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 폭력, 소통부재…다양한 갈등 상담 통해 솔루션 모색
상태바
부당해고, 폭력, 소통부재…다양한 갈등 상담 통해 솔루션 모색
  • 정은경 기자
  • 승인 2022.07.08 09:09
  • 수정 2022-07-08 09: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례로 풀어보는 장애인 근로자와 함께 일하기

장애인은 직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막상 직장을 구해도 직장생활이 비장애인들에 비해 훨씬 힘들다. 비장애인 동료와 소통하는 것도 쉽지 않고, 일 처리가 빠르지도 않다. 그러다 보니 이러저러한 오해가 쌓이고 쌓여 갈등으로 번지고 마침내 직장을 다니지 못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억울하긴 비장애인 직장동료나 상사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나름대로 배려를 한다고 했는데도 차별이나 갑질로 받아들여지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그리고 이런 오해와 갈등은 진정과 고소로도 이어진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장애인근자로자지원센터를 찾아 어려움을 호소한 사례는 무려 2,490건에 달한다. 이를 성별로 나눠 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27.6%포인트 많은 1,588건이며 장애유형별로는 지체장애의 상담건수가 637건(25.6%)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를 청각장애(213건, 20.2%), 시각장애(203건, 8.2%)로 나타났으나 이는 장애유형에 따른 취업의 다소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상담 원인을 살펴보면 정보제공을 받길 원하는 경우가 362건으로 가장 많았으나 직장 내 괴롭힘, 부당해고 등에 의한 갈등 때문에 상담을 요청한 경우도 상당했다.

이 같은 직장 내 갈등이나 부적응 문제는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장애인의 고용유지를 위해서는 직장 내 부적응에 대한 해결책 모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장애인생활신문>에서는 장애인 근로자들의 직장 내 어려움을 상담,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 온 서울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센터장 황보익)의 도움을 얻어, 장애인의 직장 내 부적응에 대한 상담사례를 통해 장애인과 함께 일하기의 모델을 찾아보고자 한다. <정은경 기자> <도움말=서울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

 

사례 1 “나를 내쫓기 위해 장애인일자리 사업을 접었어요”

사업장, 공공기관, 장애인당사자

한자리에 모여 갈등 해결 방안 모색

 

중증뇌병변장애인 오모(50대 여성) 씨는 자신이 일하던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인 A 사가 자신을 내쫓기 위해 장애인일자리 사업을 접고, 자신에게는 다른 직장으로 이직하라고 했다며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이직이의제기를 신청했다. 동시에 억울한 마음에 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오모 씨가 해당 직장에 근무하게 된 것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시청) 장애인일자리 부서에서 모집하는 장애인일자리에 선정되어서였다. 오 씨는 A 보호작업장에서 지적장애인들을 보조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일하는 과정에서 작업장의 국장과 점심 회식에서 제외되는 등의 문제로 갈등이 지속되었다. 그럼에도 6개월 정도 서로 참아가면서 일을 하고 있던 어느 날, A 보호작업장에서 장애인일자리 사업 운영 자체를 반납, 취소한다는 통보와 함께 오 씨를 다른 기관으로 배치했다. 그러자 오 씨는 현 작업장에서 장애인일자리 사업을 접은 것은 자신을 내보내기 위한 처사라고 주장하며, “현재 장애인을 도와 일하는 것이 좋으니 이 작업장에서 계속 일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상담을 접수한 센터에서는 내담자가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이직이의제기 신청서를 제출하고, 다른 곳으로 이직하지 않겠다고 하는 데에 주목해 전문상담원, 노무사, 변호사, 사회복지사가 긴급회의를 열어 오 씨의 ‘고용유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오 씨의 고용유지를 위해서는 고용주와 내담자의 화해를 통해 지방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이의제기를 취소하고 새로운 근무지로 보직 이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오 씨를 어떻게 설득하느냐였다. 우선 해당 자치단체의 장애인일자리 주무관과 담당 상담원이 직접 통화, 내담자인 오 씨와 고용주 사이의 입장 차이를 확인하고 장애인일자리 주무관의 적극 협조 약속을 받았다. 이어 A 보호작업장의 국장과도 통화, 회식 제외 등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시청 장애인일자리 주무관, A 보호작업장 국장, 내담자 오 씨의 삼자대면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센터가 중재 역할을 하며 각각의 입장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장애인일자리 주무관과 A 보호작업장 국장이 오 씨에게 사과를 하고 화해를 청했다.

회식 제외는 회식의 예산이 지적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예산으로 집행된 것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는 등, 그간의 갈등 유발 문제에 대한 A 보호작업장 국장과 담당 주무관의 해명을 들은 오 씨는 이들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오 씨는 지방노동위원회에 제출한 부당이직이의제기는 취소하고 새로 배정된 기관인 주간보호센터로 이동하기로 했다. 그리고 센터에서 실시하는 집단상담과 법률노무교육에 참여해 장애인으로서 직장생활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방법과 근로자로서 노무법을 숙지해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정확히 알고 지킬 수 있게 되었다.

