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접근성의 보장과 시각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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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접근성의 보장과 시각장애인
  • 편집부
  • 승인 2010.03.22 00:00
  • 수정 2013-02-0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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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완식 /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 사무국장

21세기 들어 우리 사회가 지식 정보화 사회로 급격히 변화하면서 정보의 가치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가 과거 신문이나 라디오, 전화, 텔레비전과 같은 일방적인 정보전달수단에서 벗어나 거대한 인터넷망(web)으로 변화함에 따라 정보전달의 가속화는 물론 정보의 생산량 또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을 통하여 정보의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누구나가 정보를 생산, 재가공할 수 있게 되어 정보를 누가 많이 가지고 있는가, 또는 정보를 얼마나 빨리 획득할 수 있는가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인터넷 환경의 등장이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이용할 권리를 보장하지는 않는 것이 문제이다. 특히 우리 시각장애인의 경우 대부분의 정보가 시각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인터넷 환경을 이용하기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질적인 성장보다는 양적인 팽창 정책을 펴옴으로써 사용하기 쉬운 인터넷보다는 보여주기 좋은 인터넷 환경이 된 것이 현실이다. 지난 10년 동안 인터넷 통신 환경과 웹사이트는 수백, 수천 배의 팽창을 이루었지만 시각장애인의 정보 획득의 기회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 정보격차를 줄이기 위하여 정부 및 민간기관들에서 다각적인 노력을 펼쳐 오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전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은 2002년부터 문제를 직시하고 웹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 오고 있으며, 이러한 정책의 추진을 통하여 한국웹콘텐츠접근성지침1.0을 국가 표준으로 제정하여 이를 기반으로 웹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웹개발자 교육, 웹접근성 실태조사, 품질마크 인증제도 등을 실시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서도 지난 2009년부터 웹표준 및 접근성 강화사업을 통하여 정부기관 웹사이트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정부기관을 제외한 민간기관에서도 웹접근성 평가, 컨설팅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우리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도 지난 2008년 12월 8일에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를 설립하고 웹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특히 우리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에서는 시각장애인이 사용하기 좋은 웹사이트 구축을 유도하기 위하여 사용자 웹접근성 우수 사이트 마크(UWA)를 제정하고 웹사이트 평가를 통하여 마크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정부에서 실시하는 품질마크 인증의 사용자 평가를 담당함으로써 품질마크 인증이 기술적 기준만이 아니라 사용자의 니즈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하여 마크를 부여받은 사이트의 실질적인 이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나라 웹 환경은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에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인터넷 뱅킹이나 각종 예약 사이트, 증권과 같은 거래 사이트의 경우 아직도 전혀 이용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이로 인하여 시각장애인은 이동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은행에 직접 방문하여 금융거래를 해야 하며, 인터넷 쇼핑을 통하여 편리하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매장에 가서 구매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주된 문제를 몇 가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의 일방적인 팽창 정책을 들 수 있다. 인터넷의 질보다는 양적인 팽창을 초래함으로써 나타난 문제로, IT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정책이었으나 정보격차를 해소하지 못함으로써 반쪽짜리 IT 강국이 되었다.

둘째, 정부의 의지 부족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웹에서의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하여 재활법 등을 만들고 이를 통하여 웹접근성을 지키지 않으면 정부입찰 참가 제한을 두는 등의 강력한 정책을 마련하여 펼쳐 오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정책은 거의 마련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셋째, 개발자의 지식 부족을 들 수 있다. 웹 환경이 급격히 팽창함에 따라 많은 개발자가 필요하게 되었고 학원 등을 통하여 많은 수의 웹 마스터들이 양성되었으나 이 과정에서 웹 표준 및 접근성에 대한 교육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넷째, 시각장애인들의 관심 부족을 들 수 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인터넷 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다양한 노력을 해오고 있지만 이러한 내용을 알고 있는 시각장애인은 거의 없다. 또한 관련 분야 학술대회 등을 개최해도 관련 전문가 및 개발자 등만이 참석하고 사용자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 등의 참석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하여 우리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함으로써 일방적인 웹 환경이 구축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 시각장애인이 사용하기 좋은 웹 환경, 시각장애인의 삶의 질을 바꿔 줄 수 있는 웹 환경을 만들기 위하여 시각장애인 스스로의 관심과 의사 표현이 매우 중요하다.

옛말에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이 말을 간과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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