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시립장애인예술단, 선도적인 모델 만들고파_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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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시립장애인예술단, 선도적인 모델 만들고파_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
  • 정은경 기자
  • 승인 2022.07.08 13:41
  • 수정 2022-07-08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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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한바탕 장맛비가 지나간 인천 상상플랫폼 시민축제에서 멋진 연주를 들려준 오케스트라가 있다. 눈여겨 ‘보지’ 않았으면, 그리고 안내 전단지에 쓰여 있는 ‘장애인’ 석 자를 보지 않았다면 청중은 연주자들이 장애인이라는 걸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다. 올 4월 설립해 6월 13일 창단연주회를 갖고 공식적인 활동에 들어간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 얘기다. 대한민국 최초 지방자치단체 설립 장애인예술단, 그들을 만났다.
인천시 서구 석남동 인정재활원 연습실에 모인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 단원들과 정영주 지휘자

인천시 서구 북항로 32번길 37번지,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 정지선 원장의 명함에 박혀 있는 주소다. 그러나 막상 기자가 예술단을 취재하기 위해, 바람이 몹시 불던 유월 하순 찾아간 곳은 인천 서구 석남역 근처에 있는 인정재활원이었다.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이하 예술단)을 이끌고 있는 이는 정지선 원장. 취재를 위해 원장을 찾으니 직원이 연습실로 안내를 한다. 오후 2시 반. 오후 합주 연습이 한창인 그곳에서 정지선 원장은 바이올린 파트를 맡아 단원들과 연습 중이었다.

“아직 단원이 부족해 연습할 때 같이 참여해요. 그래야 소리가 좀 나서….” 정지선 원장의 말이다.

 

정원 20명 중 9명만 모집

장애유형 무관 상시모집 중

제 공간에 입주 못해 ‘셋방살이’

 

7월 1일 제8부두 상상플랫폼 야외공연장에서 열리는 신임 인천시장 취임을 축하하는 시민축제에서 공연할 ‘사운드오브뮤직’ OST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단원들은 모두 9명.

“기대보다 모집이 잘 안 됐어요. 1차 모집을 통해 8명, 추가 모집을 통해 1명을 선발했고, 현재는 상시모집 공고가 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단원은 모두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어요.”

오디션에서는 자유곡과 함께 당일 현장에서 제공한 악보로 초견연주를 하도록 해 역량을 파악했다. 심사 기준은 음악성과 음악적 발전 가능성, 연주 실력. 일반 오케스트라 오디션과 다를 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술단원은 단순히 취미활동을 하거나 악기를 배우러 오는 사람이 아니고, 프로 연주자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의 연주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사람이므로 일정 수준의 연주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정지선 원장의 생각이고, 여기에 단원들 역시 동의하고 있다.

현재 예술단은 8명의 발달장애인과 1명의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쩌다 보니 발달장애인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으나 단원 모집 시 장애유형을 한정하진 않았다. 상시모집하는 지금도 장애유형은 구분하지 않는다. 여러 유형의 장애인들이 모이면 이동 등에서 다소 힘이 들 수도 있겠지만 ‘시립장애인예술단’이므로 기회는 모두에게 평등하게 제공된다.

그러나 악기별 구분은 존재한다. 예술단의 정원은 20명, 챔버오케스트라의 구성이라도 갖추려면 현과 관, 타악기의 비율이 맞아야 한다. 그런데 현재는 그 비율이 맞지 않는다. 현재 단원들은 바이올린이 2명, 첼로 1명, 플루트 3명, 트럼펫 1명, 피아노 1명이다.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 등 현이 너무 빈약하고 관악기의 빠진 이빨, 곡의 리듬감을 풍성하게 해주는 퍼커션의 부재도 아쉽기만 하다. 추후 이렇게 듬성듬성 빠진 악기, 특히 클라리넷과 트롬본, 바이올린과 비올라 등 모자라는 현을 새로 오는 단원들이 채워주었으면 하는 것이 예술단원 모두의 바람이다.

