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 위한 네 가지 필요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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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 위한 네 가지 필요조건
  • 편집부
  • 승인 2022.02.08 09:22
  • 수정 2022-02-08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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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연/피플퍼스트성북센터 센터장

안녕하세요. 저는 피플퍼스트성북센터 활동가 송지연입니다.

피플퍼스트성북센터는 작년 8월에 문을 열고 발달장애인 권리를 위해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센터에서 일하기 전에 장애인권강사 활동을 하면서 성인발달장애인 대상으로 참정권 교육을 한 적이 있습니다. 강의를 진행하며 “나라에서 하는 선거 해보았나요?” 물어보았습니다. 당사자들은 “모르겠는데요” “그게 뭐예요” “모르겠는데”라고 대답했습니다. 많은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혼자서 선거에 참여하지 못하기도 하고, 선거 자체를 모르거나 관심이 없을 수 있습니다. 또한, 저는 여러 번 강의하면서 모의투표를 해보았습니다. 모의투표는 실제 선거하는 것처럼 해보는 것인데, 당사자들이 모의투표를 하면서 선거를 이해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지난 1월 18일에 열린 ‘발달장애인의 공직선거에 대한 정보 접근권 보장을 위한 차별구제청구소송 기자회견’에서 피플퍼스트성북센터는 퍼포먼스를 했습니다. 퍼포먼스는 이런 내용입니다. 선거 날이 되어 발달장애인이 투표소에 가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투표소 앞에 선관위가 가로막아 서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이 “왜 투표 못 하게 하나요?” 묻는데, 선관위는 “발달장애인이 뭘 안다고 투표하냐!”, “발달장애인은 선거할 수 없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렇게 발달장애인과 선관위가 다투는데, ‘공적 조력인’ ‘알기 쉬운 공보물’ ‘그림투표용지’라고 쓰인 띠를 몸에 두르고, 가면을 쓴 3명의 히어로가 발달장애인을 도와줍니다. 선관위를 끌어내고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공적 조력인’, ‘알기 쉬운 공보물’, ‘그림투표용지’ 히어로가 같이 기뻐하면서 구호를 외칩니다. “발달장애인도 시민이다! 참정권을 보장하라!”

맞습니다. 발달장애인이 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공적 조력인’, ‘알기 쉬운 공보물’, ‘그림투표용지’, ‘모의투표’ 이 4가지입니다. 이 4가지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겠습니다.

첫째, ‘알기 쉬운 공보물’

선거 일주일 전에 집 집마다 선거에 나온 후보들에 대한 정보와 투표안내가 담긴 공보물이 옵니다. 그 공보물을 보면 어려운 말이 적혀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은 어려운 말이나 어려운 단어로 하면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알기 쉬운 말이나 문장, 설명을 돕는 그림이 있는 쉬운 공보물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둘째, 그림투표용지

발달장애인 당사자 중에서 글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 글로만 정보가 되었을 때 기억하기 힘든 사람도 있습니다. 발달장애인뿐만 아니라 글자를 읽기 어려운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투표용지에 후보자 얼굴이나 소속된 당의 로고가 나와 있으면 글을 모르는 사람도 얼마든지 쉽게 투표할 수가 있습니다.

셋째, 공적 조력인

투표할 때 몸이 불편해 도장 찍는 게 어려운 사람에게만 공적 조력인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발달장애인은 몸이 꼭 불편하지 않더라도 투표 방법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 낯선 공간에 들어가기 어려운 사람이 있습니다. 그럴 때 옆에서 누군가 생각을 강요하지 않고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공적 조력인이 있으면 많은 발달장애인들이 안정감 있게 투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넷째, 모의투표

실전처럼 투표소 환경을 만들어 연습하는 것이 모의투표입니다. 실제 경험을 해본다면, 발달장애인도 말로만 설명을 듣는 것보다 잘 기억하고 진짜 선거에 잘 참여할 수 있습니다.

발달장애인도 사람입니다. 국민입니다. 투표할 권리가, 정치에 참여할 권리가 있습니다. ‘공적 조력인’, ‘알기 쉬운 공보물’, ‘그림투표용지’, ‘모의투표’ 이 네 가지가 보장된다면 얼마든지 많은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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