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생활 중심의 시대 ‘장애기본소득 보장’ 의무화해야
상태바
자립생활 중심의 시대 ‘장애기본소득 보장’ 의무화해야
  • 편집부
  • 승인 2021.09.24 09:51
  • 수정 2021-09-24 09: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연희 / 인천뇌병변복지협회장

장애인의 자립이란 아직까지도 험난하고도 고달프게 시작해야 한다. 어느 도시 한 쪽에 주단기보호시설을 짓는다고 하니 집값 떨어지고 아이들이 장애인을 무서워한다는 소리에 아무 소리 못 하고 물러나야 했던 그 상황. 어쩌다 공원이라도 산책 나오면 힐끔힐끔 곁눈질하는 시선에 자신도 모르게 움츠리게 됐던 그 상황. 이러다 보니 자연스레 장애인시설은 인적이 드문 곳에 세워지고,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이 싫어 집에만 있기를 원하는 자식이 안타까워 부모는 마음 아파하며 지낸다. 20세기 들어와서도 적지 않는 일이다.

1950년대 ‘보호’ 1980년대 ‘재활’ 2000년대 ‘인권’ 2010년대 ‘자립’ 시대라고 한다. 그러면서 장애인들이 바깥으로 많이 나와 활동하게 되고 사회적 인식도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장애인 당사자이면서 단체장으로서 15년 동안 이용자들과 소통하면서 피부에 와 닿는 것들이 있다면 그 전과 크게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말로는 자립이지만 1950년의 보호시설 모델이 사회적 보호시설 모델로 등장했다는 것.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만들어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있다. 이 법에 따라 대상자가 되면 평생을 일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 등등. 부수적인 혜택들도 많다. 가구 수에 따라 중위소득 기준을 두고 퍼센트(%)를 정해 주는 것이라 웬만한 직업을 갖는 것보다 훨씬 나은 조건이다. 물가 상승에 따라 중위소득 기준도 올라간다. 이러다 보니 일할 능력이 안 되거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대상이지만 대상 중에서 장애인 부분이 더 많이 차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해서이다. 일하고 싶어도 일한 소득에 비해 국민기초수급비의 절반도 안 되는 소득이라 직업인으로 살아가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가정 방문과 병문안을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듣게 된 사연들을 말하자면, “직업을 갖고 일은 하고 싶은데 내가 받는 인건비 가지고는 의료비가 많이 들어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기초수급비를 받게 되었습니다.”, 어떤 이는 “아이한테 진정한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받는 월급에 비해 의료비와 양육비가 많이 들어 기초수급비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떤 이는 “월급이 70% 넘으면 의료비와 양육비, 주택 지원이 안 된다고 하여 기초수급비를 받으며 집에만 있다 보니 무기력해지면서 술만 마시게 됩니다.”, 어떤 이는 “부모의 무기력한 생활을 보면서 자란 아이는 무엇을 배우며 자라겠으며 사회에 나가선 어떤 대우를 받겠습니까.”, 어떤 이는 “치과치료를 받고 싶어도 비급여가 많아 오래 방치하다 보니 더 큰 문제가 되어 이젠 밥 먹기에도 힘든 상황이고”, 어떤 이는 “아이가 직장에 취직하여 급여를 받는다고 장애부모가 받는 기초수급비 일부를 걷는다고 통지서를 받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한탄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또 어떤 30대 뇌병변장애인은 충분히 일할 수 있음에도 할 일을 못 찾아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었는데 무기력해지는 생활이 싫어 한동안 봉사를 하다가 한계를 느꼈는지 봉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이후로 한 두 잔 마신 술이 생활이 되어 간경화로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생 전부를 정부가 정해놓은 틀 안에서 지원하는 정책에 화가 났었다.

아직도 이 사회는 장애인도 1인 가구 월평균 소득이 70% 넘으면 임대주택 지원도 안 되며 가구 수가 몇이든 간에 정해진 소득으로 살아야 한다. 어디가 아파도 병원 가기 두렵고, 법적으로 정해진 자부담 비율도 경제적으로 부담이 크다. 임대료, 관리비가 많게는 65%, 적게는 45% 차지하고 장애 정도에 따라 의료비 비율도 높고, 교육비가 그 뒤를 이어 하루 끼니 먹는 것도 빠듯한 상황. 이런 생활에 어느 누가 아이를 낳고 가정을 꿈꿀 수 있겠는가? 이렇듯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가는 것이 일해서 얻는 소득보다 크다 보니 세상과 점점 멀어져 가고 알코올과 친구가 되어 병들어 가도 당연히 이 길을 택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차별의 큰 이유 또한 장애인이면 누구나 인생 전부를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시점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점에서 장애인의 자립 기준을 생각해 봤다. 자립의 근본적인 방향이 장애기본소득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를 판단하며 선택의 자유를 찾고 인생의 길을 결정할 수 있는 것. 그렇다면 장애기본소득은 뭘까? 장애를 인정해주는 소득이라면, 장애는 기본으로 치료를 보장해 주어야 하는 첫 사례가 되어야 한다고. 여성장애인 출산의 고통 또한 인정해 출산장려비, 자녀양육비도 기본소득에 포함돼야 장애라는 굴레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 사회인으로 떳떳이 나올 수 있는 발판이 되는 것이라고.

이젠 사고로 인해 중도 장애인이 많아지고 자립생활을 요구하고 있는 이 시대에 장애인복지가 가야 할 방향은? 바로 장애기본소득 기준을 만들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만든 중위소득처럼 기준을 정해 의료비, 양육비만이라도 기본소득이 되어준다면 노동의 기회를 찾게 되고 그 능력에 따라 직업의 관심도도 높이게 되며 삶의 가치 또한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