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의 일상성과 장애인의 자립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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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의 일상성과 장애인의 자립생활
  • 권정호
  • 승인 2022.01.12 10:29
  • 수정 2022-01-12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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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호/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어려움이 시작된 지 벌써 2년을 넘어 3년째 접어든다. 처음에는 철통같은 방역과 통제로 코로나를 차단하고 이겨나갈 듯 보였지만 이내 곧 새로운 변이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는 강화되곤 했다. 이제 코로나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달라져야 하지 않나 싶다. 코로나를 퇴치할 수 있는 박테리아와 같은 질병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속의 일상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소위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를 맞이할 태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코로나뿐만이 아니다. 미세먼지, 지진, 홍수에 폭염과 폭한 등 인간사회의 발전에 따른 재난은 이제 상시적이고 일상적인 삶의 요소가 되어버렸다. 이러한 재난의 일상성 속에서 장애인복지는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까.

장애인복지의 역사를 보면 장애를 사회적 일탈이나 치료의 대상으로 보던 전근대적 관점은 사회통합과 자립생활을 지향하는 정책관으로 변화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이 삶의 곳곳에 정착되기에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고 지금까지보다 더 많은 노력이 경주되어야 할 것이다, 다행인 것은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장애인복지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는, 장애인의 인권을 사회적으로 구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러한 인권의 실현이 살아가는 지역사회 안에서 구축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생각의 최종적인 종착점이 바로 장애인의 자립생활이다.

장애는 사회적 삶의 발전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할 수 없는 역기능의 하나로 이해되고 있으며, 따라서 장애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이는 장애인의 인권을 앞세운 인권적 관점과도 좀 다른 입장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인간관계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는 자동차를 개발하고 이용한다. 그리고 자동차를 타고 빠르게 더 먼 거리를 다닐 수 있는 생활범위의 확대를 당연한 삶의 방식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자동차의 이용은 교통사고로 인한 장애의 발생을 내포하고 있다. 모든 기술의 발전은 기술발전으로 인한 사고와 환경오염의 역기능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을 장애의 일상성이라고 할 수 있다.

재난의 일상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코로나가 인간의 사회적 삶의 과정에서 발생한 사회재난이며, 따라서 이러한 사회재난에 대해서는 국가사회가 책임을 지고 위험과 피해를 경감시킬 의무가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재난에 대한 대응에서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에 대한 정책 우선권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이다. 정부는 사회재난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의 생활을 다각적인 측면에서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현실적으로 실현시켜야 한다.

지금까지 코로나19 시대의 장애인복지가 포스트 코로나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면 이제는 위드코로나 시대의 장애인복지, 재난과 장애의 일상성을 전제로 장애인복지가 어떻게 추진되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단계에 왔다.

뒤르켕의 일탈의 일상화 개념과 무지의 베일에 싸인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베일에 싸여 공정으로 향하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기반에 둔다면, 위드코로나 시대의 장애인복지는 언제나 가능한 사회재난 상황에서 누구나 장애의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인권개념을 넘어선 자립생활 모델과 커뮤니티 케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립생활 모델은 장애인의 인권을 확립해야 한다는 기반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주체적 삶을 영위하기 위해 다각적이고 다차원적인 장애인복지를 실현해야 한다는 생각을 말한다.

인권을 바탕으로 추진되었던 탈시설화와 거버넌스를 매개로 한 커뮤니티 케어 정책이 진정으로 장애인을 위한 현실적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장애인복지의 궁극의 목표이자 실현방법으로서 자립생활 모델의 구체적 도입이 이루어져야 한다.

자립생활 모델은 활동보조인을 파견하고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차원을 넘어선 지역사회 장애인운동으로 모두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지역사회 만들기 운동으로 나아가야 하며, 이러한 과정에서 장애인에게 생활 속의 행복을 찾아주는 노력이 다각적으로 추구되어야 한다. 장애인의 지역사회 삶을 위한 거주복지의 실현이나 휠체어에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사회적 환경과 여건의 마련까지를 염두에 두고 위드코로나 시대 장애인복지를 기본에서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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