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상 기자의 흔들리는 시선] 법원, 장애인 일실이익 불인정은 헌법 기본정신 반한다는 것도 모르는가
상태바
[이재상 기자의 흔들리는 시선] 법원, 장애인 일실이익 불인정은 헌법 기본정신 반한다는 것도 모르는가
  • 이재상 기자
  • 승인 2023.02.08 10:14
  • 수정 2023-02-23 09: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해 벽두부터 거주시설에서 활동지원사에게 맞아 사망한 중증지적장애인의 일실이익을 전면 부정한 법원의 차별적 판결이 나와 장애인들을 분노케 했다.

서울고등법원은 1월 19일 평택 미신고시설 ‘평강타운’ 폭행·사망 사건 중증지적장애인 피해자 유족 등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중증장애인 인신사고의 경우 현재 수입이 없고 향후 노동에 종사할 개연성이 낮다’는 이유로 일실이익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했다.

‘일실이익’이란 타인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발생 사실이 없었다면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되는 이익이다. 예를 들어 사고로 생명을 잃었을 때 사고가 없었다면 사망자가 어느 정도의 수입을 올렸을 것인가를 산정해 손해액을 산출한다.

판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일 사고를 당했음에도 장애인 인신사고의 경우 평강타운 사례처럼 일실이익을 아예 인정하지 않거나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반면, 비장애인의 경우 무직자, 학생, 미성년자, 가정주부 등 일정한 수입이 없는 사람이라도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나 종사해 얻을 수 있는 일반 일용노임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이 같은 판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이며, 이는 인간의 평등 및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존중이라는 헌법의 기본정신에도 어긋난다는 장애계의 비난을 받은 지 오래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지난해 2월 발간한 ‘장애인차별 시정과 평등 실현을 위한 법원 판례 바꾸기 운동’ 첫 번째 자료집에서 서울대학교 공익인권법센터 김남희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현행 장애인 관련 법규는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을 통한 사회통합을 목표로 장애인의 고용을 장려하고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데, 사법부가 장애인의 권리를 제한하고 비장애인과 차별하는 방식으로 판결을 내리는 것은 관련 법령의 취지와 명문에도 반하는 측면이 있다. 장애인의 일실수익 산정과 관련해 사법부의 보다 적극적인 논리 구성과 판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눈을 가린 채 서 있는 법의 여신상을 한 번 더 보고 막연히 경험칙상으로 시작하는 기존 판례만 의존하지 말고 장애인이 맞아 죽어서도 차별받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