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시민의 삶과 죽음, 그들은 스스로를 왜 생존자라 부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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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시민의 삶과 죽음, 그들은 스스로를 왜 생존자라 부를까
  • 편집부
  • 승인 2022.10.06 09:43
  • 수정 2022.10.06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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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남_인천시립장애인복지관 관장

정신장애시민의 장애인복지서비스 이용을 가로막던 장애인복지법 제15조가 폐지되었다. 이 법의 폐지 사유는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이 복지서비스의 근거 규정을 담고 있을 뿐 관련 재정지출과 세부적인 전달체계의 규정도 미비함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복지시설에 대한 이용도 제한하고 있어 정신장애인에 대한 복지 사각지대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 조항의 폐지에 따른 대안적 법률 조항을 보건복지부는 올해 연말까지 마련해야 하며, 앞으로는 장애인복지기관들도 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 제공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신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현실을 대표적인 숫자로 살펴보고자 한다.

2017년 정신장애로 등록 가능한 조현병, 조울증 등 중증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사람들은 42만 명이다. 이 가운데 10만 명 정도가 장애등록을 하고 있으며, 31만여 명은 장애인등록을 하지 않고 있다. 극심한 정신장애시민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스스로를 드러내기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12만여 명의 정신장애시민들이 지역사회에서 격리된 채 평균 137일 최대 4,700여 일을 정신병원에 갇혀서 살아가고 있다. 과거에 비해 입원기간이 줄었지만 여전히 OECD 가입국 가운데 최장입원을 기록한다.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들은 매년 4만여 명에 달한다.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정신건강센터나 정신재활시설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받고 있는 사람들은 8만여 명으로 중증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의 20% 정도에 그친다. 심각한 것은 전체 60%가 넘는 25만여 명이 ‘보이지 않는 사람(the invisible people)’들로 지내고 있다. 실제로 우리 사회의 시민으로 존재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알지 못하고 있다. 명확한 근거 없이 종종 폭력, 살인 등의 사건으로 수면 위에 떠오를 뿐이다.

정신장애인은 전체 장애유형 가운데 간장애를 가진 사람들 다음으로 학력이 높아 대졸 이상이 30%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 두 명 가운데 한 명 즉 50%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가고 있으며, 20%만이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비장애인의 1/4이고 장애인 평균의 1/2 수준이다. 정신장애인 고용률은 11.6%로 전체 장애유형 가운데 가장 낮아 성인정신장애인 10명 가운데 1명만이 일할 기회를 얻고 있다. 그럼에도 직업재활서비스를 받는 정신장애인은 발달장애인 대비 14%, 활동지원서비스는 7%에 그친다. 참고로 인천시의 정신재활시설은 전국 평균의 50%에 머물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아무런 근거 없이 위험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2012년 경찰청 범죄 통계를 보면, 정신질환자는 10만 명당 33.7명인 반면 비정신질환자는 68.2명으로 비정신질환자가 두 배가량 많다.

이렇게 구조적이고 문화적으로 너무 넓고 너무 깊게 퍼진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배제로 인하여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일찍 죽어간다. 사망률 통계의 기본인 조사망률은 정신장애인은 비정신장애인의 3배로서, 장애인 평균 수명이 74.2세인데 정신장애인은 59.3세이다. 사회적 억압과 배제 속에서 정신장애인 사망원인 가운데 자살은 암 다음으로 두 번째를 차지한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전체 인구가 25.6명, 장애인이 66.8명인데 비하여 정신장애인 207.6명으로 장애인 평균 대비 3.1배이며 전체 인구 대비 8.1배이다.

정신장애시민 당사자들이 스스로를 ‘생존자(the survival)’라고 부르는 이유다. 정신장애시민들이 더 이상 희망을 포기한 채 죽어가지 않도록 시민으로 대우를 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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