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성년후견제도를 보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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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성년후견제도를 보고나서
  • 편집부
  • 승인 2010.04.12 00:00
  • 수정 2013-02-05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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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진/ 전국장애인부모연대
▲ 박미진/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독일의 성년후견제도는 기존의 한정치산 및 금치산제도를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과 잔존 능력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1991년 개정되어 시행된 지 벌써 18년이 되었다. 성년후견제를 이용하는 사람은 장애의 종류에 상관없이 만19세의 성인이 사회성, 판단 및 지적능력 부족으로 인해 자신의 사무를 전적 또는 일정부분을 후견인에게 위임하는 제도이다.

독일의 성년후견제의 전달체계를 간단히 살펴보면, 연방법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재정은 주정부에서 자발적으로 편성하고 후견법원은 판사로 하여금 후견인을 결정하고, 성년후견주무관청이 후견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를 관리감독하고, 민간인 후견사단을 통해 자원봉사 성년후견인의 활성화와 효과적인 후견업무를 위한 성년후견인 확보, 교육, 후견인들 간의 경험 공유 등 실질적인 후견서비스를 하고 있다. 청구권자 제한이 없어 후견인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이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고 빠른 시일 내에 후견인 선임이 진행되고 있으나 현재까지 남용사례는 없다고 한다.

독일의 성년후견제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것만은 꼭 알아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적 및 자폐성장애인이 만19세 성인이 되어 한정치산이나 금치산 선고를 받지 않고 부모가 후견인이라 할지라고 경제적인 손실에 대해 당사자가 법적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지만, 독일은 발달장애인이 성인이 되더라도 부모가 후견이이 되어 끝까지 돌보며 또한 법적인 보호를 받는다. 따라서 부모가 있는 경우 부모가 후견인이 되므로 굳이 후견제도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 다만 당사자가 부모나 가족에게 후견을 받지 않으려 할 경우는 후견인을 선임할 수 있다. 또한 재산이 있는 경우는 당사자가 후견비용을 지불하고, 지불능력이 없는 경우는 국가가 전액 부담한다. 또한 우리나라 장애부모처럼 부모 사후에 대해 걱정이 없다. 왜냐 하면 국가에서 그들의 삶을 전적으로 책임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장애인부모가 성년후견제도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장애자녀가 성인이 되더라도 부모가 후견인으로서 법적인 역할을 기대하고 부모 사후에 장애자녀에 대한 재산이나 신변을 보호받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독일과 우리나라는 국가제도나 인식이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독일의 성년후견제도 그 자체로 이해하고 우리나라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정서와 복지체계를 감안하여 몇 가지 제안해보고자 한다.

첫째, 성년후견을 결정하는 가정법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독일의 경우 판사가 직접 당사자가 친숙한 환경에서 면담을 진행하고 있을 정도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높고 후견업무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독일처럼 하기는 어려울지라도 후견업무를 담당하는 판사가 최소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들의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법무부 차원에서 후견업무를 담당하는 판사에 대한 정기적인 직무 및 인성교육에 대한 기준을 별도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둘째, 성년후견인 양성과 공급 등 후견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을 위한 가칭 ‘성년후견주무관청’을 설립하여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해야 한다. 왜냐하면 후견인의 업무가 재산관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의 신상과 관련한 부분도 함께 지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후견인은 자원봉사로 활동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장애인단체 등 민간을 통해 자원봉사후견인을 발굴하여 후견활동을 활성화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는 성년후견의 근본 취지에도 부합하고 후견비용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관심과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성년후견비용에 대한 정확한 추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후견비용으로 연간 소요되는 비용은는 2007년 현재 6억239만9천169유로(원화 약1조원)에 이르고 있다. 이는 2004년보다 11.9% 늘어난 예산이며,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로 독일도 경제적으로 어려워 주마다 은행에서 차입하여 쓰고 있으나 후견비용을 줄일 생각은 없다고 했다. 따라서 이 제도가 실효성 있고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비용에 대한 정확한 추계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년후견제는 지적 및 자폐성 장애인의 기본권이 제대로 보장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도입되는 제도인 만큼 이들이 지역사회의 통합을 촉진하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 도입에서도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단순한 보호조치로만 기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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