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휠체어에 우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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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휠체어에 우산을!!
  • 안승준
  • 승인 2022.01.2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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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준 / 시각장애인 칼럼니스트

유튜브 촬영을 하면서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유튜버 버럭 중사님과 만나는 일이 많아졌다. 휠체어에 대해 대략적으로는 알고 있긴 했지만 그건 말 그대로 대략적인 것들일 뿐이다. 특히 중사님처럼 팔, 다리의 사용이 제한적인 분들이 사용하시는 특수 전동휠체어에 대해서는 그나마도 아는 게 거의 없다. 중사님과 만남이 잦아지고 그 시간이 길어지면서 알게 되는 그 녀석의 정보들은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의 연속이었다.

새 제품을 기준으로 볼 때 휠체어의 가격은 3천만 원을 훌쩍 넘는다. 조이스틱이 손을 조작할 수 없기 때문에 머리 뒤에 장착한 500만 원대의 헤드 컨트롤러를 이용해서 방향과 속도를 조절한다. 100A 안팎의 배터리는 온종일을 달려도 끄떡없을 정도의 충전성능을 가지고 있고 가벼운 턱 정도는 넘어갈 수 있는 출력도 가지고 있다. 틸팅 기능은 한 자세로 고정된 중증장애인의 욕창을 예방해주고 엘리베이팅 기능으로 서 있는 사람의 키만큼 앉은키를 높일 수도 있다. 이 정도 이야기하면 최첨단의 보장구라고 감탄을 내뱉을 수 있지만 난, 이 기계에 대해 아쉬운 점이 너무 많다.

헤드 컨트롤러는 별도의 잠금장치 같은 것이 없어서 사전 지식 없는 누군가가 기대거나 밀어주려 하다가 건드리게 되면 급발진이 되는 것을 탑승자가 제어할 수 없다. 무게는 탑승자의 체중을 제외하더라도 200kg이 넘기 때문에 힘센 청년 몇 명이 모이더라도 들어서 옮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고 튼튼하지 않은 경사로는 그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부서지기도 한다. 수동 휠체어에 비해 너비도 넓은 편이어서 출입문의 폭이 좁은 엘리베이터나 상점 출입구는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배터리 절약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능인지는 모르겠으나 30분 정도 움직임이 없으면 휠체어는 스스로 전원을 꺼버리는데 손을 사용할 수 없는 중사님은 그때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다시 이 기계의 전원을 켤 수가 없다. 첨단 센서가 여기저기 부착되어 있을 것만 같은 기계이지만 중사님은 혼자서 엘리베이터를 탈 때 버튼을 누르거나 문을 열 수 있게 도와주는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 같은 건 하나도 붙어 있지 않다.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지만 원래의 목적이 활동이 불편한 장애인의 이동을 도우려는 목적이었다는 점과 승용차 한 대 가격은 족히 될 만큼의 지불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당연히 있어야 할 기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목을 뒤로 돌리기 어려운 장애인들의 특성을 고려해 부착한 블랙박스와 후방카메라도 하루종일 휠체어에 앉아있을 상황을 생각해 장착된 워터백과 발대도 기본 기능이 아닌 중사님 자신의 개조임을 알았을 때는 휠체어 제작업체의 생각 속에 실지 사용할 사람들의 생활패턴이 들어있기는 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겨울에도 여름에도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장애인들도 외출하지만, 3천만 원짜리 작은 전동차에는 그 흔한 온열 장치, 냉방자치 하나도 없다.

보급형 자동차나 오토바이에까지 그런 것들이 달려 있는 것을 생각하면 돈 더 주고 옵션이라도 장착할 수 없다는 것은 아쉬움을 넘어 화가 나는 부분이다. 작은 턱 정도는 넘어갈 수 있다고 하긴 했지만 그건 정말 아주 작디작은 턱인 경우고 비포장 길이라도 지나가려면 사지 마비 장애인의 통감이 다시 깨어날 정도로 온전히 그 충격은 몸 전체에 전달된다.

며칠 전 촬영이 끝날 무렵 예보에 없던 비가 쏟아졌다. 가방에서 작은 우산 하나를 꺼내면서 중사님에게도 주고 싶었지만 그런 걸 쓰고 가게 할 방법은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비를 맞고 가거나 안 움직이거나의 두 가지밖에 없었다. 뿅! 하면 나오는 가제트 우산까지는 아니더라도 우산 걸쳐 놓을 수 있는 꽂이 하나 정도 만들려는 생각은 왜 못하는 것일까 하는 진한 아쉬움이 들었다. 자동차엔 냉장고며 안마기까지 달려 나오는 세상에 눈 오는 날, 비 오는 날, 바람 부는 날, 더운 날, 추운 날,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시사철 타고 다녀야 하는 이동기기엔 움직이는 기능 이외에 아무 편의 기능도 없다. 최첨단의 기기는 아니더라도 비 피하고 눈 미끄러지지 않는 정도의 장치는 있었으면 좋겠다. 시리도록 추운 날 녹아내릴 듯이 더운 날에도 조금은 쾌적하게 이동할 수 있는 온도조절 장치 정도는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음성이나 센서로 엘리베이터 문 정도는 열 수 있고 어두운 밤에 앞길 비춰주는 라이트 하나 정도는 달아주었으면 좋겠다.

불편한 몸 주기적으로 주물러 주는 안마기까지 달리면 더 바랄 것 없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도 울퉁불퉁한 길 다닐 때 충격이라도 흡수되는 쿠션 시트 정도는 붙여주면 좋겠다. 조금 높은 턱도 넘어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고 일일이 휠체어를 대보지 않아도 지날 수 있는 폭인지 아닌지 정도는 체크할 수 있는 센서 하나 정도 달아주면 좋겠다. 배터리 절약도 좋지만 꺼진 휠체어는 적어도 주인이 다시 켤 수 있게 만들어 줘야 하지 않겠는가? 스포츠카는 안 되더라고 개인의 취향에 맞게 색이나 액세서리 정도는 고를 수 있는 옵션이 있으면 좋겠다.

실내 전용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추적추적 비 맞으면서 귀가하는 중사님의 뒷모습에 아무렇지 않은 듯 인사를 건네고 보내드리는 마음이 좋지 않다. 이동이 불편한 분들을 어떻게든 움직일 방법을 만들어 준 휠체어 제작 회사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이제는 단순히 움직이는 것을 넘어서 조금은 쾌적하게 다닐 수 있는 편의 기능에도 신경을 써 주기를 또 한 번 부탁드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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