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시설 ‘지원주택’ 중앙정부 차원서 검토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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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탈시설 ‘지원주택’ 중앙정부 차원서 검토해보길
  • 편집부
  • 승인 2021.09.24 09:44
  • 수정 2021-09-24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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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이유로 평생을 타인의 감시와 관리 아래 사회와 격리된 삶을 살아야 하는 장애인거주시설 정책에 대한 장애계의 탈시설 요구는 마침내 지난 8월 2일 정부의 ‘탈시설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 발표를 이끌어 냈다. 그러나 일부 장애인 부모들은 장애인을 가족이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대안 없는 탈시설 정책을 반대하고 있다. 이에 앞서 정부는 ‘탈시설’을 통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탈시설 장애인들의 주거 문제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그 대안의 하나로 ‘지원주택’ 개념이 거론되고 있다. 이미 제주시에서 2019년 12월부터 운영하고 있고 인천시가 9월 장애인 지원주택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는 등 일부 지자체가 자체 도입하고 있다. 지방정부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그런데, 9월 14일 한 공개토론회에서 공공임대주택에 돌봄 서비스를 결합해 공공 주거 개념을 바꾸자는 ‘지원주택을 통한 주거약자 지원 강화 방안’을 국토연구원에서 내놨다. ‘지원주택’은 저렴한 임대료와 더불어 돌봄 등 서비스까지 제공, 주거약자들의 복합적인 필요에 동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마련된 주택을 뜻한다. 박미선 국토연구원 주거정책연구센터장은 “저렴한 주택 공급도 필요하지만 주택만 공급해서는 노인, 장애인, 노숙자, 정신질환자 등 주거약자는 독립적 생활이 어렵다.”며 “지원주택 공급을 통해 이들의 지역사회 거주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가 말한 ‘지원주택’은 저렴하고 안정적인 주거를 우선 제공하고 그 뒤에 독립적 생활을 지원하는 ‘주거 우선원칙’이 핵심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장애계가 정부의 탈시설 정책을 믿지 못하는 이유는, 말로는 탈시설 자립 지원을 얘기하면서 실제로는 반대 정책을 펴기 때문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지난 9월 7일 의원총회에서 지적이 이를 입증한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 22억 원을 신설해 탈시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주거·돌봄·의료 등 통합서비스를 제공한다면서, 장애인거주시설 운영지원에는 올해(추경 포함 5828억 원)보다 380여억 원이 늘어난 예산을 지원한다.”고, 정부의 탈시설 의지가 없음을 꼬집었다. 장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는 장애인거주시설 신축 3곳, 증개축 5곳, 개보수 11곳, 장비보강 50곳 등에 6212억 원을 투입한다. 없다는 예산을 장애인 주택 지원에는 쓰지 않고 예산부족 타령만 하니 누가 믿겠는가.

2025년부터 20년간 지역사회 정착을 단계적으로 지원해 2041년까지 탈시설을 마무리하고, ‘거주시설 신규 설치를 금지’하겠다는 로드맵은 벌써 물 건너갔는가. 가족 돌봄부담을 걱정하며 탈시설을 반대하는 부모들이나, 찬성하는 부모들 모두 지역사회 통합돌봄 인프라 미비를 걱정하고 있다. 통계청의 2019년 장애인 주거실태 조사를 봐도 주거지원 욕구로 공공임대주랙 제공과 주택개량 개·보수 지원, 월세보조금 지원 순으로 공공임대주택 제공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장애인이 자기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자기결정권은 거주시설과 자립주택을 가르는 기준이라 하겠다. 삶의 기본인 주거 지원은 물론 주거유지 지원서비스가 포함된 ‘지원주택’ 확대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적극 검토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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