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은 왜 생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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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은 왜 생겼을까?
  • 편집부
  • 승인 2022.04.21 10:05
  • 수정 2022-04-21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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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자 /미래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

4월 20일은 제42회 장애인의 날이란다. 매년 들어도 익숙하지 않은 말이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의 날은 어떤 날과 의미가 같을까?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근로자의 날, 국군의 날, 세계여성의 날, 장애인의 날은 분명 기억하고, 감사하고, 노고를 치하하는 날은 아니다. 그렇다면 장애인들은 장애인의 날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아마도 특별한 행사에 초대받지 않은 장애인들은 아무런 감흥 없이 하루를 보낼 것이다. 그 와중에 ‘오늘이 장애인의 날이구나!’라고 일깨워주는 정책이 하나 있기는 있다. 출·퇴근 시 타고 다니는 콜택시 기사님이 오늘은 요금 받지 않습니다. 장애인의 날이라….

그 말에 왠지 기분이 묘해진다. 좋아해야 하는 건가? 감사해야 하는 건가? 그리고 장애인의 날 또 무슨 일이 있지? 장애인의 날 유공자 포상 행사(포상자 대부분은 장애인 관련 분야 종사 유공 비장애인), 뉴스 언저리에 장애인의 날 행사 소개 및 시행될 정책 하나 발표(선심 쓰듯이), 그 외 딱히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은 없다.

얼마 전, 이동권 확보와 장애 예산제 도입을 위한 투쟁으로 전동휠체어 출근길 지하철 타기 시위를 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들에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왜! 출근하는 서울시민을 볼모로 잡고 특정 집단의 이익을 쟁취하려냐고 면박을 줬다.

그것도 SNS를 통해 10여 차례나 자신의 의견을 게시했다. 차기 대통령을 배출한 제1야당 대표가 말이다. 그 후 여러 번 이준석 대표는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폄하할 의도로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을 하였다. 그렇다면 SNS에 글을 쓰기 전에 시위하는 곳을 찾아가 대면하여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설득을 시키지 않았을까?

어떤 말로도 이준석 대표의 언행은 정당화될 수 없다. 약자한테 강하고 강자한테 비위 맞추는 치사한 사람이다. 본인은 누구한테나 똑같이 대한다고 하겠지만 이번 공격의 대상자는 장애인들이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이동권을 똑같은 잣대로 바라봤다고 한다면 그건 분명한 차별이다. 거기에 한술 더 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휠체어를 타고 장애체험이라는 명목으로 지하철을 타는 장애 흉내 내기를 했다. 정말 장애인들의 불편함을 알고 싶었다면 장애인과 함께 하루를 이동해 보면 된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장애 인식 수준이 이 정도인데 누구를 탓하랴.

다시 말하면 나도 강성이 아니라 시위하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한 번도 참석해 본 적이 없다. 더더구나 시위하는 그분들과 일면식도 없다. 하지만 이번엔 국민청원을 낼만큼 나도 화가 났다. 무심한 척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전장연과 같이 자신의 몸을 던져 시위하면서 이뤄 낸 것들이 많다. 활동보조지원서비스가 그 대표적인 실적이다. 그때는 나도, 뭐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그때! 오래전에 연락이 끊겼던 후배가 대통령에게 장애인의 몸으로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투서를 쓰고 얼마 있지 않아 유명을 달리했다는 보도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 후 활동보조지원서비스가 시행된 것으로 기억한다. 그가 바로! 고 이옥란 열사이다. 지금 전장연이 하는 시위들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그때부터 지금까지 장애인정책의 이슈가 생길 때마다 해 오던 시위이다. 물론 시위 방법의 옳고 그름은 나름에 판단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장애인들은 그들이 하는 시위를 보며 뭔가 달라질 것이라고 은근히 기대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출근길 휠체어 타기 시위를 하는 전장연을 향하여 ‘출근길 막지마!’라는 고함소리는 그 어떤 욕설보다도 아프고 슬프게 느껴졌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이렇게 소리쳐 주고 싶었다. ‘여보세요. 서울시민, 나도 댁들처럼 자유롭게 버스도 타고, 지하철 환승하면서 출·퇴근 한번 해보고 싶어서 이러고 있습니다.’라고.

이준석 대표나 출근길 막지 말라고 소리친 서울시민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 수준은? 딱 이 정도다. 장애인은 직장이 없는 사람들, 할 일 없이 돌아다니는 사람들, 생떼 부리는 사람들. 왜 장애인들이 이동권 확보를 위해 몹쓸 소리를 들어가면서까지 시위를 해야 하는지? 그날 지하철을 탄 사람들 중 한 사람이라도 생각을 해본 사람이 있을까? 비장애인들은 어지간한 거리는 걸어서 다니고, 일부러 운동한답시고 몇 킬로를 걸어서 다니지만 신체에 장애가 있는 우리들은 이동수단이 없으면 아무 데도 갈 수 없다. 물론 많이 좋아진 세상에 살고 있는 건 맞다. 그렇다고 이 좋은 세상을 장애인들의 눈높이에서 바꾸어 온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장애인의 눈높이에서 편의시설을 설치하였더라면 이런 논쟁은 필요하지 않았고,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편한 세상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지하철을 타려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보면 어르신들이 먼저 타고 있어 다음 엘리베이터를 타야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도 장애인이 살기 좋아진 세상이라고 말들을 한다.

이제는 모두가 언제 장애인이 될지 모르는 세상에 살고 있다. 지금 이동권을 확보해 달라고 아우성치는 장애인들에게 손가락질하던 사람들이 언제 이 불편함을 몸소 깨닫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남 얘기가 아닌 것이다. 매년 겨울이면 연례행사처럼 인도를 뒤엎고 새로 깐다. 복지예산이 남아서란다. 그 예산으로 저상버스 한 대 더 사면 안 되나?

내년 장애인의 날엔 이런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보며 제언을 하고자 한다. 지난번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법무부 홍보 영상이라고 본인들의 활동사항을 홍보물로 제작하여 홍보하였듯이(국가재정으로 개인의 홍보물 만들지 말고.) 장애인식 개선 홍보영상물을 제작하여 매년 4월 20일 하루 동안만이라도 공공기관과 지하철 내, 기차역, 버스터미널, 공중파 방송에서 수시로 홍보하여 전 국민의 장애인식을 바꾸는 장애인식 개선의 날로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었으면 하는 제언이다. 예산이 없어 안 된다고 하겠지만.

장애인의 이동권 문제는 인식의 부재이지 정책 부재가 아니다. 더 이상 장애인들이 거리에서 지하철에서 무시당하며 권리를 확보하고자 애쓰는 모습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장애인의 날은 왜 생겼을까? 장애인식 개선의 날로 바꾸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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