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타고 방방곡곡]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경기도 포천 산정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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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타고 방방곡곡]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경기도 포천 산정호수’
  • 편집부
  • 승인 2022.08.04 10:18
  • 수정 2022.08.0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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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그동안 눌러왔던 여행에 대한 욕구가 봇물 터지듯 터지고 있다. '장애인생활신문'은 이에 부응해 휠체어를 타고 지구촌 곳곳을 여행하며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무장애 여행 칼럼니스트 전윤선(sun67mm@hanmail.net)의 ‘휠체어 타고 방방곡곡’을 2022년 말까지 매달 1회 연재한다. 장애인이 느닷없이 떠나도 장벽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국내 여행지와 무장애 여행정보를 전윤선의 글과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평등하고 보편적인 무장애 여행이 특별한 것이 되지 않는 그 날을 기다리며. -편집자 주

[연재순서]

∎7월 서천 판교
∎8월 포천 산정호수
∎9월 안동 하회마을
∎10월 제주 치유의 숲
∎11월 곡성 기차마을
∎12월 덕수궁 석조전
전윤선/무장애여행 칼럼니스트

햇살이 가만히 내려앉는 산정호수는 초록이 갑이다. 호수 둘레길을 따라 여름이 쫓아오고 산들바람은 침묵을 깬다. 거기 산정호수에는 여름이 익어간다. 정서적 고립을 자초하면서 사랑하기 좋은 날, 여행하기 좋은 날. 우리는 같은 시간대를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저마다 다른 계절을 보내고 있다. 여름을 이고 앉은 호수는 짙은 녹색으로 물들고 파란 하늘이 호수에 비치면 하늘과 호수는 하나가 된다. 애쓰지 않아도 걷다 보면 작품처럼 펼쳐지는 풍경이 여행자를 시원하게 안아준다. 오늘 하늘 호수로 느린 여행을 떠나본다.

 

궁예의 전설이 깃든 명성산 자락의 호수

5km가 넘는 호수 둘레 따라 데크길 조성

 

산정호수의 여름. 호수의 여름은 초록이 갑이다.

명성산 높은 자락에 아름다운 산정호가 여름을 사냥하고 있다. 산정호수는 경기도 포천과 강원도 철원군 경계에 있다. 그 경계에는 인간의 간섭으로 만들어진 것이지 자연은 결코 선을 긋지 않았다. 산정호수는 명성산이 병풍처럼 둘러있다. 명성산은 궁예가 도망쳐 숨은 곳이기도 하다. 궁예가 임금으로서의 자질을 잃어가고 있을 때 신하들은 반역을 일으켜 왕건을 새로운 왕으로 추대하게 된다. 이 사실을 들은 궁예는 옷을 바꿔 입고 명성산으로 도망쳤다. 망봉은 산정호수 좌우에 있는 두 개의 산봉우리로 궁예가 이 봉우리에 망원대를 쌓고 적의 동정을 살피기 위해 망을 봤다고 한다.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하지만 휠체어 탄 사람은 봉우리까지 갈 수 없으니 전설 따라 삼천리일 뿐이다.

5킬로미터가 넘는 데크 길은 산정호수를 무장애 여행지로 탈바꿈시켰다.(사진=통로이미지)

산정호수는 일제 강점기인 1925년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우물 같은 호수와 주변의 빼어난 경치로 겨울엔 썰매와 스케이트장으로 신나는 놀이터이기도 하다. 여름엔 수상스키와 물놀이 장소로, 가을과 봄엔 호수를 한 바퀴 산책할 수 있는 여행지로 수도권 시민에 사랑받는 곳이다. 최근엔 5km가 넘는 호수 둘레에 데크 길을 설치해 무장애 여행지로 거듭나고 있다.

 

궁예코스와 수변코스, 두 개의 산책로

호수에 안성맞춤 조형물, 인생사진 명소

 

조각공원에 서 있는 조형물. 보는 각도에 따라 호수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 같다.

먼저 산정호수 조각공원으로 향했다. 조각공원엔 호수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을 형상화한 거대한 세 개의 조각품이 위용을 자랑한다. 그 위용이 무더위를 한방에 진압해 버린다. 조각품은, 하나는 몸의 반이 호수에 잠겨 있고, 그다음 것은 무릎 아래가 호수에 잠겨 있다. 또 다른 하나는 호수를 완전히 빠져나온 모습이다. 어떤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호수에서 사람이 걸어 나오는 작품이다.

호수를 오른쪽으로 끼고 부유하듯 걸어 본다. 산정호수 둘레길은 궁예코스와 수변코스가 있다. 궁예 코스는 댐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길로 경사가 완만하고 낙천지 폭포까지 감상할 수 있다. 이 길은 울창한 숲길이어서 개방된 땀샘이 산들바람에 자취를 감춘다. 낙천지 폭포까지 휠체어 이용자도 접근할 수 있어 산책 코스로 가볼 만하다.

