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쉬지 말고 살아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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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쉬지 말고 살아 봅시다!
  • 편집부
  • 승인 2010.01.14 00:00
  • 수정 2013-02-05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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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일 / 인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교육팀장

 

 

 

스트리트 매지션으로 유명한 미국인 마술사 데이비드 블레인이 물속에 들어가서 일주일 넘게 물속에서 지내며 마무리로 '물속에서 숨 안 쉬기 세계 기록'에 도전했지만 종전의 세계기록인 8분 58초의 기록을 깨지 못하고 결국 7분 8초만에 포기하고 나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우리가 흔히 바다 속에서 오래 머무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해녀의 경우도 여름철 평균 작업시간이 약 3시간이지만 실제 조업을 위해서는 평균 1회 잠수시간이 약 35초 정도라고 한다.

 

어쨌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라도 10여분만 숨 쉬지 못한다면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임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장애인들을 인어공주와 같은 매우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는 것 같다. 마치 물속에서도 숨 쉬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로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활동보조지원사업은 지난 2007년 4월부터 신체적, 정신적 이유로 일상생활과 사회활동이 어려운 장애인들의 자립생활 실천의지를 돕고 사회참여 증진을 위해 시작되어 올해로 4년차에 접어들게 된다. 많은 장애인들이 도입 취지에 걸맞게 자립생활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에 도전하기 위해 자리를 박차고 거리로 나서고 있을 뿐 아니라 한 평생 삶의 전부를 의지해온 시설에서 조차 과감히 뛰쳐나오는 등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소망의 꽃을 피워 보기도 전에 그 가녀린 새싹을 밟고 있는 게 우리의 자화상이다. 물론 초기에는 사업내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이용실적이 다소 저조했고 장애인과 활동보조인의 의견충돌 사례들도 적지 않게 있었다. 그러나 장애인자립생활센터들을 중심으로 많은 이들이 흘린 땀의 결과로 사업의 필요성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며 너도 나도 활동보조지원서비스를 받고자 주민센터를 찾는 일이 늘어났고 급기야 당초 예산을 초과한 일부 지역의 경우 활동보조지원사업의 중단으로 인해 지역장애인들의 원성을 높이 샀고 지난해 10월말에는 보건복지가족부가 우리 인천을 포함한 8개 시 ․ 도에 신규접수를 전면 중단하라는 공문을 내려 보낸 바 있다. 지금처럼 월 1천명에 육박하는 신규 가입자들의 증가 추세를 본다면 올해는 훨씬 많은 금액이 투입되어야 함이 마땅하지만 “활동보조가 없으면 나는 죽어요. 활동보조가 없으면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갈 수 조차 없으니까요”라는 어느 장애인의 절규를 듣지 못했는지 증액이 요구된 335억마저 싹둑 잘려버렸다.

이는 애당초 예산편성 구조 자체가 장애인들의 욕구에 의해 필요한 만큼의 소요예산이 편성된 것이 아니라 일정금액에 인원을 맞추어 넣으려 했기 때문이다. 마치 훌쩍 커버린 성장기 청소년에게 신체크기와는 아무 상관없이 작년에 입던 옷보다는 조금 크니 그 마저도 감사하며 입으라는 식이나 다름없는 예산편성 원칙이다.

뿐만 아니라 장애특성을 무시한 채 활동보조서비스를 여타 사회서비스와 통합하여 민간시장에 의한 시장경쟁원리를 도입하여 상호 경쟁을 통한 질적 성장을 유도하려 한다는 이야기도,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으려면 장애등급이 적정한지를 판정하기 위한 위탁심사를 실시한다는 지침에 관한 소리도, 정부지원 단가를 시간당 7천500원에서 7천200원으로 축소하여 장애우의 자부담이 인상될 수 밖에 없다는 소식도 우리를 더욱 가슴 아프게 한다. 활동보조서비스는 자립생활을 열망하는 장애인들을 위한 최소한의 기반이며, 사람답게 가족과, 이웃과 더불어 함께 살고자 소망하는 장애인들에게 정말 호흡과 같은 존재이다. 그런 이들에게 활동보조서비스의 축소 또는 일시중단이란 곧 호흡이 멈추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장애라는 이유로 온갖 차별과 맞서 싸워 온 장애인들에게 우리는 또다시 숨 조차 쉬지 말고 살아가라고 강요하는 꼴이다. 과연 어느 누가 호흡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인간은 경험의 동물이라는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이렇게 외치고 싶다. 활동보조서비스 정책관계자 여러분! 우리 다 같이 숨 쉬지 말고 살아 봅시다.’ 그러면 좀 세상이 달라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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