이 사례는 사업장, 공공기관, 장애인 당사자가 한자리에 모여 갈등문제를 해결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근로 현장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오해, 불통 등의 문제는 적절한 중재자가 있고, 그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한다면 사업장과 장애인 당사자가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해 주었다. 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사례 2  “직장 갑질에 술로 살아요”

내담자 심리적 문제 단계적으로 해결

알코올 의존 극복하고 공공기관 정규직 재취업

 

B 사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던 지체장애인 박모 씨, 직장 상사의 인격 모독적 언사에 시달리다 사직서를 제출한 그는 직장을 그만둔 후 거의 매일 술을 마시고 자살에 대한 충동에 시달리는 등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 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를 찾았다. 박모 씨에 따르면 자신이 B 사에 재직하는 동안 직장 상사가 일상적으로 인격 모독적 발언을 해 더 이상 다니다가는 자신의 성격상 분노가 폭발해 문제를 일으킬 것 같아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것.

박 씨 사례에 대한 솔루션은 초기상담 및 정서행동검사→개별심리상담→개별심리상담에 대한 평가 및 고용유지 점검의 3단계에 걸쳐 실시되었다.

첫 단계는 초기 상담과 정서 행동 검사였다. 박 씨의 사연을 접수한 상담사는 내담자와 상담을 하면서 직장생활이 어렵고 분노를 잘 조절하지 못하는 이유가 박 씨의 불우했던 어릴 적 환경과 현재 상황에 대한 분노 때문임을 알게 되었고, 이에 대한 심리적 치유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정확한 박 씨의 상태 파악을 위해 정서행동검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박 씨의 불안, 우울감 등이 치료가 필요한 수준임을 파악, 내담자에게 개별 심리상담을 권유했다. 다행히 내담자가 흔쾌히 상담할 것을 받아들여 센터와 업무협약을 맺은 치유상담센터에서 10회차에 걸쳐 심리상담을 받았다.

개별심리상담을 받으면서 박 씨는 출생과 어린 시절의 아픔, 친구의 배신과 사업 실패, 양어머니의 학대 등 가슴 속에 응어리진 이야기들을 하나둘씩 풀어놓음으로써 자신의 상처들과 하나씩 화해를 해나가기 시작했다. 더불어 함께 진행된 인지치료 등을 통해 낮아진 자존감도 회복되었다.

10회차의 개별심리상담이 끝나자 박 씨는 “심리치료를 통해 마음속에 있던 분노를 다 보여주어 홀가분한 느낌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자살이란 말을 몇 번씩 반복했는데, 이젠 오늘은 어떻게 해야 행복을 느낄까를 생각한다.”며 한층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또한 “직장 상사들의 갑질도 조금 더 넓은 안목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며 다시 취업을 하겠다는 결의를 보였다.

센터에서는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다시금 취업을 해보겠다는 박 씨의 용기를 북돋웠다. 3개월에 걸친 상담이 종료되는 시점에 박 씨는 공공기관 시험에 응시, 합격해 공공기관 정규직이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젠 결혼도 꿈꾸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고 있다.

이 사례의 경우 직장 갑질 문제로 보이는 현상적인 문제를 좀 더 심층적으로 파고들어 내담자가 직장을 유지하지 못하는 이유가 능력 부족이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임을 파악한 것이 주효했다. 그리하여 심리치료를 통해 내담자가 현실을 직면하고 헤쳐나갈 힘을 길러줌으로써 재취업은 물론 직장 내 관계 형성의 어려움도 해결해 원활한 직장생활을 가능하게 한 사례다.

 

사례 3 “직장 동료에게 폭행을 당했어요!”

비장애인 동료와 싸워 폭행당한 지적장애인

노무상담과 심리상담 병행해 고용유지

 

물류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지적장애인 이모(50대, 남성) 씨의 사례는 이 씨를 사례관리하는 장애인유관기관의 직원이 상담을 의뢰한 경우다. 폭행에 의한 치료비 등의 배상 문제와 관련한 법률노무 상담으로 접수된 사례이나 사례의 세부 내용을 파악하던 중, 단순 법률노무 상담만으로 그칠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인 이 씨에 대한 심리적 상담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노무상담과 심리상담을 병행해 고용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물류회사에 근무하던 이 씨가 토요일 근무 중 차 안에서 비장애인 직원과 싸움이 벌어지고 폭행을 당했다. 가해자는 감정조절을 하지 못해 이 씨의 목을 조르기까지 했으며, 사건이 일어난 차 안에 CCTV도, 목격자도 없었던 터라 폭행이 있었음을 당사자들 외에는 인지하지 못했다. 지적장애인인 이 씨는 몸이 아팠으나 말을 하지 못한 채 일주일을 참았고, 일주일 후에야 누나에게 이야기를 해 폭행 사실이 알려졌다. 이 씨의 누나는 즉시 회사와 복지기관에 비장애인 직원에 의한 폭행 사실을 알리고 전치 3주의 진단서를 끊었다. 회사에서는 이 씨가 물건을 떨어뜨려 다친 것에 화가 난 비장애인 직원이 폭력을 사용하게 된 것이라며, 양측 모두에 경위서를 받고 가해자인 비장애인 직원을 해고조치 했다. 그러나 그 후 이 씨는 회사에 나가는 것을 완강하게 거절하며, 직장 내 괴롭힘을 이유로 사직을 하겠다는 의사를 강경하게 고수하고 있었다. 회사에서는 권고사직으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이 사례는 폭행이라는 물리적 가해가 있었던 만큼 민형사적 책임도 따르는 중대 사안이었다. 특히 당사자인 장애인 근로자가 출근을 완강히 거부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센터에서는 초기 상담을 통해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진정하는 것이나 의료비 등의 배상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사직을 보류하는 것이 좋다고 이 씨의 사직을 만류하는 한편, 가해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비 배상 소송 등의 문제에 대해 노무사의 자문을 구했다. 그리고 내담자가 심한 심리적 불안을 보여 정서행동검사도 시행했다.