지난 6월 13일,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의 ‘창단연주회’가 있었다. ‘창단연주회’란 초대장에 끌려 연주회가 열린다는 중구 하버파크호텔 그랜드볼룸을 찾았던 기자는 실망을 안고 돌아왔다. 그 자리는 위탁운영 법인인 인정재단의 창립 20주년 기념식 자리였다. 기념행사의 오프닝 연주와 기념식 중에 성악가 도윤종과의 협연이 예술단의 공식 창단연주회가 된 것이다. 그래도 창단연주회인데 멋진 콘서트홀에서의 연주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별도의 무대는 마련되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자리였다. 기자의 이런 아쉬움을 전하며,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물었다.

“하하, 우리 사무실 겸 연습실이 원래 여기가 아니에요. 인천시와 계약한 곳은 북항로에 있는 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입니다. 그 건물 1층을 리모델링해서 예술단이 들어가고, 생산품판매시설은 2층으로 옮기는 것으로 당초 계약이 되었는데, 문제가 좀 있어서 못 들어가고 있는 거죠. 어찌 보면 지금은 셋방살이 신세랄까요?”

그러다 보니 재단 행사에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는 처지였다. 더구나 예술단도 인정재단의 어엿한 식구이니 재단설립 20주년 기념행사에서의 공연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물론 창단연주회로는 다소 초라해져 버린 것은 맞다.

“당초 계획으로는 북항로 사무실 개관식 겸해서 창단연주회를 하려고 했죠. 그곳은 앞쪽으로 테라스가 나 있어 마티네 공연 장소로도 안성맞춤이었거든요. 그런데 못 들어갔잖아요. 할 수 없었던 거죠. 그렇다고 우리 단원들의 역량이 심포니 같은 멋진 대곡을 여봐란듯이 소화할 수 있어, 콘서트홀을 대관해 공연할 만큼은 못 됐고요. 여러모로 아쉽긴 했지만, 차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2부 행사를 오롯이 연주회로만 꾸밀 수 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석 달 동안 연습한 우리 단원들의 실력을 보여 줄 수 있는 자리라는 데에 만족합니다.”

정지선 원장의 말이다. 그날 연주회가 끝나고 나서 단원들의 반응을 묻자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 좀 힘들어하긴 했지만 나름대로 즐겼던 것 같습니다. 행사 끝나고 함께 술도 한잔하고 즐거워했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긴 시간 연주 대기를 해야 하는 단원들에 대한 걱정은 기자의 기우에 불과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문제의 건물 입주는 내년 3월쯤으로 예정되어 있다. 제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셋방살이’를 하다 보니 모든 게 임시다. 직원들은 명함도 없다. 그래서 현재 예술단이 직면한 현안 과제로 가장 시급한 것은 공간이다. 당초에 예정된 대로 예술단만의 공간으로 들어가게 되면 공간에 어울리는 기획연주회를 한번 멋지게 만들어 보고 싶은 게 정지선 원장의 소망이다.

오전 한 시간, 오후 두 시간, 하루 세 시간씩 단원들은 합주연습을 한다. 반복에 반복이 거듭되는 연습이지만 모두 처음인 듯 열과 성을 다한다.

 

인천시 유일 프로 장애인예술단

예술단 성격 반영 운영규정 필요

 

예술단은 직업재활시설이자 보호작업장이다. 법적으로 인정되는 근무시간은 합주 시간인 오전 한 시간, 오후 두 시간으로 총 세 시간이지만 보호작업장이다 보니 9시에 출근해서 4시에 퇴근한다. 합주 시간 사이에 휴식과 식사, 간식 시간 등이 있어 예술단에 와서 있는 시간은 하루 7시간이다. 급여는 합주 시간 세 시간에만 지급되어 대략 월 60만 원 선.

처음 단원을 모집할 때 모집이 잘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근무시간이 긴 데 비해 급여가 적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님들의 생각이다. 아직까지 월급을 받아가며 연주를 할 수 있는 연주단체는 인천시에서는 예술단이 유일하다. 이건 굉장히 큰 장점이다.

