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전의 연속인 나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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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전의 연속인 나날들
  • 편집부
  • 승인 2022.08.04 09:52
  • 수정 2022-08-04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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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연수/웹툰작가, 지체장애인

나는 2020년 5월 말 사고로 척수손상을 입어 하반신이 마비되었다. 사고 후 몸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아픈 것은 물론이고, 마음도 너무나 힘들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내 몸 자체가 너무 신기할 정도로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났다. 단순히 하반신이 마비되어 걸음을 걷지 못하는 것을 떠나, 몸속의 장기들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어 배변, 배뇨에 문제가 생겼고 그것들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나의 가장 큰 숙제 중 하나가 되었다. 하루에 몇 번씩이나 계속되는 일이라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또 다리가 잘려나가는 것 같은 심각한 통증이 1~2분마다 계속해서 무릎에 찾아왔다. 그러나 이 두 문제는 이렇다 할 해결책이 딱히 없기 때문에 앞으로 내가 살아가면서 해결 방법을 스스로 찾고, 적응해 나가야만 하는 것들이다.


 ‘받아들이다’라는 말이 제일 끔찍할 정도로 장애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나에게 너무나 크고 엄청난 일이었다. 나는 풀이 죽어 당장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이제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할 것만 같았다. 요리는 물론이고 혼자 씻는 것이나 이동, 청소 등 예전엔 아무렇지도 않았던 일들이 앞으로는 전혀 불가능할 거란 생각에 퇴원 후 상당 시간 좌절하고 무기력하게 지냈다.


 하지만 이렇게만 지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리스트를 작성했다. 남들이 보기엔 별거 아닐 것 같은 리스트지만, 하나하나 적으며 내가 할 수 있는지를 체크해 보기 시작했다. 설거지하기, 간단한 요리하기를 해냈을 때는 정말 기분이 좋아서 콧노래가 나왔다. 오래 서 있을 수는 없어도 벽이나 서랍장 등에 무릎을 대고 설 수가 있게 되다 보니 이런 일들이 가능해졌다. 또 정말 느리더라도 워커를 잡고 내려가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오는 것에 성공했을 때는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다. 평상시엔 아무렇지도 않게 가능했던 모든 것들이 나에겐 새로운 시도이자 도전이 되었다.


 얼마 전, 지하철 내부의 에스컬레이터와 컨베이어벨트를 타보는 성공체험을 했다. 당장 눈앞에 닥쳐서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것도 있었지만, 주변 친구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전혀 할 수 없었고 생각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 일이었다. 나의 도전이기도 했지만, 친구들도 더불어 도전 의식을 갖고 행한 것이므로 에스컬레이터와 컨베이어벨트 타기를 성공하고는 너무나 기뻐 얼싸안고 기념으로 커스텀 카드도 만들었다. 


 아직도 나는 스스로 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이 있다는 사실에 매 순간 좌절하곤 한다. 기능이 많이 회복되었지만, 불편하고 괴로운 점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마냥 도피하기보다는 일상 자체를 크고 작은 도전이라 여기며 열심히 노력해 보려고 한다. 사소한 일들을 다시 경험하고 도전하며 성공해내는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감사와 행복을 느끼며 다시 열심히 살아가려고 한다.
 

*고연수는 웹툰작가로 최근 자신의 재활과정을 담은 책 『연두의 재활일기』를 펴냈다. 블로그(http://www.strikersoft.in/ion/0)를 통해 웹툰을 연재하고 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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