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선 전문기자의 생활과학 톺아보기] 격려하는 문화, 면역력도 살린다
상태바
[이창선 전문기자의 생활과학 톺아보기] 격려하는 문화, 면역력도 살린다
  • 이창선 기자
  • 승인 2023.01.09 11:00
  • 수정 2023-02-16 15: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격려가 면역력과 관련이 있다는 말이 놀라운가? 영양제나 음식뿐만 아니라, 격려가 면역력 관리에 필요하다. 면역학과 ‘심리신경면역학’이란 과학 분야는 이 사실을 알려 주었다.

대표적인 면역세포 세 가지 중 첫째는 몸의 적과 싸울 항체를 생산하는 ‘비세포(B cell)’다. 비(B)세포가 감소하면 항균작용과 항염 작용이 약화된다. 비(B)세포를 감소시키는 대표적인 요인은 몸 안에 활성산소가 많아지는 노화와 스트레스, 불안 등으로 인한 교감신경계의 자극, 아연 대사 이상이다. 둘째는 바이러스나 종양 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군사인 ‘티세포(T cell)’다. 셋째는 암을 예방하거나 암 투병에 중요한 ‘자연살해세포(Natural Killer cell)’이다. 우울 기분이 오래 지속되는 사람은 우울 기분이 없거나 적은 사람들에 비해 자연살해세포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우울증 환자는 상처가 생겼을 때 쉽게 낫지 않거나 면역계 질환에 걸릴 수 있음도 발견되었다. 그 이유는 상처 회복 과정에는 비(B)세포와 티(T)세포가 일하도록 조절하는 물질인 ‘사이토카인’이란 것이 필요하고, 염증을 촉진하는 사이토카인과 염증을 억제하는 사이토카인 두 종류가 상호작용하면서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그런데 우울증을 겪는 중에는 ‘염증 촉진 사이토카인’이 감소되기 쉽다. 지속적으로 염증 촉진 사이토카인이 감소하게 되면 당연히 두 종류 사이토카인의 균형이 깨지고, 각종 질환의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즉, 우울증 환자는 이 두 종류 사이토카인의 균형에 문제가 생겨 면역질환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에 글레이저(Glaser)가 발표한 의대생들의 면역검사와 심리검사를 1년 추적한 연구에서는 기말고사 스트레스가 면역세포 감소와 연결되어 있었고,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학생일수록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이 연결 정도가 더 컸다. 1987년과 1997년에 글레이저는 추후 연구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커플들의 면역력이 그렇지 못한 커플보다 건강하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러한 연구결과들은 ‘사회적 지지’가 면역력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는 심리신경면역학계의 주요 근거가 되었다.

‘사회적 지지’라는 학술 용어를 좀 더 친근한 말로 바꾼다면 ‘용기나 의욕이 솟아나도록 북돋워줌’이란 뜻이 담긴 ‘격려’일 것이다. 불안과 우울장애에 대처하는 인지행동치료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도 이 ‘격려’가 중요하다고 알려졌다. 불안에 대처하는 인지행동치료의 핵심은 걱정을 유발하는 핵심 사고의 내용을 알아차리고, 불안 때문에 하는 행동을 발견하며, 그 행동들을 불안하지 않은 행동으로 변경해 실천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실패 경험을 줄여 주고, 포기하지 않게 이끄는 것이 불안장애 치료 성공의 관건으로 꼽힌다. 이를 위한 피드백 방법, 돌봄을 위한 의사소통의 방식을 압축하는 좋은 표현이 ‘격려’다. 우울장애는 유형이 다양하여, 대처하는 상세 방법에는 유형별로 차이가 있지만, 불안 대처와 공통적인 것은 바로 ‘격려’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격려, 사회적 지지를 주고받는 것은 단지 개인행동의 선택만은 아닐 수 있다. ‘격려’도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대화 방식, 삶의 방식인 ‘문화’다. 사랑을 받아 본 이가 사랑을 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렇다면 격려하는 문화를 만듦은 더 나은 보건과 건강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