그럼에도 예술단을 운영할 때는 ‘직업재활시설’이란 성격 규정이 딜레마가 되기도 한다. 운영의 기본을 재활시설에 맞출 수밖에 없다 보니 직원을 뽑을 때도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오케스트라이니 당연히 음악 활동 경력이 중요한데도 채용 심사에서는 음악 경력은 인정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안 그래도 귀한 음악 활동 경력과 사회복지사 자격을 겸한 사람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그 하늘의 별 중 두 개가 지금 예술단에 있다. 바로 정지선 원장과 정영주 지휘다. 정지선 원장은 이전 직장에 있을 때부터 오케스트라 관련 업무를 했을 뿐만 아니라 본인이 악기를 해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활동도 하고 있다. 정영주 지휘자는 음악을 전공했음에도 장애인 오케스트라와의 인연으로 사회복지사 자격을 딴 인재다.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장애인예술단을 시립으로 창단하다 보니 인천시에서 미처 관련 규정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 이런 어려움을 초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장애인예술단이란 전례 없던 것을 만들었는데,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이 장애인재활시설뿐이었던 것이다. 운영에서 이러저러한 문제가 발생하자 음악 예술 분야의 특성을 고려한 장애인예술단 관련 규정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예술단으로서는 환영할 만한 논의다.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은 7월 1일 시민축제로 열린 신임 시장 취임식 사전 공연을 통해 시민들에게 첫 인사를 건넸다. 

 

악기별 레슨 지원으로 공연 수준 향상

선도모델 되기 위해 해결할 문제 많아

 

후원회도 조직해야 한다. 직업재활시설로 규정되긴 했지만 예술단은 예술활동을 하는 단체다. 물건을 만들거나 사고파는 조직처럼 수익을 창출할 수는 없다. 반면에 예술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비용이 필요하다. 후원회가 필요한 이유다. 그럼에도 아직 후원회를 언급하는 데 정 원장은 조심스럽다. 역시 공간 문제 때문이다. 공간 문제가 해결되고, 공연 수준도 지금보다 올라가면 후원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그럼 공연 수준은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

“일단은 단원들이 충원이 되어야겠죠. 개개 단원들의 수준은, 연습밖에 없을 듯싶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단원들에게 레슨 지원도 하고 있어요.”

빠듯한 예산에 악기별 개인 레슨 지원까지, 예상하지 못한 답이었다. 정 원장이 이렇게 노력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 예술단은 벤치마킹할 곳이 없습니다. 장애인 연주단체로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은 하트하트재단의 단체나 한빛예술단인데, 그들은 우리와 완전히 성격이 다르죠. 하트하트재단은 외부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단체이고, 한빛예술단은 시각장애인만으로 구성되어 오랫동안 이력을 쌓아온 단체입니다. 우리 예술단과는 비교가 안 되죠. 우리는 지자체 설립, 즉 시립 장애인예술단체로는 ‘최초’이니까 선도적인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연주 실력도, 운영 모델도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이 되어야 하는 거죠.”

이런 사명감 때문에 잘못된 레슨으로 틀어진 자세를 가진 단원, 소리가 예상보다 안 좋은 단원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던 것. 악기별 레슨 지원은 그래서 시작되었다. 예술단으로서는 단원 개개인이 보다 좋은 선생님에게 양질의 교육을 받아 훌륭한 연주자로 거듭나는 것이 곧 성공으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취재를 마무리하면서 다시 한번 단원들의 연습을 참관했다. 오후 첫 합주를 끝내고 잠깐 휴식을 하고 있던 단원 김승현 씨(피아노)에게 예술단 단원이 되어서 어떤 점이 좋았냐고 물었다. 그는 “사람이 좋았다.”고 대답했다. 단원들과 함께 음악을 하는 것도 좋고, 좋은 선생님을 만나 더 좋았단다. 그의 얼굴에는 행복함이 넘쳐났다, 그의 옆에서 너는 누구냐, 호기심 어린 눈으로 기자를 바라보던 차유택 씨(트럼펫)는 “음악 하는 여자친구와 같은 꿈을 좇기 위해 예술단원이 되었다.”며, “예술단 활동 열심히 해서 대안학교 음악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 합주 연습은 시장 취임식에서 연주할 애국가였다. 한결같이 진지한 모습으로 연주에 집중하는 단원들의 모습은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었다.

