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애인 휴대전화 사기피해 이대로 놔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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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장애인 휴대전화 사기피해 이대로 놔둘 건가
  • 편집부
  • 승인 2021.10.21 09:33
  • 수정 2021.10.21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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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상대로 휴대전화 여러 대를 개통시켜 피해를 입히는 휴대폰 개통 사기가 여전히 끊이지 않아 피해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정부 당국이 대책 마련엔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복지 할인 등록 가입자 중 3회선 이상 개통한 인원은 2020년 기준 SKT 4,010명, 2021년 5월 기준 KT 1,317명, 2021년 6월 기준 LGU+ 832명으로 총 6,159명이나 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통신사로 각기 여러 대를 개통했을 경우까지 고려한다면 그 규모는 훨씬 커질 것이란 추정이다. 장애인 한 명이 무려 21개 회선을 개통한 사례도 나왔다. 누가 봐도 비상식적인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4월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 장애인소비자피해상담센터(센터)에는 딸이 600만 원 상당의 모바일기기 개통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사례가 접수되기도 했다. 2019년 휴대폰 판매점 2곳에서 피해자인 지적장애인(25·여)이 잇따라 스마트폰 4대를 개통하고 심지어 태블릿피시와 스마트워치, 인터넷까지 가입해 벌어진 일이다. 센터에 접수된 개통 피해사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70건이 넘는다. 주로 발달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이 피해자였다. 장애인부모회와 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가 지난해 10월 특정 후견인 229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 결과 피특정 후견인 30%가 잘못된 판단으로 휴대폰 개통을 계약했으며 40%가 판매직원 권유로 자신에게 맞지 않는 요금제, 결합상품에 가입했다.

이 같은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휴대폰 판매점의 판매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얻는 구조에서 일부 판매자들이 자신의 이익에만 급급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고객이 실제로 2대 이상의 휴대폰이 정말 필요한지 확인 절차를 거치는 게 옳지만 그렇지 않고 있는 게 문제다. 그런데도 이동통신 3사는 장애인의 휴대폰 개통 피해에 대해 대리점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소비자가 휴대폰 개통 과정에서 겪는 불편함을 호소할 곳도 피해구제를 요청할 곳도 없다는 게 현실이다. 개통 철회는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해를 당하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보상을 받을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장애인과 같은 인지·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소비자도 똑같은 규정을 적용받는 게 문제다.

예전엔 발달장애인 휴대폰 개통 사기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대리인 동행을 요구해 왔었다. 그러다가 국가인권위원회가 장애인차별 행위라고 지적해 독자적인 휴대전화 가입을 막는 규정은 없어졌다. 이를 악용한 범죄가 이어질 것으로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었음에도 정부가 손 놓고 있다가 피해자를 키웠다는 책임을 면키 어렵다. 일선에선 장애인 대상 특이 가입 건에 대한 통신사 검증제도 도입, 장애인피해구제센터 설치, 제도적 보완 등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는 장애인의 소비 권리 제한보다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통신사가 책임을 지는 시스템으로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부 차원의 정확한 피해조사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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