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타고 방방곡곡] 모든 시간과 날이 오롯이 내것이 되는 제주 서귀포 치유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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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타고 방방곡곡] 모든 시간과 날이 오롯이 내것이 되는 제주 서귀포 치유의 숲
  • 편집부
  • 승인 2022.10.07 17:02
  • 수정 2023-03-17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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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그동안 눌러왔던 여행에 대한 욕구가 봇물 터지듯 터지고 있다. 장애인생활신문은 이에 부응해 휠체어를 타고 지구촌 곳곳을 여행하며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무장애 여행 칼럼니스트 전윤선(sun67mm@hanmail.net)의 ‘휠체어 타고 방방곡곡’을 2022년 말까지 매달 1회 연재한다. 장애인이 느닷없이 떠나도 장벽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국내 여행지와 무장애 여행정보를 전윤선의 글과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평등하고 보편적인 무장애 여행이 특별한 것이 되지 않는 그 날을 기다리며. _편집자주


[연재순서]

∎7월 서천 판교
∎8월 포천 산정호수
∎9월 안동 하회마을
∎10월 제주 치유의 숲
∎11월 곡성 기차마을
∎12월 덕수궁 석조전
전윤선_
무장애여행 칼럼니스트

 

“여행 가고 싶어 킹 받을 때”, 킹 받는다는 신조어는 열 받는다는 말이다. “여행 가고 싶어 킹 받을 때”는 유튜브 채널에 자주 등장하는 광고다. 킹 받아 상처 난 마음을 여행으로 치유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겨 있다. 여행은 상처 난 마음도 치유하는 치유사이기도 하다. 여행은 좋을 때도 감정이 사나울 때도 위로가 되고 힐링이 되는 최고의 약이고 의사다. 상처 난 마음을 치유해주는 숲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치유라는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제주도 서귀포 치유의 숲으로 떠난다. 폐부 깊이 쌓인 먼지를 말끔히 털어 내는 숲의 치유력은 상상 그 너머다.

 

서귀포 시오름 안에 조성된 숲길

5킬로미터의 무장애길 노고록 산책로

 

서귀포 치유의 숲은 제주도 서귀포시에 있는 시오름 안에 있다. 치유의 숲에는 면역력을 높여 건강해질 수 있도록 조성한 다양한 나무가 빼곡하다. 치유의 숲은 산림치유지도사가 진행하는 산림치유 프로그램도 체험도 인기다. 해발 320~760m의 높지 않은 숲이지만 난대림, 온대림, 한대림의 다양한 식생이 고루 분포하고 있다. 평균 수령 60년 이상의 전국 최고의 편백나무 숲이 조성되어 있고 인근의 헬스케어타운 등 의료・관광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특색 있는 복합형 휴양‧치유 공간이다.

▲제주시 서귀포에 있는 치유의 숲은 ‘열린관광지’로 지정된 힐링 관광지다. 편백나무를 중심으로 다양한 수종이 빽빽하게 들어찬 숲에 데크로가 길게 뻗어 있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마음 근육이 허약해지면 몸의 근육도 허약해진다. 허약해진 마음 근육은 일상을 무력화시키고 삶마저도 지치게 한다. 허약해진 마음 근육을 안고 치유의 숲을 찾았다. 숲으로 들어서는 순간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나무 사이로 찾아오는 바람과 햇살까지도 속삭이듯 이야기한다.

노고록 산책로로 들어가면 매끈한 데크로 산책로가 5킬로미터가량 뻗어 있다. 보행 약자도 숲길 이용에 편리하다. 치유의 숲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휠체어를 사용하든, 눈이 보이지 않든, 시간의 무게로 노쇠해진 노인이든, 세상 밖 풍경이 마냥 신기한 아기이든, 생명을 품고 있는 임산부든, 유모차를 미는 사람이든, 한국말을 모르는 외국인이든 누구 하나 소외되는 사람 없이 다 받아주는 숲이다. 치유의 숲에서는 누구나 친구가 되고 마음 놓고 숲길을 산책할 수 있다.

 

힐링하우스에서 만나는 제주 전통 차롱도시락

흡연 장애인도 OK, 흡연인들을 위한 구름천국

 

숲에는 힐링 스폿으로 사랑받는 족욕장도 있다. 산책을 마치고 이곳에서 발을 담그면 피로가 싹 가셔 온몸이 가벼워진다. 족욕탕은 휠체어 사용인도 접근할 수 있다. 날이 추우면 더운물이 나오고 여름엔 시원한 물로 발의 피로를 풀 수 있다. 아무도 소외되지 않은 무장애 족욕장에서 여행의 피로를 푼다.