연습을 마친 단원들이 악기를 정리하는 모습을 보고 연습실을 나섰다. 밖에는 여전히 바람이 몹시 불고 있었다. 공간 문제, 단원 충원 문제, 후원회 조직 등등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는 예술단이 가야 할 길이, 저 바람 부는 길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누구나 들어도 감동적인 연주를 하는 오케스트라’라는 꿈을 향해 걸어갈 것이다. 우리가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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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누가 들어도 아름다운 연주를 할 겁니다”

지휘자 정영주

 

“브람스 교향곡 3번을 함께 연주하고 싶어요.” 무려 브람스 교향곡 3번이란다. 브람스 교향곡 중 가장 힘 있고 웅장한 곡을 지휘자 정영주는 그의 제자들,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원들과 함께 무대에 올리는 날을 꿈꾼다.

인천시립장애인예술단(예술단)의 초대 상임지휘자 정영주. 작곡가로 활동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장애인 오케스트라가 연주할 곡을 편곡하면서 장애인 음악인들과 연을 맺게 된 그는, 그들과 함께 음악을 하면 ‘너무 보람되고 좋을 것 같고, 그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사회복지를 공부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땄다. 덕분에 그는 여기, 예술단에 ‘직업훈련교사’로 채용됐다. 지휘자가 직업훈련교사라니! 뜻밖의 신분이 정영주 지휘자도 기자도 어색하긴 마찬가지다. 작곡이 주였으나 지휘 역시 대학시절부터 꾸준히 해 온 그는 자신의 오케스트라가 연주할 곡을 직접 편곡까지 하는 지휘자다.

“우리 단원들과의 연주는 늘 긴장이 돼요. 처음보다 실력이 많이 좋아지긴 했는데, 주변 환경과 자신의 컨디션에 따라 연주가 천양지차로 달라지거든요. 어느 날은 헉, 할 정도로 잘했다가 그다음 날은 다시 초기화가 되기도 하죠. 그래서 늘 긴장을 하게 돼요.”

단원들과 만난 지 이제 석 달 남짓, 그동안 세 번의 외부 연주를 했고, 그 공연을 위해 몇몇 레퍼토리를 연주하고 연주하고 연주하고를 반복했다. 단원들은 오늘은 너무 잘했는가 하면 내일은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기도 했다. 그리고 연습이나 연주 도중 돌발행동을 할 가능성도 있어 늘 긴장해야 했다. 그래도 반복되는 연습에도 포기하지 않는 단원들이어서 그는 너무 고맙다.

레퍼토리를 짜는 것 역시 지휘자의 일이다.

“아직은 클래식 대곡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쇼스타코비치의 재즈모음곡, 영화음악 같은 소품 위주로 구성을 하죠. 너무 쉽지 않고 도전이 될 말한 곡을 선곡하죠. 가능하면 소품이라도 클래식 곡을 하나씩은 꼭 넣으려고 합니다.”

단원들도 너무 쉬운 곡은 싫어라 한다. 그래서 늘 한 곡 한 곡 도전하고 정복해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면서 잘 안되는 부분을 반복적으로 연습을 시킨다. 정영주 지휘자가 특별히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한 부분 한 부분 성실히 습득해 나가는 것. 지겨울 만도 한데 늘 처음인 듯 반복연습에 응해주는 단원들이 정 지휘자는 또 고맙다.

초대 상임지휘자로서 정영주 지휘자는 “‘장애인’이란 석 자를 떼고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만한 오케스트라”라는 꿈을 가지고 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단원들과 함께 오늘도 성실히 연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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