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동등한 시외이동권 보장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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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동등한 시외이동권 보장 방안
  • 이재상 기자
  • 승인 2022.05.06 16:23
  • 수정 2022-05-06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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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은 4월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장애인의 동등한 시외이동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8년 만에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장애인 시외이동권 공익소송 결과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장애인의 동등한 시외이동권 보장을 위한 개선방안을 모색했다. -이재상 기자

 

대법원 원심파기환송 판결, 법률에 명시된 국가책임 부정한 판결

 

장애인 이용할 개연성있는

노선에서만 휠체어 탑승

가능한 시외버스 도입하라?

장애인차별금지법취지 무색

 

▪윤정노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의 즉시 모든 시외버스에 휠체어 승강장비를 설치하라는 원심 판결에 대해 ‘법원의 적극적 조치 판결에 관한 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과도한 것’이라며 원심 파기 환송 판결은 법률에 명시된 규정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국가 책임을 부정한 불합리한 판결”임을 밝혔다.

이어 “장애인의 평등권을 실현하기 위한 장애차별구제소송을 개인적 차원의 소송으로 치부하면서 원고인 장애인들이 이용할 개연성이 있는 노선에서만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버스를 도입하도록 한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판결”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은 2014년 시외버스에 휠체어 승강장비가 설치된 버스나 저상버스가 도입되지 않아 교통약자들의 시외 이동권이 막대하게 침해받고 있다며, 대한민국과 서울특별시, 경기도 및 버스회사 2곳을 상대로 장애인차별구제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법원은 8년만인 지난 2월 17일 판결을 내놨다.

대법원은 시외버스에 휠체어 승강장비가 설치되지 않은 것은 ‘차별’이라고 판단했지만, ‘즉시’ ‘모든’ 버스에 제공하라는 것은 과도하다는 ‘소극적 판결’을 내리면서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고, 서울시와 경기도에 대해서는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선고했다.

그러나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제3조는 이동권을 ‘교통약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로 정의하면서, 제4조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교통약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교통수단과 여객시설의 이용편의 및 보행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여야 한다.’는 의무규정을 명백하게 두고 있다.

이 같은 법적 근거에도 대법원은 원심인 서울고법에서 피고인 버스회사들이 운행하는 노선 중 원고들이 향후 탑승할 구체적·현실적인 개연성이 있는 노선과 재정상태, 휠체어 탑승설비 제공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운임과 요금 인상의 필요성과 그 실현 가능성 등을 심리한 다음, 이후 휠체어 탑승설비 제공 대상 버스와 그 의무 이행기 등을 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윤정노 변호사는 “장애인들이 이동할 수 있는 구체적 개연성 있는 구간들에서만 휠체어 탑승설비를 갖춘 시외버스를 운행해야 한다는 판결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거주지와 직장 정도로 예시가 있는데, 거주지와 직장만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 어디 있느냐. 순전히 법리 속에서만 있는 가정의 상황”이라며 비난했다.

또한 ‘국가 및 서울시와 경기도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시외버스 이용을 위한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뤄진 변화는 국토교통부장관이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한 것, 제3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에 휠체어 사용자가 탑승 가능한 고속・시외버스 표준모델 개발을 추가한 것밖에는 없다.

경기도의 경우 광역버스 일부에 2층 저상버스를 도입한 사실이 유일한 변화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교통약자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고속도로 입석 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된 것.

저상버스 1층에 휠체어석이 마련됐으나 휠체어 한대가 들어가기도 어려운 구조로 돼 있어서 장애인들의 소송이 제기돼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서울시는 사실상 아무 것도 한 것이 없으며, 교통사업자들은 제1심 패소 판결에도 불구하고 휠체어 승강설비를 갖춘 버스를 단 한대도 추가하지 않았다.

윤 변호사는 “원심 심리 중에 밝혀진 것처럼 현행 법률에 따라 기존 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를 설치하는 것은 즉시 가능하고, 2층 저상버스의 사례처럼 저상버스를 즉시 도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 대한민국은 여전히 연구개발 및 표준모델 개발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구체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고, 피고 지방자치단체 및 교통사업자는 중앙정부의 탓만 하고 있는 것이 솔직한 우리 현실”이라며 개탄했다.

그는 “환송 후 원심은 대법원에서 제시한 이익형량 요소들을 고려해 피고 버스회사들의 차별행위를 시정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의 내용을 다시 정해야 한다. 이때 휠체어탑승설비 설치 대상 노선은 원고들이 향후 탑승할 구체적・현실적 개연성이 있는 노선으로 하되, 그 노선 범위 내에서 피고 버스회사들의 재정상태 등을 감안해 휠체어탑승설비를 단계적으로 설치해 나가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면 피고 버스회사들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버스는 잔존 내구연한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휠체어탑승설비를 설치해 나가도록 하고, 신규로 보유하게 될 버스에는 원칙적으로 휠체어탑승설비를 설치하도록 하는 방안 등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원고들이 향후 탑승할 구체적・현실적 개연성이 있는 노선에 관해 피고 버스회사들이 운행하는 모든 버스에 휠체어 탑승설비가 설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윤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은 휠체어 탑승설비의 규격이나 성능 등에 관해 구체적인 규정을 두지 않았지만, 제19조 제4항에 따라 피고 버스회사들이 원고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휠체어 탑승설비는 장애인들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버스를 이용하여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하는 데 지장이 없는 수준이어야”함을 강조했다.

