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_장애인자립생활센터, 어떤 곳인가] ‘차별없는 평등한 세상’ 장애인 자립생활 위한 당사자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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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_장애인자립생활센터, 어떤 곳인가] ‘차별없는 평등한 세상’ 장애인 자립생활 위한 당사자단체
  • 정은경 기자
  • 승인 2022.10.21 09:08
  • 수정 2023-05-19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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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함께 주목을 받은 단체가 ‘장애인자립생활센터’다. 기관인가 싶으면 아니고, 그렇다고 운동단체도 아니다. 장애인들을 위한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을 보니 ‘복지관’과도 비슷하다. 그 정체성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어떻게 생겨났으며, 무엇을 하는 곳인지를 살펴봤다. 장애인 당사자가 주체가 되어 생겨난 당사자단체, 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알아 보자.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IL 사업과 활동지원서비스 사업을 양대 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동료상담, 활동지원서비스, 개인별 자립지원, 권익옹호활동 장면들이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사진 제공=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자립생활이란 우리가 모든 것을 우리 스스로 하기를 원한다거나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자립생활은 우리의 비장애 형제와 자매, 이웃과 친구들이 당연히 누리고 있는 매일의 삶을 우리 스스로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우리의 가족들과 함께 살기를 원하고 우리가 교육을 받고 우리의 적성에 따라 선택한 일을 하며 스스로 가족을 부양하기를 원한다. 우리는 진정으로 평범하게 사람들이 공유하는 느낌을 느끼고 인식하고 또한 사랑하기를 원한다.”

스웨덴의 대표적인 장애인 활동가이자 학자인 아돌프 라츠카 박사의 말이다. 장애인 자립생활의 이념이 무엇인가를 말할 때 흔히 인용된다.

 

‘당사자주의’와 ‘운동’이 자립생활센터의 키워드

2001년 자생적 센터 탄생, 2007년 지원 법제화

 

요즘 우리나라 장애계의 최대 이슈를 꼽아 보라면 단연 ‘이동권’과 ‘탈시설’이다. 이 중 탈시설과 연관된 개념이 자립생활이다. 자립생활(自立生活, Independent living. IL)은 장애인 당사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하나의 이념이자 장애와 사회를 보는 하나의 방법이며, 자기결정권과 자아존중감, 그리고 동등한 기회를 얻기 위한 장애인들의 전 세계적인 운동이다. 자립생활 이념은 장애인이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최고의 전문가임을 주장한다. 그래서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좋은 해결책을 고안하는 데 개별적이든, 집합적이든 자기결정권이 존중돼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그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그들의 정치적 힘을 조직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비전문가주의, 탈시설화, 탈의료화를 요구한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 태동해 1970년대 장애인권리운동으로 성장했다.

자립생활운동의 이념이 구체적으로 구현돼 나타난 것이 자립생활센터다. 1972년 전신마비 중증장애인인 에드 로버츠에 의해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 최초의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설립됐다. 우리나라에선 2001년 서울(피노키오센터)과 광주(우리이웃센터)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처음엔 시설이나 집에서 나온 중증장애인들이 함께 모여서 살아보자 했던 거죠. 시설이요…, 별거 있었겠어요? 컨테이너박스인 데도 있었고, 허름한 집일 경우도 있었죠. 동정받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으로 살아 보고자 한 겁니다. 우리의 일은 우리가 결정하자는 거죠. 장애와 연관된 키워드를 ‘재활’에서 ‘자기결정권’으로 바꿔 보자는 것입니다.”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양준호 소장의 말이다. 그의 말대로 우리나라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뜻을 같이한 중증장애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만들었고, 그래서 운동적 태생을 지닌다. ‘장애인 당사자주의’와 ‘장애인운동’이 자립생활센터를 이해하는 키워드다.