노무상담 결과 사직서(권고사직 포함)를 쓰면 △노동위원회 이의제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폭행사건에 의한 병원비를 회사가 보험사에서 지급하지는 않는다, △산재처리는 가능하나 폭행 경위를 따져야 하므로 지적장애인인 피해자에게는 다소 불리하다, △일방적 폭행 여부, 수인 가능성(참을 수 있을 정도) 등에 따라 산재 적용 여부가 결정된다 등의 답변을 얻었다. 답변을 종합한 결과 사직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이 씨가 너무 불안해하면서 직장 출근을 완강히 거부하므로 폭행으로 가해자를 신고하고 산재 관련해서는 근로복지공단에 이의신청을 할 것을 권고했다.

이와 함께 정서행동검사를 실시한 결과 우울과 과잉 관심 유도, 주의 산만 등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와 개별심리상담을 하기로 하고 10번의 심리상담을 진행했다. 심리상담의 횟수가 거듭되면서 이 씨는 차츰 심리적으로 안정되었으며, 현재의 직장에서도 일을 할 수도 있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현재는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이 사례의 경우 단순한 법률노무상담을 위해 방문한 당사자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 파악해 심리상담을 병행함으로써 고용유지가 힘든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원인을 치료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직장 내 갈등 상황까지 미연에 예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상담사례의 현상만이 아니라 본질적인 문제를 파악, 해결하는 자세는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___________________

장애인 근로자의 직장생활 솔루션 제공

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는?

 

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센터)는 취업한 장애인 근로자가 안정적으로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는 기관이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위탁을 받아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가 운영하고 있다. 2020년 서울, 부산, 광주 3곳에 먼저 문을 열었으며, 이듬해인 2021년 경기와 대전, 대구에도 문을 열어 모두 6곳이 운영되고 있다.

센터는 장애인 근로자들이 직장에서 일할 때 겪는 여러 가지 문제들, 즉 직장 내 괴롭힘, 성폭력, 부당해고, 임금체불 등의 문제 해결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센터가 하는 사업은 크게 다섯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장애인 근로자 상담이다. 전문상담원의 상담과 변호사나 노무사 등 전문가의 자문을 을 통해 임금체불이나 부당해고 등 직장생활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둘째, 심리치료다. 심리치료사,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은 물론 관계회복 및 치유를 위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셋째, 노동법률 교육이다. 부당 노동행위에 대한 구제 절차 방법이나 근로기준법, 민사 절차 등에 관한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근로자로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돕는다.

넷째, 중증장애인 근로자를 위한 찾아가는 서비스다. 이동이나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중증장애인 근로자는 원하는 장소로 방문해 상담을 하며,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수어 상담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노동 상담 사례를 모아 발표 및 세미나를 하고, 이를 사례집으로 제작해 장애인 근로자와 단체 실무자들이 지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장애인 근로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며, 상담 신청은 전화나 온라인은 물론 방문해서도 할 수 있다.

센터에 신청이 접수되면 우선 신청한 근로자와 상담을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 근로자의 심리검사를 거쳐 서비스 계획 회의와 관계자 면담과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솔루션을 제공하게 된다.

 

전국 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 연락처

 

-서울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 ☎02-785-5038/www.sscwd.or.kr/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15-24 6층

-부산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 ☎051-465-1535/www.bscwd.or.kr/부산광역시 동구 중앙대로 216 6층(초량동,교원부산빌딩)

-광주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 ☎062-419-1300/www.kscwd.or.kr/광주광역시 북구 첨단연신로91번길 6(신용동) 503호

-대구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 ☎053-753-0020/www.dgscwd.or.kr/대구광역시 수성구 달구벌대로480길9(범어클래시아) 407호

-대전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 ☎042-471-9097/www.dscwd.or.kr/대전광역시 서구 둔산대로117번길44(만년동) 엑스포오피스텔 414호

-경기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 ☎031-248-7122/www.gscwd.or.kr/경기도 수원시 발달구 매산로37 KT&G코스모수원빌딩 305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