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가 장애인차별금지법 안 지켜도 되나
상태바
법원행정처가 장애인차별금지법 안 지켜도 되나
  • 이재상 기자
  • 승인 2022.11.09 09:25
  • 수정 2022-11-09 09: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뇌성마비장애인, 언어장애로
3년 연속 법원직 공무원시험
면접서 불합격···소송 제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 등은 11월 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언어장애인 법원직 공무원 차별 관련 소송제기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3년간 법원 공무원 장애인 구분모집 선발과정에서 차별행위 등 인권침해 행위가 있었다며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법학을 전공한 뇌성마비장애인 박 모 씨는 2010년부터 법원직 공무원 시험에 도전해 지난 8월 9일 치러진 ‘2022년도 법원사무직렬 9급 공개경쟁채용시험 장애인 구분모집’에 지원해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하지만 이후 일반 면접시험과 심층 면접시험이 진행되면서, 최종적으로 법원행정처장으로부터 불합격처분을 받았다.

올해 3월 16일 공고된 이번 9급 법원사무직 모집은 총 383명 중 28명을 장애인구분모집으로 선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장애인을 모집하는 과정에 법원행정처는 필기시험에 대한 편의지원 종류만 안내헸을 뿐, 박 씨와 같이 언어장애를 가진 사람의 면접시험에서의 편의지원에 대해서는 전혀 안내하지 않았다.

이후 필기시험 안내에 따라 박 씨는 ‘1.5배 시험시간 연장’, ‘확대답안지’ 등의 지원을 받아 필기시험을 치렀고 7월 14일 필기시험 합격을 확인했다. 당시 장애인구분모집 필기시험 합격자는 선발 예정 인원 28명보다 훨씬 적은 4명이었으며 박 씨는 합격선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후 인성검사 3차 면접시험이 진행됐지만, 시험안내에 장애유형과 정도에 따라 제공돼야하는 편의제공의 내용이나 편의제공 신청방법에 대한 것은 전혀 없었다.

박 씨는 장애에 대한 편의지원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면접시험을 치러야했다. 또한 면접시험에서 면접관 중 한 명은 ‘박 씨의 발음이 좋지 않은데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취지의 질문을 하기도 헸다. 장애인을 무시하는 질문에 화가 났지만, 면접관과 싸우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생각나서 문제제기를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면접이 다 끝났다고 생각했던 당일 저녁 9시경 심층 면접 대상자라는 전화 연락을 받았다. 물론 이번에도 심층 면접의 시각과 장소를 안내했을 뿐, 어떤 편의지원이 필요한지 묻거나 안내하는 내용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심층 면접 면접관은 ‘업무를 하다보면 민원인과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데 할 수 있습니까?’라거나 ‘자기소개서에 조음장애란 단어가 있는데 무슨 뜻인가요?’라고 묻는 등 당사자의 장애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장애차별적인 질문을 이어갔다.

박 씨에게 이번 면접은 처음이 아니었다. 2020년과 2021년에도 각각 필기시험에는 모두 합격했지만 면접시험을 치르면서 최종적으로 불합격처분을 받았다. 3년 연속 열심히 준비해 필기시험을 통과해도 결국 법원행정처는 마지막 면접 과정에서 박 씨를 계속 불합격시켰다.

이에 박 씨는 필기시험 성적과 무관하게 언어장애가 결국 불합격의 원인이라면 내년 시험에서도 역시 합격이 어려울 것이라는 절망적인 생각에 법원행정처 등을 상대로 불합격처분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대리인단 희망을만드는법 최현정 변호사는 “원고 박 씨가 13년 동안 오직 법원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이유는 법원이라면 자신의 장애가 아니라 능력을 공정하게 평가해줄 것이라는 기대와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법원행정처는 법령이 정한 절차를 위반하고 장애를 이유로 시험에서 탈락시켰다.”고 비난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장차법)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같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애인의 성별, 장애의 유형 및 정도 특성 등을 고려한 모든 수단과 조치’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고용의 면접 과정에서 장애를 언급하는 질문은 하지 못하도록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최 변호사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행위를 판단하고 장차법이 지켜질 수 있도록 엄중한 기준을 제시해야하는 법원이 정면으로 장차법을 위반하고 있다, 뒤늦게라도 법원이 이 사안에 대해 법에 따라 제대로 판단하길 촉구한다.”고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