이들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온 것은 2005년부터였다. 자생적으로 탄생한 자립생활센터를 중심으로 ‘활동보조서비스’ 등 사회적 권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정부에서도 이들의 요구를 반영한 정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그 첫 결실이 2005년 자립생활센터 지원 시범사업이었고, 2007년 5월부터는 활동보조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2007년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정부에 의한 자립생활 지원이 법제화됐다.

 

권익옹호사업-동료상담-개인별 자립지원-

탈시설 자립지원 등 IL사업이 주축

 

정부 지원이 시작되면서 자립생활센터(이하 센터)들의 사업은 몇 가지로 공통 범주화됐다. 물론 각 센터마다 고유한 또는 특성이 있는 사업을 영위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지원사업은 동일하게 범주화돼 있다.

가장 기본적인 사업은 IL사업이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자체로부터 지원받아 시행하는 사업이다. 권익옹호사업, 동료상담, 개인별 자립지원, 탈시설 자립지원 등으로 세분된다.

권익옹호 사업은 장애인이 일상적으로 겪게 되는 사회의 불평등과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야기되는 차별이나 부당한 처우에 관한 모든 개인적, 법적, 제도적 차별을 바꿔 가는 연대활동을 실천하는 사업이다. 많은 센터들이 편의시설 조사, 장애인식 개선 교육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동료상담 사업은 ‘장애’라는 비슷한 배경을 가진 동료상담가가 대등한 입장에서 상담을 함으로써 신뢰회복과 인간관계 재구축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센터들에서는 동료상담을 위한 동료상담가를 양성하기도 한다.

개인별 자립지원 사업은 장애인 스스로 지역사회 내에서 생활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들을 습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자립목표 설정, 일상생활기술 훈련, 직업 훈련, 건강관리, 금전관리, 여가관리 등 생활 전반에 필요한 정보 및 기술을 제공한다. 센터에서 진행하는 캘리그라피 교실이나 목공교실, 문화 나들이, 금전관리 교육, 바리스타 등 각종 자격증반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탈시설 자립 지원사업은 거주시설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 안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필요한 제반 사항을 지원한다. 장애인이 독립적이고 긍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돕는 것이 목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업으로 자조모임 운영을 들 수 있다.

 

활동지원서비스사업과 자립생활주택 운영도

‘탈시설’-‘자립생활센터’ 편견 극복이 과제

 

IL사업이 센터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는 사업이라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사업은 센터의 운영을 위해 꼭 필요한 재정사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영리를 위한 사업은 아니지만 지자체 지원금과 후원만으로는 운영이 어려운 센터에 활동지원서비스 사업을 제공하면서 받는 수수료는 없어서는 안 될 재원이기도 하다. 활동지원이 필요한 장애인과 활동지원사를 연결해 주는 사업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업은 자립생활주택 운영이다. 자립생활주택이란 지역사회에서 자립을 희망하는 장애인 또는 거주시설 퇴소 후 자립을 희망하는 장애인이 일정 기간 거주하면서 지역사회 내 정착을 목표로 일상생활 능력을 높이고, 사회성을 함양하며,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훈련을 하는 주거 공간이다. 모든 센터가 자립생활주택을 운영하고 있지는 않지만 자립생활주택을 운영함으로써 자립생활을 원하는 장애인들의 지역사회 통합을 돕는 이 사업은 자립생활센터의 이념을 구현하는 중요한 사업이기도 하다. 주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수탁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인천시에서는 함께걸음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누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인천서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이 자립생활주택을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 각 센터마다 보장구 수리 및 대여, 계절별, 상황별 테마 행사, 장애인권 교육 등 다양한 개별 특화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센터 운영에 가장 큰 어려움은 센터가 하는 일을 알리고, 자립을 원하고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할 회원을 확보하는 일이다. 시설에서 나오고 싶어 하는 대상자를 만나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무엇보다 장애인거주시설과의 협력이 중요한데, 사회적으로 ‘탈시설’이란 용어가 갖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그리고 ‘자립생활센터’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시설의 협조를 얻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탈시설’과 ‘자립생활’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거주시설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자기 생활을 결정하고 영위하고 싶어 하는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 통합되는 것이 탈시설이고, 우리는 그것을 돕고자 하는 것뿐입니다. 장애인들이 서비스 대상이 아니라 삶의 주체라는 것을 이해하면 모든 문제는 잘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양준호 소장의 말은 되새겨 볼 만하다.

