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놀 수 있는 것보다 더 좋은 장애인복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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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놀 수 있는 것보다 더 좋은 장애인복지는 없다
  • 편집부
  • 승인 2021.12.1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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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목사/걱정은행 작가, 칼럼니스트

지난 2007년 겨울 미국 아이다호에 있는 대학 축제에 참여한 적이 있다. 우연한 기회에 학생들이 연출한 연극에 단역으로 서게 되었는데, 필자가 직접 무대에 섰던 그 연극보다 같은 날 탭댄스를 추었던 장애인 친구의 공연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일상을 공유하며 친구가 될 수 있는 축제 분위기가 내심 부러웠기 때문이다.

최근 ‘놀 권리’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놀 권리’는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1조에 명시된 모든 아동에게 주어진 권리이다. 아동이 아니었던 사람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사람이라면 마음껏 놀고 편안히 쉴 수 있는 안전한 울타리에서 행복하게 성장할 경험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의 장애인들은 아동뿐 아니라 노인까지도 ‘놀 권리’를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 등에 장애인놀이터와 무장애 통합놀이공원 등을 조성하였지만 이러한 시설들도 특정 지역에만 편중돼 있어서 접근성과 효용성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여전히 안고 있다.

장애아동들의 ‘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장애유형과 특성을 고려한 세부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하며, 현장 상황에 맞는 장애인복지법 개정 등의 제도적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친근한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인식개선 노력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달 23일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팀장 홍유미)에서는 시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하는 롯데월드 나들이 행사가 있었다. 시청각장애인과 함께 놀이기구를 타며 서로 친구가 되는 프로그램이다. 시청각장애인 17명과 비장애인 23명으로 구성된 이 행사에서는 시청각장애인에 관한 전문적인 이해가 있는 촉수화 통역사와 사회복지사뿐 아니라 20대 청년세대가 주축이 된 밀알복지재단 캠페인사업부 직원들도 함께 했다. 장애인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도 중요하지만 시청각장애인들과 함께 손잡고 놀 수 있는 열린 마음이 있다면 누구나 장애인의 친구가 될 수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친구가 되어 함께 살아가는 것은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일방적으로 배려하는 사회를 뜻하지는 않는다. 친구란 서로가 서로를 돕는, 본질적으로 동등한 관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친구가 되지 못하고 구분짓기 했을 때, 그 왜곡된 인식으로부터 폭력의 역사가 되풀이되었다. 나치 정권을 수립한 히틀러의 홀로코스트 시작이 장애인 구분짓기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서로에 대한 차이를 인정하되 사람은 누구나 태생적이나 환경적 차이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보편적 특성들로 인한 동질성이 더 많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장애인이 뜻하지 않는 사고 등으로 장기적으로 혹은 영구적으로 신체적 도움이 필요하게 된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며 그 상태 그대로 우리라는 공동체의 일부이다.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의 견해처럼 사람은 누구나 공동체와 나누어질 수 없는 존재이다. 하나의 공동체에서 그 일부만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거나 아동시절부터 응당 받아야 할 ‘놀 권리’를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야 하는 사회적 문제이다. 사람이 사람을 구분짓기 하다 보면 결국 혼자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사람 위에 사람이 없다는 상식적이고 성숙한 공동체 의식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가는 ‘함께 놀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우리 모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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