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추위에 방치되는 장애인 ‘돌봄공백’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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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추위에 방치되는 장애인 ‘돌봄공백’ 없어야
  • 편집부
  • 승인 2022.01.12 10:20
  • 수정 2022-01-1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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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을 하루 앞둔 지난 12월 24일 인천 계양구 한 주택가 골목에서 속옷만 입은 채 추위에 떨고 있던 20대 1급 지적장애인이 경찰에 의해 구조됐다는 소식이 지상파 방송 전파를 타면서 안타까움을 넘어 지난(持難)한 장애인 돌봄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 홀로 아들을 챙겨 온 60대 아버지는 연락이 닿지 않아 출동한 경찰이 강제로 문을 따고 확인한 결과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주민들은 경찰 조사에서 평소 지병을 앓던 아버지가 지난봄 갑자기 쓰러진 적이 있었고, 최근 일주일간 자택 건물 1층에서 운영하던 슈퍼를 열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봐서 장애아들은 아버지가 사망한 후 수일간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방치된 것으로 보인다. 부모들이 ‘장애아보다 하루만 더 살다 가고 싶’은 이유다.

이처럼 우리 사회 장애인 돌봄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특히, 돌봄 취약성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2년간 서울서만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 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와 복지기관들이 폐쇄되거나 운영을 축소함에 따라 장애인 돌봄 부담이 가중되면서 고립감이 이들을 죽음의 길로 재촉했다는 것이다. 장애인 가족들이 코로나19 이후 각종 지원이 줄면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주 돌봄자의 심리적 우울지수는 비장애인 가족의 4배 이상이라고 한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경우 일상생활이 어려워 성인이 되어도 평생 돌봄이 필요해 부모나 가족의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2020년 6월 광주에서 발달장애인 모자가 비극적 선택을 한 이후 지난해 3월 광주광역시가 전국 최초로 최중증발달장애인을 24시간 연중무휴 보살피며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문을 연 최중증발달장애인융합돌봄센터가 올해부터 보건복지부 시범사업으로 운영된다니 기대가 된다. 전국 모델로 인정돼 정부가 직접 챙긴다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최중증발달장애인융합돌봄센터는 자해나 남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와 같은 도전적 행동 때문에 시설·서비스 이용에서 소외된 최중증발달장애인에게 1대1 전문인력을 연결해 도전적 행동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주·야간 프로그램과 돌봄을 제공한다고 한다. 경조사, 입원 등 보호자 부재 시 긴급돌봄서비스도 한다니 전국 도입을 서둘렀으면 한다.

장애계는 줄곧 ‘발달장애인국가책임제’를 요구해 왔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요구하는 ‘발달장애인국가책임제’는 우리 사회에 발달장애인도 국민으로 인정해 달라는 기본권적인 요구이자 시대적 요구이다. 나아가, 발달장애인만이 아니라 모든 유형의 장애인에 대한 국가책임제 도입이 필요한 시대적 상황을 맞았다. 이미, 우리 사회는 코로나19 재난상황을 겪으며, 코로나 이후의 사회는 노인, 장애인, 영유아, 아동, 환자 등을 위한 ‘돌봄 중심 사회’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가 ‘돌봄 공공성 강화’와 함께 좋은 돌봄을 받을 권리와 돌봄을 할 권리를 명시한 ‘돌봄기본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부디, 부모를 잃고 추위에 방치되는 장애인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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