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용 쇼핑카트,“눈 씻고 찾아도 없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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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용 쇼핑카트,“눈 씻고 찾아도 없던데요!”
  • 정은경 기자
  • 승인 2022.12.02 17:38
  • 수정 2022-12-03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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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비치 의무화 반년
유명무실…안내판 없고 부착
어렵고 계산도 할 수 없어
세부지침 마련-현장점검 시급

장애인솔루션, 제도개선 요구

#1. A 씨(54세)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다. 활동지원을 신청했으나 여러 조건이 맞지 않아 활동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A 씨는 대형마트를 이용할 때도 혼자 쇼핑을 해야 한다. 지난 7월 28일 대형마트 내 장애인용 쇼핑카트 비치 의무화 이후 장애인용 쇼핑카트를 이용해보고자 했으나 그가 주로 이용하는 이마트에서는 장애인용 쇼핑카트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곳만 그런가 싶어 A 씨는 자신이 주로 이용하는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의 이마트 두 곳과 롯데쇼핑몰 한 곳, 홈플러스 세 곳을 더 가보았으나 역시 장애인용 쇼핑카트에 대한 어떤 안내판도 찾아볼 수 없었다.

#2. 인천시 계양구에 있는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양준호 센터장의 전언이다. 지난 9월 모 지역신문의 요청에 의해 센터 이용인 중 휠체어 장애인 한 사람을 장애인용 쇼핑카트 이용 실태 조사에 동행하게 한 적이 있었다. 현장점검에 나섰던 B 씨는 실망감 가득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계양구에 있는 한 대형마트에서 장애인 쇼핑카트를 이용해 장을 보고자 했으나 비장애인용 카트가 있는 1층 출입구 세 곳을 모두 둘러보아도 장애인용 쇼핑카트는 없었다. 결국 고객센터에 문의해서야 구석에 처박혀 있던 장애인용 카트를 찾을 수 있었고, B 씨가 이를 이용하겠다고하자 고객센터 직원은 카트 대여 확인증에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써달라고 요청했다. 쇼핑카트를 이용하는데 개인정보까지 요구하다니, B씨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꾹 참고 쇼핑카트 이용에 도전했으나 구석에서 겨우 꺼낸 쇼핑카트는 휠체어 다리 받침대에 연결해 사용하는 ‘수동’ 휠체어용 카트여서 전동 휠체어를 사용하는 B 씨는 결국 이용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근처의 다른 대형마트도 마찬가지였다.

▲장애인용 쇼핑카트(사진=sambocorp 홈페이지)

지난 7월 28일부터 시행된 개정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 등 편의법’)에 따르면 3천㎡ 이상의 대형마트에서는 최소 3개 이상의 장애인용 쇼핑카트를 비치하고 안내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법 시행 6개월이 다 돼가는 현재까지 이 규정은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의 두 사례는 2일, 장애인제도솔루션(이하 솔루션)이 장애인용 쇼핑카트 실태조사 후 발표한 보도자료 배포 후 본지에서 직접 취재한 사례다.

솔루션이 지적한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전동휠체어가 한쪽만 부착 가능해 쇼핑카트를 한 손으로 고정하고 움직여야 하고, 쇼핑카트를 장착하는 것도 타인의 도움을 통해서만 장착이 가능하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계산대 간 간격이 너무 좁아 장애인용 쇼핑카트가 들어갈 수 없다는 점이다. 셀프계산대를 이용하더라도 키오스크나 카드리더기의 위치가 높아 계산이 힘들다.

이는 쇼핑카트에 대한 규격이 다양하지 않고, 법으로 최소한의 규정도 마련되어있지 않아 나타난 문제다. 모든 휠체어가 동일한 규격이 아니기 때문에 쇼핑카트도 맞춤화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많은 휠체어가 이용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지 않은 것은 법제도의 현실적 적용 가능성을 무시한 처사라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대상시설 내 설치해야하는 편의시설 종류에는 ‘계산대’ 기준이 없다. 계산대와 유사한 ‘접수대’나 ‘매표소’는 있다. 휠체어가 들어갈 전면 공간 확보에 대한 얘기는 있으나, 통로나 폭에 대한 기준은 없는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제기돼야 할 문제점은 장애인 쇼핑카트가 제대로 비치돼있는지, 장애인이 손쉽게 찾아 쓸 수 있도록 했는지를 관계기관에서 점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본지가 취재한 두 사례 모두에서 당사자들이 지적한 문제는 “장애인용 쇼핑카트를 찾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규정에 의하면 분명히 ‘안내하도록’ 돼있으나 막상 현장에서는 적절한 안내를 받을 수 없었던 것.

법이 좋은 취지로 개정돼도 현실에서 제대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지침과 점검이 필요하다. 장애인용 쇼핑카트가 의무화된 지 반년이 지나도록 법전의 ‘문자’로만 남아 있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지금이라도 관련 부처는 철저한 현장점검과 함께 세부적인 지침을 만들어 장애인들이 쇼핑과 같은 소소한 일상에서조차 차별을 받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

장애인용 쇼핑카트 실태조사를 한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에서는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에 장애인등편의법 시행규칙 [별표3] ‘휠체어등을 비치하여야 하는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의 범위와 비치용품의 종류’ 비고란에 모든 휠체어가 이용 가능하도록 장애인용 쇼핑카트 규격에 대한 내용을 기재하고, 동 규칙 [별표1] ‘편의시설 구조·재질 등에 관한 세부기준’ 내에 ‘계산대’에 대한 기준 마련하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으론, 취재에 협조해준 양준호 센터장의 “장애인용 쇼핑카트 비치도 중요하지만 공공일자리 사업으로 장애인 활동지원인 같이 장애인들의 쇼핑이나 영화관람 등을 도와줄 인력을 영화관이나 쇼핑몰 공공시설에 배치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직원 등에게 눈치를 보며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도 장애인도우미가 있다면 당당하고 편안하게 쇼핑이나 영화관람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제안도 고려해볼 만한 대안이 될 수 있겠다.

현실성 있는 제도개선이 시급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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