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학교는 장애인 구성원 모두를 위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라
상태바
(성명)학교는 장애인 구성원 모두를 위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라
  • 편집부
  • 승인 2022.04.20 09:48
  • 수정 2022-04-20 09: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교는 장애인 구성원 모두를 위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라

코로나19를 거치며 학교는 때아닌 리모델링 시즌을 맞았다. 2021년 2월에 교육부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전환’ 계획을 발표하였고, 2025년까지 18조 5천억원을 투입해 단계적으로 모든 학교에 대하여 미래형 학교 환경을 구축하기로 하였다. 그중 가장 먼저 추진된 사업이 ‘스마트교실 사업’으로 이미 전국 상당수의 학교에 ‘첨단’ 전자칠판이 설치되었다. 학급 한 개당 1000만원꼴로 서울만 하더라도 2024년까지 총 2363억3천만원이 투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듯 2022년 현재, 우리나라의 학교들은 미래학교로의 대전환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장애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학교 환경은 미래는커녕 현재 상태만으로도 참담하다. 2021년 9월에 발표된 특수교육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학교의 장애인 편의시설은 여전히 미흡한 학교가 많다. 계단 및 승강기만 보더라도 전체 학교급 가운데 85.8%만이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사립학교로만 보면 겨우 67.7%만이 계단 및 승강기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사립학교 중 3분의1은 기본적인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고 있지 않은 셈이다.

위에 언급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전환 사업은 공간 혁신을 포함한 대규모 학교 환경 개선 사업이다. 그럼에도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된 내용은 별도로 다루고 있지 않다. 장애인의 물리적 접근성과 관련해서는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사업을 추진한다는 설명이지만, 18조 원이나 투입하여 학교 환경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겠다는 사업에 장애에 관한 꼭지가 별도로 없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교육부가 구상하는 미래학교 구성원 중에 장애인은 없는 것인가? 이미 현재도 차별적인 학교가 미래에도 나아지리라는 희망이 없어 더욱 안타깝다.

학교의 장애인 차별은 물리적 환경과 이동권의 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작년 이맘때 폭로된 진주교대 입시 성적 조작 사건은 교육계의 장애 차별적 문화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이유로 입학을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다름 아닌 교원 양성 기관이 장애를 이유로 유능한 학생을 입학시키지 않는 장애인 차별에 앞장서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전국 127개 교대·사범대 중 무려 64%는 아예 장애인 특별전형을 운영하고 있지 않았다(2021년 7월 22일 자 EBS뉴스 보도). 이들 대학의 입학 관계자들은 특별전형을 운영하지 않는 이유로 시설 미비 혹은 지원 부족 등을 꼽는데 미래교육을 논하는 21세기에 그런 것을 구실로 장애학생에게 배울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설상가상, 코로나19 상황은 장애학생과 장애인교원의 교육권을 동시에 위축시켰다. 원격 수업 초기에는 웹 접근성 부족으로 인해 시각장애학생과 시각장애인교원이 모두 수업 참여에 어려움을 겪었고, 웹 접근성을 충실히 갖춘 외국 서비스들이 우리나라 학교에 도입되고 나서야 접근성 고충이 비로소 줄어들기 시작했다. 청각장애학생과 청각장애인교원의 고충은 여전하다. 입 모양을 읽을 수 있는 투명 마스크가 시중에 있음에도 일부 농학교를 제외하면 청각장애인 구성원이 있는 그 어느 학교도 투명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 않았다. 지원인력이 필요한 장애학생과 장애인 교사의 경우 대면 활동이 제약된 탓에 자가격리 시나 재택근무 시에 필요한 어떠한 지원도 받을 수 없는 상태로 방치되었다.