 

2019년 10월부터 휠체어 탑승가능한

고속․시외버스가 4개 노선 10대 시범

운행됐지만 2020년 본 사업 예산도

시범사업 수준인 13억 원에 불과···

장애인 시외이동권 보장 의지 있나

 

▪임경미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이사는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이 제정되고 시행된 지 어느덧 15년이 흘렀고 지난해 12월엔 법이 개정되면서 시내버스 저상버스 의무화도 공식화 되었다. 이처럼 지금 길거리에서 흔히 보이는 저상버스와 장애인콜택시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이도역 추락참사 이후 출범한 장애인이동권연대가 버스를 멈추고, 지하철을 멈추고, 온몸에 쇠사슬을 감는 목숨을 건 투쟁과 더불어 차별 없는 이동권 보장을 위한 1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의 동의로 만들어진 결과”임을 상기시켰다.

지난 2014년부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계는 설날 등 명절을 앞두고 “장애인도 버스 타고 고향에 가고 싶다”면서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버스타기 시외 이동권 투쟁을 펼쳤으며, 2017년 투쟁의 첫 성과로 국토교통부가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고속․시외버스 개조차량 표준모델 및 운영기술 개발 연구에 착수했고 2019년 10월부터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고속․시외버스가 서울에서 강릉과 부산, 전주, 당진 등 전국 4개 노선에 단 10대(우등 3대, 일반 7대)가 시범운행을 시작했다.

시범사업은 △48시간 전 사전예약제 △출발시간 20분 전까지 전용승강장 도착해야 탑승 가능 등의 차별적인 내용이 포함됐으며 관련 예산은 2019년 13억 4천만 원에 불과하며, 본 사업으로 전환하는 2020년 예산도 2019년 수준인 13억 원에 불과해 ‘휠체어 탑승가능 고속버스’ 사업에 대한 정부의 의지에 의문점이 들기에 충분하다.

4개 노선 중 부산, 강릉, 전주는 현재 KTX로 접근이 가능하며, 당진행만 철도로 접근이 불가능한 노선이다. 강릉까지 약 3시간, 부산까지 약 4시간이 소요돼 KTX에 비해 1시간 이상 시간이 더 소요된다.

요금체계는 KTX는 할인・감면제도에 의해 교통약자의 요금이 할인되고 중증장애인의 경우 동반 1인까지 할인이 되지만, 고속버스는 할인제도가 없어 실제 이용하는 사람들의 욕구와 필요를 고려하지 못한 상황.

장애계는 전국적으로 철도로 이용할 수 있는 곳보다 버스로 이용해야 이동할 수 있는 곳이 훨씬 많기 때문에 철도로 이동할 수 없는 지역을 시범사업의 우선 지역으로 고려할 것을 요구했었다.

충북 옥천에 살고 있는 임 이사는 “장애인을 투명인간으로 취급하지 말아달라”는 결의를 다지며 지난 4월 21일 삭발했다.

임경미 이사는 “이동권을 이야기한지 21년이 지났지만 옥천에는 저상버스가 1대 뿐이다. 역에는 무궁화호밖에 오지 않고, 무궁화호는 간헐적으로 휠체어 탑승이 가능하다”고 열악한한 지방의 이동권 현실을 알렸다.

지난해 말 시내버스 대폐차시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가 담긴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이 통과됐지만, 시외·광역버스는 제외됐다. 국토부는 시외버스와 광역형 시내버스에는 저상버스 모델이 없다며, 2025년까지 고속도로 운행이 가능한 저상버스 표준모델 개발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2026년에나 고속도로 운행이 가능한 저상버스 시범사업이 실시될 전망이다.

그는 “가로막힌 이동권은 장애인의 교육, 문화, 노동, 예술, 사회참여, 여가생활, 참정권 등 모든 권리를 차단하게 된다. 권리의 주체로, 사회적 권리를 수행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권리가 이동권”이라며 “국가와 지방정부의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의무인 ‘존중, 보호, 실현’의 의무를 다해서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9년 도입된 휠체어탑승가능

고속버스, 2개 노선만 운행 중

시내 자동차전용도로 운행가능

광역급행 2층 저상형 전기버스

2027년부터 상용화 추진

 

▪박동국 국토교통부 생활교통복지과 사무관은 “현재 국내 보급된 저상버스는 입석과 좌석이 혼용된 형태라서 안전문제로 시외광역버스 노선에는 현실적 도입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시내 자동차전용도로 운행이 가능한 광역급행 2층 저상형 전기버스(대당 8억~9억 원) 개발을 위한 시범사업을 2026년까지 완료하고 2027년부터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2019년 도입된 휠체어 탑승 가능 고속버스와 관련 “코로나로 인한 경영악화, 대폐차가 아닌 차량 개조이다보니 버스업계에서는 소음, 바람이 들어오는 문제로 운행이 곤란하다는 문제제기로 당초 4개 노선 중 2개 노선으로 축소 운행 중이다, 인센티브 강화 등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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