<도움말=양준호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

11곳 자립생활센터마다 특색있는 사업 운영

인천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안내

 

인천시에는 모두 11곳의 자립생활센터가 있다(피지원 센터 기준). 이들이 공통적으로 영위하는 사업은 앞에서 살펴본 대로이지만 각기 설립의 연원이 다른 만큼 서비스 대상이나 특색사업이 다르다. 특색사업을 중심으로 살펴 본다.

우선 얼마 전 장애인인권영화제를 무사히 마친 함께걸음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인천시 남동구 선수촌공원로23번길 6-17, 메이채프라자 302호, 032-428-6039)를 들 수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노동통합공동체를 지향한다. 근로지원서비스와 중증장애인 맞춤형 복지 일자리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인천시 계양구 계산새로 71, 하이베라스 A동 202호, 032-556-9294)는 민들레장애인야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IL사업에 집중해 활동하고 있다. 특시 시설거주 장애인을 대상으로 자립주택에서 진행하는 2박3일 캠프인 ‘시친소(시설친구를 소개합니다)’는 민들레센터만의 특색사업이다. 뇌병변 및 지체장애인들이 중심이다.

서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인천시 서구 승학로 515, 대림프라자 407호, 032-563-8664)는 지체장애인협회 서구지회에서 운영하며, 스마트스토어(온라인 판매 기술 습득 프로그램), 구해줘홈즈(중증장애인 가정 미세먼지 방충망과 침대 청소 및 방역소독사업) 등이 특색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큰솔장애인자립생활센터(인천시 서구 심곡로 81 국제빌딩 202호, 032-564-1015)는 시각장애인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시각장애인 특화 센터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자료전환 서비스, 점자도서 대출, 점자라벨 제작, 점자달력 보급 등의 사업을 하고 있으며, 약손안마봉사단을 통해 지역사회 봉사에도 열심이다.

누리장애인자립생활센터(인천시 남동구 소래로 634, 민속빌딩 4층, 032-719-8008)는 청소년 발달장애학생들의 방과후 활동 서비스와 중증장애인의 응급상황 발생에 대비해 상시 보호체계를 지원하는 ‘응급알림e사업’을 고유 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부평구에 있는 울림장애인자립생활센터(인천시 부평구 부평대로 167번길 42, 동아타운 202호, 032-514-0450)는 장애자녀 어머니들의 자조 모임을 운영하는 등 장애가족의 고충 및 동질 경험을 나누어 지역사회 참여 활동을 하고 있다.

인천뇌병변장애인협회가 운영하는 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인천시 미추홀구 염장로 46, 602호, 032-886-4880)와 인천뇌병변복지협회에서 운영하는 미래장애인자립생활센터(인천시 연수구 용담로 111, 아시스타워 406, 032-214-0088)는 최중증발달장애인자조모임, 보치아모임 등 뇌병변장애인들을 위한 다양한 자조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인천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인천시 부평구 마장로 82, 현대다성프라자 703호, 032-885-5548)는 이름대로 발달장애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센터로, (사)전국장애인부모연대 인천지부가 운영하는 곳이다.

이 외에도 2005년 계양장애인자립생활센터로 출발, 2011년 이름을 바꾼 경인장애인자립생활센터(인천시 계양구 주부토로541, 계양프라자 402호, 032-518-8006)와 지난해 중구에 문을 연 큰우물장애인자립생활센터(인천시 중구 서해대로494번길 9-33, 1층, 032-889-8298)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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