이처럼 편의지원 부족으로 인한 장애인 차별은 학생과 교사를 가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현재의 학교들은 특수교사를 통한 교육적 지원 외에는 이렇다 할 장애인 편의지원을 제공하고 있지 않다. 예컨대, 학교에 지체장애인이나 뇌병변장애인 교사가 발령받더라도 장애물 없는 환경 조성비는 지원되지 않는다. 교통이 불편한 학교에 시각장애인 교사가 발령받더라도 별도의 교통수단은 제공되지 않는다. 그 어느 학교에 근무하든, 청각장애인 교사에 대한 문자통역이나 수어통역은 일절 지원되지 않는다. 교사에게도 상황이 이러한데 장애가 있는 학부모나 교직원에게 별도의 지원이 이루어질 리는 만무하다. 청각장애를 가진 학부모가 학교에 상담을 하러 온다면 학교는 문자통역이나 수어통역을 제공할 수 있겠는가? 시각장애나 지체/뇌병변장애가 있는 방문자들에게 이동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그러한 편의지원 예산은 학교에도, 교육청에도 전혀 편성되어 있지 않다. 요컨대, 학교는 장애 구성원들에 대하여 신분이나 직위를 가리지 않고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이것이 바로 학교에서 장애를 가진 구성원들이 들이마시고 있는 차별적 공기이다. 이를 심화시키는 것이 바로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들의 차별 방조이다. 장애와 관련된 업무는 그 성격을 묻지 않고 모두 특수교사와 특수교육 전담 부서로 떠넘겨 왔으며, 장애인 편의지원 정책을 담당하는 전담 부서는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 결과, 상당수의 장애인교원은 담임 등 업무에서 배제되거나 특정 수업만을 강요받는 등 교권 침해까지 일어나고 있다. 이렇게 장애 인권 감수성이 낮은 학교에서 학생들은 장애인에 대한 은근한 차별을 은연중에 학습하여 사회로 나오고 있다. 작금에 회자되는 MZ세대의 장애인 혐오는 그 원인이 명확하다. 시대 흐름에 맞는 정당한 편의지원은커녕 법에 정해진 정당한 편의지원조차 하지 않는 우리의 학교가 바로 장애인 차별의 온상이다.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은 학교의 장애인 차별적 제도를 개선하기 위하여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에 다음과 같은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것을 촉구한다.

첫째,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에 학교의 장애인 편의지원 정책을 전담할 행정 부서를 설치하라. 법에 명시된 정당한 편의지원, 코로나19 등 현안에 따른 고충 해결, 학교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고충 해결을 담당할 종합적 행정 체계를 구축하라.

둘째, 법에 명시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라. 수어통역 및 문자통역, 지원인력 및 보조공학기기 지원, 교통수단 또는 교통비 지원,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및 장애물 없는 환경 조성, 정보접근권 보장 등은 이미 각종 법령에서 국가 및 지자체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는 것들이다. 오로지 교육 관련 정책에서만 빠져 있는 정당한 편의를 관련 계획을 수립하여 신속하게 추진하라.

셋째, 학교 구성원 전반에 대한 연수를 강화하라. 교직원 대상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체험교육 위주로 진행하고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를 독려하여 장애인식 개선과 장애 감수성 제고를 위한 교육을 내실화하라. 또한, 여전히 장애인교원에 대한 연수 기회가 제한적이다. 교내에서 실시되는 연수와 특별 연수 등 각종 연수에서 장애인교원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연수 참여에 필요한 편의를 지원하라.

넷째, 업무분장, 임용·전보·전직·승진 등의 인사제도에서 실질적 평등을 실현하라. 장애인교원이 충분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인사상 장애로 인한 배제 및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인교원 당사자가 느끼는 교통편의를 고려한 발령을 보장하여 직장으로의 실질적 이동권을 보장하라.

다섯째, 장애인교원의 건강 및 장애 등에 대한 민감정보를 철저히 보호하라. 업무상 편의지원을 위한 정보 수집 시에는 절차에 따라 민감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관련법에 따라 철저히 관리하라.

전술하였듯, 학교에는 다양한 장애인 구성원이 있다. 장애인교원에 대하여 정당한 편의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학교에서 생활하는 그 어느 구성원도 장애로 인한 정당한 편의를 지원받으리라는 기대를 하기 어렵다. 2022년 현재, 대한민국 교육행정에서의 장애 관련 정책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학교에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가장 평등해야 할 학교가 장애인 차별의 온상이 되는 현실은 우리를 서글프게 한다. 사회의 차별은 학교로 옮겨가며, 학교의 차별은 다시 사회로 재생산된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장애인 혐오와 차별을 극복하는 인권 교육이 필요하며, 이러한 변화는 오로지 학교가 장애인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환경을 구축할 때만 가능하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차별철폐의 날’로 부르기도 한다. 자라나는 세대에 올바른 인식 확립과 공감 능력 개발의 책임이 우리 모두에 있다. 장애인교원도 예외가 아니며, 교육의 주체로서 이러한 노력에 힘을 보탤 것이다. 장애 차별적 학교 현장을 바꾸어나갈 수 있도록 교육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에게 관심을 촉구한다.

 

2022년 4월 20일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