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시선) 차기 정부, ‘편의시설 설치의무 면적기준’ 폐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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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시선) 차기 정부, ‘편의시설 설치의무 면적기준’ 폐지해야
  • 이재상 기자
  • 승인 2022.02.17 09:47
  • 수정 2022-02-17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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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는 300제곱미터 이하 소규모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등 소매점에 장애인 접근·이용을 위해 경사로 등 편의시설을 설치하라는 적극적 조치 명령을 내려야 한다며 장애인차별금지연대 등이 GS리테일 등 3개 기업과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차별구제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장애인 등 편의증진법 시행령’은 장애인 등이 모든 생활영역에 접근할 권리를 보장하도록 한 법률의 위임 범위를 일탈했고, 장애인의 행복추구권과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했으며 평등원칙에 반해 무효”임을 판결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편의시설 설치의무 면적기준’을 300제곱미터에서 50제곱미터로만 낮추는 기만적인 ‘장애인 등 편의증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자 장애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50제곱미터(약 15평) 이상 편의점은 전체의 20%에 불과해 여전히 80%의 편의점은 계단 한두 개 때문에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접근조차 불가능하다. 장애계는 “면적 제한이 있는 한 소규모 시설을 이용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입법 철회를 요구해왔지만 현재까지 동법 시행령 개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과감하게 바닥면적 기준을 폐지 못 하는 이유는, 음식점과 편의점 등을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이 계단이란 장벽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장애인의 권리인 반면 소상공인 입장에선 규제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면적 기준이 없는 미국의 경우 장애인 접근 세액공제(Disabled Access Credit), 건축교통장벽 제거 소득공제(Architectural and Transportation Barrier Removal Deduction)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지난 2014년 일반논평(가이드라인) 제2호, 2018년 일반논평 제6호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접근성 최소기준’의 미이행을 차별행위로 간주하고 ‘합리성’이 불균등하거나 과도한 부담을 의미하는 편의제공의 면책 조항은 될 수 없다.”면서 “목적과 수단의 비례성을 고려해 장애인에게 편의를 제공했을 때 불편이 바로 해소되는 ‘효과성’이 있다면 아무리 부담이 과도해도 무조건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정부에서 바닥면적 기준 제한의 시행령 개정은 시간상 불가능하다. 차기 정부는 과도한 부담이란 핑계를 대지 말고 세계 어느 나라도 없는 건물 규모나 면적에 대해 편의시설 의무를 면제하는 조항을 폐지해야 할 것이다.

이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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