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폐지 논의를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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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폐지 논의를 시작할 때다
  • 편집부
  • 승인 2021.10.21 09:39
  • 수정 2021-10-2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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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정/인천시사회서비스원 정책연구실 연구위원

2021년 9월 28일 청와대에서는 10월부터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도입 후 20년 하고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늦었기는 하지만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공부조이면서 표면적으로는 빈곤에 대한 패러다임을 전환시켰다는 의미를 지닌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전신인 생활보호제도는 근로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는 사람, 즉, 18세 미만 아동,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등이 주 대상이었다. 당시에 생활보호제도는 급여신청을 하러 갈 때 불쌍해 보이면 보일수록 급여액이 올라간다는 말이 떠돌 만큼 제도가 체계적이지 않았다.

한편, 사회복지정책론을 강의하면서 학생들에게 생활보호제도에 관해 물어보면 해당 제도를 모르는 학생들도 ‘영세민’이라는 단어는 들어봤다고 한다. 영세민은 소득세나 재산세를 낼 만큼의 소득이나 재산이 없는 가난한 사람이라는 의미와 함께 비아냥이 담겨있다. 이처럼, 당시 가난한 사람에게 모욕감을 줌으로써 스스로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라는 의미도 담겨있다. 즉, 빈곤의 원인을 게으르고, 무능한 개인에게 있다고 보는 시각이다.

이에 반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과거 ‘자격 있는 빈민’뿐만이 아니라 근로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도 소득인정액이 빈곤선 밑에 있다면 누구나 국가를 상대로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법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는 빈곤의 원인을 개인이 아니라 1997년 국가가 부도 위기에 처하면서 수 많은 가장들이 실업자로 전락하고, 약 3,000여 개의 기업들이 도산하는 등 최악의 경제위기에 기인한 것임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빈민은 전통적인 빈민과 달리 향수 냄새나는 빈민이라는 용어가 유행처럼 통용되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빈곤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이들을 빈곤으로 추락시킨 정부가 생존권을 권리로 보장해야 한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부양의무자 기준과 이로 인한 부양비 산정과 추심, 추정소득 등을 통해 보장성을 약화시켰다. 한편, 부양의무자 기준은 가족관계단절법이라는 오명의 원인이 되었다.

예컨대, 수급권을 신청할 경우 20년~30년 동안 가족관계 단절 상태에 있던 호적상의 자녀들을 찾아내서 부양비를 청구한다. 어느 지자체는 부양을 거부하자 자녀 회사에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월급압류 통지를 보내는 등 생의 마지막을 가족과 함께 보내기를 희망하는 노인들에게 그 작은 소망마저도 박탈되는 사례들을 봤다.

지난 9월 28일 청와대 발 생계급여 수급자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발표가 있었다. 그러나 부양의무자 가구의 연소득이 1억을 초과하거나 재산이 9억을 초과할 경우 생계급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조건을 명시하고 있다. 즉, 완전폐지라고 할 수 없다. 여전히 가족관계 단절 조항이라는 오명을 벗기에는 부족하다.

인천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2021년 8월 ‘인천형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발표했다. 이는 부양의무자로 인한 부양비, 소득인정액 등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의해 보장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대상으로 생존권을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인천형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중앙정책의 생계급여 기준인 중위소득 30%가 아닌 40%까지 그 대상을 확대하고, 부양의무자의 부양비를 추정하여 산정하는 소득인정액이 아닌 수급권자 가구의 소득을 기준으로 소득평가액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이는 중앙정책의 부양의무자의 불완전 폐지 기준과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 부양비를 산정하거나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하여 소득인정액으로 산정하지 않기 때문에 중앙정책에 비해 보장성이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여 가족관계 단절이라는 오명과 빈곤의 책임을 여전히 개인과 그 가족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평가에 자유로울 수 없다.

인천시는 ‘인천형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시행을 통해 ‘더 많은 시민의 더 나은 기초생활보장’을 위해 사회복지 그물망을 더욱 촘촘하게 만들겠다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제는 ‘부양의무자 기준의 완전폐지’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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