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장애인의 실력으로 ‘뇌를 건강하게 키우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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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장애인의 실력으로 ‘뇌를 건강하게 키우는 사회’...
  • 이창선 기자
  • 승인 2022.12.01 11:27
  • 수정 2023-01-10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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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선_기자

월드컵 축구 경기에서 뛰는 선수들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스트레스가 적절한 각성을 일으켜서 집중력을 갖게 하는 수준이면, 긴장이나 관중의 함성 등으로 인해 주의가 산만해짐을 막아 준다. 그러나 더 과도하게 두려움에 싸이는 수준으로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이처럼 스트레스는 적당한 수준으로 사용할 때 유용하다. 더 흥미로운 것은 지나친 스트레스 반응을 감소시키는 방법으로 ‘생각’이 사용된다는 점이다. 과거에 성공했던 시합에서 훌륭히 해냈던 장면들을 회상하는 상상 기법의 효과도 알려져 있다.

생각에 따라 스트레스 반응 유발과 관련한 뇌 신경계의 활동 양상도 변화한다는 보고들도 쌓이고 있다. 지나친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주요 방법인 이완반응의 중요한 요소를 찾아냈던 하버드대학의 벤슨에 의하면, 스트레스를 주는 사건이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을 변화시킴으로 스트레스 반응 유발과 관련된 부신피질의 활동을 완화할 수 있다. 불안과 뇌신경의 관계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한 독일의 의학박사 휘터는 스트레스의 결과가 좋고 나쁜 것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렸다고 알려준다. 그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가며 성공할 때 불안이 줄어들고 자신감이 생기는 느낌을 ‘조절할 수 있는 스트레스 반응’이라고 불렀다. 이러한 경험 중에는 뇌에 광범위하게 있는 노르아드레날린 뉴런의 활성화가 일어나서, 몇 가지 과정을 거쳐 결과적으로는 뇌 안에서 신경돌기를 성숙시키고 시냅스를 생성하거나 성숙시키는 긍정적인 가소성 변화가 일어난다. 다시 새로운 부담이 와서 또 조절할 수 있다고 여기며 대처하면 노르아드레날린 시스템의 반응이 강화된다. 다시 말해, 노르아드레날린 영향력의 강화는 조절할 수 있는 스트레스를 다양하게 주면 일어나며, 이 과정에서 신경세포의 접속은 최대한 복잡하게 촘촘히 형성되고 확립되어 뇌는 능력을 키워간다.

그러나 속수무책이라는 느낌과 절망감이 느껴지는 압박감을 장시간 반복적으로 느낄 때는 글루코코르티코이드가 활성화된다. 이 수치가 장기적으로 고조되고 심해지면 다른 뉴런들도 해를 입으며, 노르아드레날린계 신경 밀도가 감소 될 수 있다. 이는 압력을 받는다고 느낄 때 어쩔 줄 몰라 하는 태도, 생각 습관이 뇌신경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침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뇌신경과학의 이야기들은 특히 장애인들의 매력을 돋보이게 할 수 있다고 본다. 장애인이란 ‘새롭고 다양한 도전을 계속 맞이하는 대표 집단’이니까 말이다. 장애인들의 도전 이야기를 듣고 보는 것은 자신의 뇌에 노르아드레날린 시스템 활성화를 응원할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장애인들의 뉴스가 사회 전반에서 나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스트레스 극복에 도움을 주는 생각의 종류에는 ‘공동체 의식’을 느끼는 것도 포함된다.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런던을 폭격할 때 극도로 스트레스를 느끼는 주민들에 관한 연구에서, 정신병이나 스트레스 관련 질병 발생이 매우 낮았던 이유로 지적된 것이 독일군에 맞서는 시민의 단결력이었다. 이는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도 유대감이 있으면 스트레스 관련 질병 발생을 낮출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유대감을 함께 하여 스트레스를 줄임은 뇌에서 학습되어 끊기 어려운 중독을 치료하는 힘으로도 알려졌다. 알코올, 흡연, 도박 중독 치료에서 지지집단에 참여함을 권하는 것이 그 이유이다. 고난을 겪는 중에는 친구가 필요함이 확인된 셈이다.

