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_고령자·장애인 등의 자기결정권 확대와 사회활동 지원 방안]‘의사결정지원법’ 제정…국가가 장애인 등 의사결정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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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_고령자·장애인 등의 자기결정권 확대와 사회활동 지원 방안]‘의사결정지원법’ 제정…국가가 장애인 등 의사결정 지원해야
  • 이재상 기자
  • 승인 2022.12.01 11:02
  • 수정 2022-12-01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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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도입된 성년후견제도의 경우 피후견인의 의사결정을 대리해 당사자들의 법적 권리가 박탈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으며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도 의사지원결정체계를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국민의힘 이종성, 전주혜 의원은 ‘고령자·장애인 등을 위한 의사결정지원법안 토론회’를 11월 18일 국회 제9간담회실에서 개최하고 장애인 등 당사자의 자기결정권 확대와 사회활동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_이재상 기자

 

판단능력 결핍되거나 없어진 경우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행사할 수

있도록 국가 지원하는 제도 필요

개인예산제도 시행하는 국가들,

복지대리인-의사결정지원자 운영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도 고령사회, 위험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과 장애인의 권리행사를 어떻게 충실히 보장할 것인지가 사회적 의제로 등장하고 있다.”며 “예기치 않게 판단능력이 결핍되거나 없어진 경우에도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행사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는 ‘고령자·장애인 등의 의사결정지원을 위한 법률’(의사결정지원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치매, 질병, 장애로 판단능력이 떨어진 경우 ‘위임장’ 형식의 민사대리권을 적절히 활용하면 자신의 권리행사에 어려움이 없지만, 현실에서는 대리권을 증명할 방법이 복잡하고 어려워 사용되지 않고 있다.

판단능력이 떨어진 사람들을 위해 국가가 지원하는 공공후견인, 복지제도상의 대리인 등 복지대리권제도가 있지만 지원, 관리, 감독이 충실하지 않아 제대로 활용되지 않거나(공공후견인의 경우), 남용되거나 악용되는 사례(복지제도상의 대리인)가 빈번한 상황.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지난 2014년, 최종견해를 통해 한국 정부가 성년후견제도의 후견인이 장애인의 의사를 결정하도록 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으며, ‘대체의사결정’이 아닌 ‘조력의사결정’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제 교수는 “개인예산제도를 시행하는 나라는 ‘의사결정지원자’를 두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개인예산제가 시행되면 복지대리인이 필요하며, 발달장애인을 위한 재산관리지원서비스가 제도화될 경우에도 ‘의사결정지원자’가 동일한 맥락에서 필요한데 이들도 복지대리인에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령자, 장애인 등 의사결정지원

위한 특별법’ 초안, 24조로 구성

 

제 교수가 공개한 (가칭) ‘고령자, 장애인 등의 의사결정지원을 위한 특별법’ 초안은 △총칙 △의사결정지원 서비스 △의사결정지원기관 △보칙 등 4장 24조로 구성됐다.

법안은 제1조 목적에서 60세 이상의 고령자, 장애인 기타 행위능력에 제한이 있는 자의 권리, 의사, 선호도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지원하거나 대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신의 권리와 의사에 따라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함을 밝혔다.
제2조 정의에서 ‘복지대리인’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대리수령인 △발달장애인법에 따른 계좌관리인 △보호시설에 있는 미성년자의 후견직무에 관한 법에 따라 선임된 후견인 등으로, ‘지정기관’은 복지대리인을 지정한 지방자치단체 또는 사회보장기관으로 규정했다.

제3조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에서 고령자, 장애인, 기타 행위능력에 제한이 있는 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이를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방식에 따라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촉진할 책임이 있음과 사회보장급여가 수급자 자신의 의사와 이익을 합치하게 전달되고 사용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관리할 책임이 있음을 명시했다.

제11조 ‘등록대리인’의 권한과 책임에서 등록대리인은 장애인 등 본인에게 중요한 의사결정일 경우 대리권 행사 이전에 본인의 권리, 의사, 선호도를 확인할 것을 의무화했다.

제16조 의사결정지원기관 업무에선 보건복지부 및 법무부가 공동으로 설치하는 공법인 등인 ‘의사결정지원기관’은 △민사대리권 및 복지대리권 등록 △등록대리인의 지원, 감독 △등록대리인의 권한 남용 또는 부적절한 권한 행사가 있을 때 등록대리인의 해임 또는 변경 기타 본인의 보호에 필요한 조치에 관한 업무 △등록대리인에 의한 지원받는 본인의 자기결정권 존중 및 행사를 위한 정책 개발, 제안 또는 시행 등으로 규정했다.

 

서면대리권 등록제도, 의사결정능력 장애인

재산 및 사회복지 관련 영역에서 스스로

선임한 대리인 통해 보다 손쉽게 자신의

의사 관철시킬 수 있도록 지원, 도입 필요

 

∎현소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의사결정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제안하고 있는 ‘서면대리권 등록제도’는 기존 법 제도의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고, 의사결정능력 장애인이 재산 및 사회복지 관련 영역에서 스스로 선임한 대리인을 통해 보다 손쉽게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킬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점에서 매우 환영한다.”며 서면대리권 등록제도가 조속히 도입돼야 함을 주장했다.

