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직업재활시설(보호작업장) 틀에 갇힌 장애인예술단
상태바
[현장칼럼]직업재활시설(보호작업장) 틀에 갇힌 장애인예술단
  • 편집부
  • 승인 2022.10.20 10:07
  • 수정 2022-10-20 10: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지선_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 원장

누구나 악기 하나씩은 배우려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추세의 하나가 악기를 배우는 장애인들이 늘어나고, 이들이 단순히 취미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라는 직업을 희망하게 된 것이다. 이런 장애인들의 욕구를 반영해 지자체 최초로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장애인에게 취업의 기회와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장애인직업재활시설(보호작업장)로 설치되다 보니 예술단 운영에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다.

장애인 오케스트라가 많아지면서 한정된 자원이란 조건에서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 단원 모집은 쉽지 않게 됐다. 장애인 부모들의 욕구는 점점 높아져 더 좋은 조건을 찾아 옮겨 다니고 있다. 부모들이 원하는 모든 조건을 충족할 수는 없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급여다. 보호작업장은 보통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오후 5시에 퇴근을 하지만 작업 활동 시간 외 직업적응훈련, 사회적응훈련, 여가체험활동 등 기본적인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보호작업장에 있는 모든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받지는 못한다. 당연히 급여가 적을 수밖에 없다. 장애에 대한 편견 없이 누구에게나 감동을 줄 수 있는 좋은 음악을 연주하는 예술단이 되기 위해서는 훌륭한 연주자를 채용해야 되는데 그런 단원을 뽑기에는 적은 급여 수준이 문제가 되고 있다. 거기다 장애인 연주자들은 비장애인과 다르게 꾸준한 레슨이 필요하다. 또한 연주를 잘하는 장애인들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여러 곳에서 연주 활동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들에게는 긴 근무시간도 문제다.

우리 시립장애인예술단은 올 4월 창단 이후 외부 연주 활동을 하며 수익금을 벌고 있지만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때문에 수요처 개발이나 다양한 악기 구성을 통한 연주는 어렵다. 그리고 인천시에서 올해 훈련수당으로 지원되는 예산으로는 보호자들이 원하는 급여를 제공하기에는 부족한 현실이다.

예술단원뿐만 아니라 음악 관련 직업훈련교사도 마찬가지다. 보호작업장 기준에 맞춰 직원을 채용하다 보니 사회복지 관련 자격증을 가진 음악전공자를 찾기도 어렵다. 또한 음악전공자들은 보통 레슨이나 연주자로 활동해 상시 근무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것도 어려움 중 하나다. 현재 우리 예술단에는 음악 전공 직업훈련교사가 한 명 근무하고 있지만 경력 인정 없이 지휘, 편곡, 음악이론지도, 연주구성 등 음악 관련 업무를 혼자 수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그가 장기 근속을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추후 음악 관련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근무조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물론 보호작업장으로 운영되는 예술단의 장점도 있다. 사회복지 담당 인력이 배치되어 장애인에게 필요한 복지적 서비스가 제공되고, 연주회 및 외부 행사 시에 보호자가 동반하지 않아도 되니 보호자의 양육 부담이 없으며, 기간 제한이 없는 안정적인 고용보장과 퇴직금도 포함되어 있다. 또 예술단원들의 연주 실력 향상을 위해 보호자가 원하는 개별 레슨 지원은 아니지만 악기 파트별 레슨도 제공하고 있다.

음악은 한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훌륭한 연주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 거기다 비용이 수반되어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훌륭한 연주자에게 맞는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 다른 보호작업장과 동일한 틀에 맞춰진 예술단이 아닌 문화예술 분야의 직업재활시설로 장애예술인들에게 안정적인 고용보장과 적절한 보상,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개인별 레슨 지원과 보호자의 양육 부담 절감 등 다양한 복지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과 지침이 마련되길 바라며 지자체 최초로 설립된 음악 예술 분야 직업재활시설의 새로운 모델이 되길 희망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