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제2염전노예사건', 근본적인 해결 없이는 제3, 제4의 사건만 양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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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제2염전노예사건', 근본적인 해결 없이는 제3, 제4의 사건만 양산할 뿐이다
  • 편집부
  • 승인 2021.11.22 17:35
  • 수정 2021-12-0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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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염전노예사건', 근본적인 해결 없이는 

제3, 제4의 사건만 양산할 뿐이다

   제2 염전노예사건으로 불리우고 있는 신안군 염전노동자 노동착취사건의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이미 2014년에도 근로자에 대한 노동착취로 실형을 살고 나온 사건 가해자는 경찰에 입건되어 피의자 신분이 되었으며, 경찰과 신안군, 고용노동부 등은 민관 합동조사를 벌인다, 인권조례를 제정한다, 삼진아웃제도를 실시한다는 등 부산하다.

 

그러나 우리는 2014년 염전노예사건 당시 상황을 똑똑히 기억한다. 당시에도 전수조사, 조례제정, 인권침해염전 등록취소 등 마치 복사라도 한 듯 지금과 똑같은 대책을 내 놓았었지만, 같은 해인 2014년에 염전에 들어간 피해자는 7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한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오히려 사건 가해자는 관리 감독을 피하고자 임금을 넣었다 빼고, 생활비를 부풀려 임금에서 제하고, 신용카드를 마음대로 쓰는 등 착취의 수단만 진화했을 뿐, 내놓았던 그 어떤 대책도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사건 적발만 더욱 어려워졌음은 피해자의 지난 세월이 증명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이 비단 피해자 한 명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2014년 당시에도 ‘일부에 국한된 문제다’, ‘근로관계가 아닌 돌봐주는 관계다’, ‘오히려 손해 본 것이 많다’는 등 가해자와 가해자의 편에 선 사람들은 주장했고, 갈 곳 없는 피해자들은 일한 돈도 못 받고 쫓겨날까 봐 진술을 꺼려했지만, ‘현대판 노예’는 법원마저도 ‘지역의 관행’으로 인정할 정도로 지역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악습이었다.

 

지금도 남아 있는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두려워서, 피해 사실을 잘 몰라서, 돈도 못 받고 쫓겨날까 두려워서 조사를 꺼려하며 입을 다물고 있다. 한층 교묘해진 착취의 수단 때문에 수박 겉핥기식 조사로는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며, 피해자를 찾지 못한다면 내놓은 대책들도 아무 쓸모가 없다.

 

우리는 형식적인 조사와 임시방편의 단편적인 대책이 결코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분명히 말하고자 한다. 사건의 근본 원인을 정확히 짚고 낡은 제도와 관행, 인식을 뜯어 고치지 않는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제3, 제4의 염전노예 사건이 또다시 반복될 것이고, 지역 이미지 하락과 소금산업의 타격을 걱정하는 신안군도, 부실한 수사와 대응이 국가배상청구소송을 통해 밝혀졌던 경찰과 노동부도 또다시 국민 앞에 서야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의 한 사람인 염전 종사자들의 여전히 버려진 채 착취당하며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는 국가와 공동체 모두의 문제이다. 모두를 위해 이 비극을 정말로 끝내야 할 때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전면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해 왔으며, 이런 요구가 이번이 마지막이길 염원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 번째, 유엔 인신매매의정서에 부합하는 인신매매처벌특례법을 제정해야 한다. 특례법을 통해 염전노예사건과 같은 노동 인신매매를 엄중 처벌해야 하며, 특히 염전으로 유입되는 연결고리인 직업소개소를 엄단하고, 선불금 명목으로 빚을 지워 속박하는 인신매매수법인 ‘채무노예’행태를 인신매매로 처벌해야 한다. 그리고 경찰청에 인신매매범죄 특별수사대를 두는 등 인신매매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두 번째, 노동착취사건 대응체계를 전면 개혁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고용노동부와 경찰로 이원화 되어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만 몰두하는 노동착취 사건 대응체계와 특히, 노동부의 무능력, 무의지를 지적하며 노동착취 사건 대응체계를 경찰로 일원화 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단순 임금 미지급이 아닌, 착취와 기만, 사기, 자유의 제약, 폭력 등이 수반되는 노동착취는 종합적인 수사를 펼칠 수 있는 경찰이 담당해야 한다.

 

세 번째, 실태조사를 실효성 있게 해야 한다. 2014년 당시에도 경찰과 자치단체, 노동부 등은 합동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실제 적발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형식적으로 훑고 지나가는 식의 전수조사는 시간 낭비와 생색내기일 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단순 임금 지급 여부뿐만 아니라 실제로 임금이 제대로 지급됐는지, 사기나 명의도용 등 다른 피해는 없는지 등을 심층적으로 조사해야 하며, 이벤트 성 조사가 아니라 상시적인 모니터링이 이뤄져야 한다.

 

네 번째, 피해자들을 지원해야 한다. 2014년 당시 피해자들은 등록된 장애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쉼터, 법률지원, 의료적·심리적 지원, 주거·생계비 지원 등 체계적인 지원을 받지 못했으며, 염전을 나와봐야 갈 곳도 도움 주는 곳도 없으니 염전에 머물거나 심지어 다시 돌아가는 일이 벌어진 바 있다. 또 다시 과거의 무책임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피해자들을 내실 있게 지원하여 지역사회에 자립·정착할 수 있도록 국가와 자치단체가 책임지고 피해자들을 지원해야 한다.

 

 

2021. 11. 22.

 

공익법센터 어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두레방, 사단법인 온율,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 전국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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