 가정을 돌보는 ‘살림(housekeeping)’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그래서 ‘세포살림(cellualr housekeeping)’이라는 전문 용어를 쓴다. 한 세포 안에는 세포를 조절하는 핵 이외에 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미토콘드리아, 필요한 새로운 단백질을 합성하는 조면세포질그물(RER) 등 몇 가지 소기관들이 가족으로 함께 산다.

몸이 병들어가는 과정에 대해 알려주는 병태생리학에서는 세포가 정상적인 ‘살림’을 하는 모습의 특징을 보여줄 때, 막으로 결합된 소기관 내에서 독특한 구획을 나눔으로써 세포의 기능이 분리되는 ‘구획화’를 강조한다. 예를 들어 유해한 분해효소 등이 다른 세포 성분에 해를 입힐 위험이 없게 어떤 소기관 내에 저장하거나, 대사경로를 조절할 독특한 세포 환경을 ‘구획화’에 의해 만들 수 있다. 소기관의 기능에 대한 복잡한 이야기들을 생략해 설명이 부족할 수 있지만, 이 ‘구획화’라는 생리의 기전이 ‘적절한 분리’, ‘역할을 위한 독특한 공간’이 건강한 세포 가족 안의 삶에 필요하다고 알려줌은 분명하다.

그럼 왜 ‘적절한 분리와 독특한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사람들이 이룬 가족에서도 중요할까? 한 사례를 보자. 성격발달 연구자로 유명한 설리번(H. S. Sullivan)의 대인관계 이론에서는 불안과 긴장을 느끼는 엄마로 인해 아이가 불안을 경험하는 게 반복되면, 아이는 ‘나쁜 나’라는 자아상을 키워가게 된다고 경고한다. 예를 들어, 아기가 울음을 그치지 않거나 음식을 거부하거나 목욕을 하려 하지 않는 등의 행동을 할 때, 양육하면서 불안하고 긴장함을 느끼는 엄마는 아이의 이런 행동에 대해 더 과민하게 반응한다. 이는 엄마의 긴장이 아이에게 불안을 유발하는 전형적인 사례다. 엄마(양육자)가 자신의 불안을 자기 마음에 가두는 분리를 하지 못하고 자녀에게 떠넘기는 것인데, 이는 무의식적인 것이어서 엄마는 자신과 아이의 정서에 적절한 분리가 되지 않았음을 깨닫지 못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떡처럼 뭉개져 합쳐진’ 건강하지 않은 가족이 된다고 가족의 역동을 다루는 대상관계이론에서는 경고한다.

이런한 모습이 우리 집안에 있는가? 건강한 생명을 나누는 가족이 되기 위해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가족을 무엇이라 정의하는가? 세포의 이야기는 ‘삶을 주고 함께 키워가는 생명의 공간’이란 메시지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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