숲에서는 음악회도 열린다. 무장애 산책길 리듬 숲에서는 자연의 소리가 어우러져 근사한 공연이 개최돼 여행객에게 색다른 추억을 선사한다. 아티스트와 관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음악회는 휠체어 사용인도 막힘없이 접근할 수 있다.

▲ 삼나무로 지어진 힐링하우스(오른쪽)에서는 차롱도시락으로 만든 치유의밥상(왼쪽 아래)을 즐길 수 있다. 

치유의 숲 힐링하우스에서는 마음이 느긋해지고 여유로워진다. 숲은 걸어 잠근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 열쇠인가보다. 힐링하우스에서는 숲과 관련된 체험도 할 수 있고 맛있는 ‘차롱 치유밥상’을 만날 수 있다.

차롱 치유의 밥상은 차롱도시락으로 제공되는데, 차롱도시락은 대나무로 만든 바구니 속에 제주 전통 음식이 담긴 제주 전통 도시락이다. 제주에서 수확한 재료로 담백하고 건강한 맛을 지향한다. 계절에 따라 재료가 달라지는데, 내가 갔을 때는 주먹밥과 한라산 표고버섯, 전복 꼬치, 브로콜리, 빙떡, 귤 등이 도시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영양가 높고 든든한 한 끼, 절로 건강해질 듯한 밥상이다.

차롱도시락은 미리 예약을 해야만 먹을 수 있다. 치유의 숲 인근 호근동의 마을주민 치유밥상팀이 만드는데, 최소한 3일 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만 하고, 판매 당일 10개 이상의 도시락 주문이 들어와야지만 준비가 된다고 한다. 가격은 1인 도시락 1만7천 원(2022년 9월 말 기준)이다(사전 예약 문의 064-739-1939).

힐링하우스 접근성은 모든 칭찬이 쏟아진다. 하우스 가는 길에는 데크로가 설치돼 있고 점자유도블록까지 있어 관광 약자가 접근하기 쉽다.

치유의 숲에서는 구름천국도 있다. 구름천국은 흡연인의 천국이다. 휠체어 사용하는 장애인도 접근할 수 있는 흡연 부스 구름천국. 턱 없는 구름천국을 그래서 칭찬한다. 전국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흡연 부스는 대부분 턱이 있어 휠체어 사용인은 접근할 수 없다. 그런데 서귀포 치유의 숲 구름천국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장애 흡연인들에게는 그야말로 천국이다.

제주도 곶자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콩자개는 제주 숲임을 알려주는 지표종이기도 하다(오른쪽). 그 숲에서는 작은 음악회도 열린다(왼쪽).

 

사전예약으로 하루 600명만 입장

장애인도 해설 프로그램 즐길 수 있어

 

서귀포 치유의 숲은 하루 600명만 입장이 가능하다. 그래서 예약이 필수다. 예약은 홈페이지를 통해서 가능하다. 장애인은 입장료가 면제되며, 주차비도 중증은 무료, 경증은 50% 할인된다.

서귀포 치유의 숲에서는 두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산림치유 프로그램은 산림치유지도사와 함께 약 3시간 동안 숲을 거닐며 나무 체조로 몸을 이완하고 명상으로 몸과 마음을 다스리며 차와 족욕을 즐길 수 있다. 마을힐링해설사가 동행하는 숲길힐링 프로그램은 현지인의 생생한 해설을 들으며 숲길을 돌아보는데, 5개 코스로 1시간 30분~3시간가량 걸린다. 장애인들도 사전 예약 시 상담을 하면 맞춤 프로그램으로 서비스 받을 수 있다.

치유의 숲 소원 벽에서 소원을 빌면 치유의 놀라움을 경험한다. 치유의 숲은 새들이 노래하고 나무가 춤춘다. 치유와 사유의 하나 되는 치유의 숲. 숲 여행은 모든 시간을 아우른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여행하는 모든 시간과 날이 오롯이 내 것이 되는 치유의 숲, 자꾸 추앙하게 된다.

무장애 여행 정보

-가는 길

* 제주까지 가는 길: 항공기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항공권 예매 시 도움이 필요한 승객을 선택하고 승객 유형을 반드시 선택한다. 휠체어가 필요한지, 시각장애인인지, 청각장애인지 선택하게 돼 있다. 신청하면 휠체어 서비스도 가능하다.

*제주→서귀포 치유의 숲

제주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의 즉시콜이나 다인승 차를 이용한다.

전화 1899-6884/홈페이지 http://www.jejuhappycall.com/

 

-접근 가능한 식당

치유의 숲에서 차롱도시락을 미리 주문하면 힐링하우스에서 먹을 수 있다.

 

-접근 가능한 화장실

치유의 숲 관리소 안/치유의 숲 주차장 옆

 

-예약 및 기타 문의

서귀포시 산림휴양관리소(064-760-3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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