이러한 증거들로 볼 때, 뇌세포의 활동은 사회의 영향을 받는다고도 볼 수 있다. 생각하는 방식에 따라 뇌세포의 활동이 달라지며, 생각의 내용과 생각의 방식은 주위 관계와 사회의 영향을 받아 이뤄지기 때문이다. 거대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작은 변화를 ‘티핑 포인트 (tipping point)’라고 한다. 예를 들어, 냉동실에 물병을 넣으면, 점차 물 온도가 떨어져 가다가, 어느 순간 물이 얼음으로 확 바뀐다. 얼음으로 향하는 물 온도의 변화처럼, 뇌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일상의 행동이 있다. 운동이나 식사 같은 일상생활 행동이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강력하다. 인지 활동과 정서가 안정되려면 운동과 적절한 영양섭취 및 적절한 수면이 기본 요소로 필요하다. 이 요소들이 박탈되어 가는 것은 티핑 포인트가 된다. 한편, 폭력장면을 보고 듣는 경험의 반복도 뇌 변화에 티핑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중대한 뇌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 요소들의 공통점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주변인들과의 관계, 사회의 책임이 함께 내포된 것이다. 태아와 영유아, 아동과 청소년, 장애인, 환자, 노인 등에게 식사와 운동의 좋은 질은 혼자의 힘으로 담보할 수 없다. 도움이 되는 공동체 의식과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적절한 생각의 연속도 교육과 경험 및 정서 지원, 경제 지원의 동반이 필요할 것이다. 빈곤의 문제에 함께 대처할 주위에 있는 사람들, 더 넓게는 사회망이 함께 참여함이 필요하다. ‘뇌를 건강하게 키우는 사회’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뇌 건강을 키워 줄 돌봄 인력이 ‘주위에 없는 이들’의 목록을 만들어 볼 필요가 있다. 가족이 사라진 노숙인과 지적장애인 부모 가정에서 방치된 자녀 등이 사례이다. 이 외에도 생각나는 이들의 목록은 길 것인데, 이 목록에서 누락되는 이들을 촘촘히 발견하고 돕는 힘이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들과 연합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장애란 필요하지만 부족한 것을 발견하고 대처하는 과정이기에 그렇다.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들 관심이 자신에게만 함몰되지 않는다면, 우리 장애인들은 자신을 장애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들을 응원하는 것을 포함하여 뇌를 건강하게 키우는 사회 형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은 글이 사회발전을 위하여 장애인의 실력을 모으는 방법에 대한 창의적인 ‘생각’을 촉진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의 티핑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부모가 지적장애인인 가정의 자녀 뇌 건강을 돌보는 촘촘한 관계망을 장애인이 만들어 가고, 우리의 큰 가족인 북한 아동의 뇌 건강을 후원하는 창의적인 활동을 포함해 다른 유형의 장애인들 간에 활동지원가들이 활성화되는 등의 상상을 해 본다. 그런 장애인들의 매력을 보는 이들을 통해 어느 날 장애인들의 필요 충족을 돕기 위해 예산을 편성하자는 정치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어 갈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뇌를 건강하게 키우려면 온 사회의 협력이 필요하다. 누구에게나 건강은 개인이 혼자 키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협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하던 대로 하려는 관성의 법칙이 어느 정도 작용하기에, 새로운 관심을 갖고 실천하려는 변화에는 저항이 뒤따를 수 있다. 그러나 골대에 공을 넣듯 뇌 건강을 키워가는 사회의 세부 목표들이 수립되고 이뤄져 갈 것을 희망한다. 공을 발에 붙드는 월드컵 선수처럼, 생각을 뺏기지 말고 함께 서로 주고받으며 달려가자. “골~ 인~!”의 기쁜 함성 담긴 뉴스가 자주 오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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