기존의 성년후견제도는 후견인에 의한 의사결정의 ‘강제적 대행’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의사결정능력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충분히 실현하기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 의사결정능력 장애인이 스스로 선임한 후견인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발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임의후견제도도 도입돼 있지만, 공정증서와 등기, 법원에 의한 임의후견감독인의 선임 등 복잡한 요건과 절차로 인해 일반인이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

의사결정능력 장애인은 민법상 임의대리제도를 활용해 의사결정을 대신하게 할 수도 있지만, 대리권 증명의 문제로 인해 권한 행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위험이 있다.

의사결정지원법안은 ‘서면대리권 등록제’와 관련, ‘대리권’은 법으로 정한 범위(가액) 내의 재산관리(일상생활, 치료, 요양 등이 중심), 대리가 허용되는 범위의 의료동의(사전지시가 있는 영역에 한정. 단, 연명의료 결정은 제외)로 한정하고 대리권을 등록하도록 하고, 국가가 대리권을 증명하는 체계를 갖춤으로써 민사대리권의 활용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등록된 민사대리권은 장애인과 고령자 본인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도록 하고, 대리인의 활동을 지원하고 감독할 수 있는 공적 체계인 ‘의사결정지원기관’을 운영하도록 했다.

대리인의 권한 남용 방지를 위해 ‘의사결정지원기관’이란 공적 체계가 본인을 지원해 대리권을 철회하도록 지원하거나 가정법원에 대리권 철회를 위한 목적의 후견인 선임신청을 할 권한을 법으로 부여하도록 했다.

이런 조치를 통해 중요한 재산문제가 걸린 것이 아닌 한, 법정후견 또는 임의후견 대신 민사법의 대리권을 활용하도록 지원함으로써 시민사회의 자율성을 제고하도록 했다.

또한 가정법원은 법정후견 선임을 통해 민사대리권의 남용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등록대리권, 지자체가 자신의 책임

민간에, 개인에게 떠넘기는 형태로

악용될 가능성 높아···현장 왜곡된

이용 방지 위한 제도적 장치 필요

 

∎배광열 사단법인 ‘온율’ 변호사는 “당장 수술이 필요한 독거 치매노인의 병원 입원 및 수술동의를 위해 공공후견인을 신청하는 사례, 자립이 어려운 독거 치매노인의 요양원 입소를 위해 공공후견인을 신청하는 사례, 정신요양시설에 장기간 입소 중인 정신질환자의 입소 연장만을 위해 공공후견인을 신청하는 사례 등 현재 공공후견 이용상황을 감안하면, 각 관계 기관이 난처한 사건을 떠넘기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현장의 왜곡된 이용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함을 주장했다.

배 변호사는 “공공후견제도 역시 지자체가 수행하는 복지제도로, 본질은 지자체가 해야 하는 사무를 조직 내에서 서로 떠넘기기를 하는 것”이라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등록대리권 역시 지자체가 자신의 책임을 민간에, 개인에게 떠넘기는 형태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

[해외 의사결정 및 재산관리 지원 사례]

 

미, 사회보장급여 대리수령제도 운영

독, 법적지원인-대리인이 재산관리 지원

 

미국의 경우 사회보장급여를 직접 수령해 관리하기 어려운 경우 사회보장기관에 신청해 대리수령자를 지정하는 제도가 널리 활용되고 있다.

대리수령제도는 1935년 제정된 사회보장법에 의해 사회보장급여 전달체계에서 의사결정능력이 미흡한 수급자를 대신해 다른 사람(또는 기관)이 사회보장급여를 수급하고 관리한다.

2020년 6월 현재, 미국의 전체 사회보장급여자 6468만8000명(월 평균급여 1,392.53달러) 중 대리수령을 이용하는 사회보장급여자 수는 514만6631명으로, 전체 사회보장급여자의 약 8%에 달한다.

의사결정능력이 있을 때 취약노인이 미리 신상보호 및 재산관리를 위한 지속적 대리권을 부여해 그 대리인으로 하여금 취약노인을 위해 신상보호 또는 재산관리를 하도록 한다.

취약노인이 미리 지정한 지속적 대리인이 없고, 후견인 선임이 필요한 경우, 또는 후견인을 감독할 필요가 있는 경우, 그 밖의 사정이 있을 때 미국의 개별 주마다 공공후견인 관청과 유사한 기관을 두고 있다.

독일의 경우 성인지원법원에서 선임한 법적 지원인, 본인이 선임한 지속적 대리권을 가진 대리인이 취약노인의 재산관리를 지원한다. 2019년 현재 약 120만 명의 법적 지원인이 성인지원법원에 의해 선임돼 활동하고 있다.

법적 지원인은 지방법원 소속 부서인 성인지원법원에서 선임되지만, 이들의 선임을 추천하고 선임된 지원인을 지원, 감독하는 업무는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 부서인 성인지원과에서 담당한다. 이들의 역할은 지원인이 지원계획을 수립해 피지원인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도록 조력하는 것이다.

독일의 다수 주는 정신보건법에서 비자의 입원한 환자를 위한 의사결정지원자 또는 옹호자제도를 두고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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