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함께 향유할 수 있는 문화·예술계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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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함께 향유할 수 있는 문화·예술계를 위해
  • 편집부
  • 승인 2021.10.21 09:34
  • 수정 2021-10-21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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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정책실

시대의 흐름과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의·식·주를 충족하는 것에서 나아가 문화·예술·여행 등 여가생활에 대한 수요와 소비가 높아지고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아마도 최근 개봉해 인기몰이 중인 영화를 관람하기도 할 것이며, 유명한 작가, 화가의 작품전이나 외국 유명 박물관의 소장품들을 전시하는 특별전을 보러 가는 데에 소중한 시간을 사용하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여가생활을 모두가 동등하게 누리고 있는 것일까? 사람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5대 감각을 가지고 있다. 문화·예술 행사나 작품을 감상하는 데에는 이 5대 감각 중 시각과 청각을 주로 사용하게 된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 작품전이나 박물관의 특별전 등은 시각적인 요소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시력에 장애가 있는 시각장애인의 경우 전시회나 박물관은 방문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곳이 되어 버렸다.

종종 기사를 통해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법안 등이 발의되었다는 내용을 접할 수 있지만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장애인의 편리한 접근을 위해 편의시설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가장 많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은 문화·예술 공간의 물리적인 접근 편의만 제공되는 것으로는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문화·예술 작품을 느낄 수 없으며, 작품을 하나하나 직접 느끼고 머릿속으로 그려볼 수 있는 관람 편의의 제공이 필요한 상황이다. 예를 들자면 미술관 내 시각장애인이 방문했을 때를 대비해 현장을 해설해 줄 수 있는 현장해설사나 작품의 모양새를 만져볼 수 있는 모형, 혹은 작품 그대로를 설명해 줄 수 있는 음성해설 제공 등이다.

그나마 코로나19 이전에는 문화·예술계에서 장애의 벽을 허물기 위한 약간의 시도가 있었다. 지난 2016년에 경기도박물관에 취재차 방문했던 적이 있는데,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프랑스의 생텍쥐페리재단과 함께 전시품을 맘껏 만져볼 수 있고 전시물에 대한 설명도 점자로 제작된 ‘어린왕자 특별전’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조만간 시각장애인도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낙관했었다. 그러나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에 빠지면서 오히려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문화·예술 분야의 격차는 더욱 심화되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코로나19로 인해 문화·예술 행사의 취소나 규모의 축소가 잇따르면서 생긴 현상으로 사설 전시 등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관람 편의 제공이 의무가 아니다 보니 시각장애인을 위한 현장해설이나 음성해설 등은 전혀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전시 등의 관람을 원하는 시각장애인은 비장애인 안내인을 동반하지 않으면 관람이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전시관이나 체험 프로그램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체험이나 관광 프로그램의 경우, 모집 인원이 적을 뿐만 아니라 신청이 대부분 선착순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모집 기간 내에 신청을 하더라도 조기 마감으로 인해 참여는커녕 신청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시각장애인들은 박물관이나 미술관, 전시회와 같은 문화생활을 향유 불가능의 영역으로 치부해버리는 상황이다.

현재는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해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전시 등을 활발하게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조만간 ‘위드 코로나’ 시대가 온다면 방역 수칙의 준수하에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시도를 하게 될 것이다. ‘위드 코로나’ 시기 이후에는 정부를 비롯한 문화·예술계의 운영 주체는 문화·예술 활동의 갈증을 겪는 장애인이 없도록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장애유형별 실질적인 관람 편의 제공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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