왔던 길을 되돌아 올라 김일성별장 방향으로 발길을 잇는다. 김일성별장 구간은 가장 늦게 데크가 설치된 곳이다. 이곳은 지형이 깊고 험해 데크 길 연결이 가능할지 걱정됐던 곳이다. 그러나 그런 걱정을 무색하게 잘생긴 데크 길이 휠체어 이용자를 반긴다. 김일성별장에는 호수를 조망할 수 있는 널찍한 전망대가 있어 사진을 찍어줘야 한다. 호수에 비친 명성산과 망봉이 수채화 속에 빠진 듯하다. 이런 곳에서는 인생사진을 찍어줘야 한다. 찰칵! 사진에 지금의 시간을 영원히 박제하고 구름다리를 건너 수변 데크로 걸어간다. 맑고 투명한 여름 햇살이 호수에서 반짝이는 날, 이대로 시간이 멈춰도 좋을 것 같은 날이다.

‘여기 오길 잘했지?’ 포토존으로 꾸며진 전망대에서 한 컷!

호수 둘레길을 한참을 산책하다 보니 ‘여기 오길 잘했지?’라는 뷰 포인트 조형물이 눈앞에 나타났다. 어쩜 이리도 이쁜 글귀에 사진 찍기도 좋게 만들었을까. 이런 곳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여기 오길 잘했지?’ 조형물 앞에서도 또 찰칵!! 사진을 찍고 발길을 옮겼다. 산정호수엔 여러 개의 예쁜 조형물이 호수와 어울리게 설치돼 있다. ‘오래도록 행복하자 너와 나’ 조형물은 책상 위에 캔버스 액자를 호수로 옮겨 놓았다. 바로 옆 네모 액자도 어느 각도에서 사진을 찍을지 고민하게 할 만큼 산정호수 봉우리가 액자 속으로 들어온다. 한참이나 폼을 잡고 사진을 찍다 다시 발길을 옮겼다.

 

분위기 맛집인 베이커리 카페도 굿!

“삶은 때로는 알면서도 돌아가야 하는 무장애 여행길”

 

호수 상류 쪽 산책로는 마을과 연결돼 있고 산에서 내려오는 물은 호수로 흘러 잔잔하고 너른 물 운동장 같다. 작은 마을에는 식당과 카페, 빵집, 허브농장이 있다. 산정호수에서 유명한 프로방스 빵집으로 들어갔다. 카페 안은 온갖 꽃들과 화분이 가득해 보는 것만으로도 눈 호강이 따로 없다. 카페 밖은 야생화가 지나가는 이들을 쳐다본다. 자리를 잡고 팥빙수를 시켰다. 더위엔 팥빙수만 한 것이 또 있으랴. 사르르 녹는 얼음알갱이와 달콤한 팥의 조화는 궁합이 잘 맞는 연인 같다. 창밖엔 때 이른 코스모스가 옅은 바람에 한들거리고 호수의 풍경은 평화롭고 여유롭고 자유로웠다.

산과 하늘 그리고 금계국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여름풍경을 빚어낸다.

 

산정호수에는 호수와 잘 어우러지는 조형물들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다시 산책로를 마저 걷는데 토끼 세 마리가 나무 위에 앉아 있다. “토끼야, 나무 위에서 보는 호수는 어떠니?” “휠체어에 앉아서 보는 것보다 높으니까 호수가 더 잘 보이겠지?” 토끼에게 말을 건네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 토끼 길을 지나면 더 많은 조형물이 기다리고 있다. ‘그대라는 삶이 꽃길’은 수국이 활짝 폈다. 산정호수는 사랑의 길이기도 하다. 곳곳에 하트 조형물이 가득하고 하트 터널까지 있어 그 길을 지나면 모든 사랑이 이루어질 것 같다. ‘난 머지않아 예쁜 꽃이 될 거야’ ‘그대와 함께한 어느 멋진 날’, ‘정말 잘했어 산정호수 오길……’.

좋은 날은 좋은 사람과 함께여서 더 좋은 날로 기록된다. 낯선 곳이 주는 기분 좋은 변화는 여행길에서 만나는 특별한 경험이다. 삶은 때로는 알면서도 돌아가야 하는 무장애 여행길 같다.

 

무장애 여행정보

 

상동주차장에 마련된 장애인화장실

서울 도시철도 7호선을 이용해 장암역까지 간 뒤 장암역에서 장애인콜택시(장콜)를 이용한다.

-장암역→산정호수: 의정부 장콜(1577-2515)

-산정호수→장암역: 포천 장콜(031-536-5153)

 

∙접근 가능한 식당

-산정호수 주차장 광장에 여러 개의 식당이 있다.

-포천 프로방스 베이커리 & 카페(031-532-5153)

 

∙접근 가능한 화장실

-상동 주차장 광장

-하동 낙천폭포 앞

 

∙기타 문의: 포천관광정보센터(031-538-4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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