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사회 대응을 위한 시각장애인 정책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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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사회 대응을 위한 시각장애인 정책은 없는가
  • 편집부
  • 승인 2021.08.20 10:33
  • 수정 2021-09-0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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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한/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2019년 6월 장애인등급제가 폐지되면서 서비스종합조사 도구에 의한 장애인의 서비스 판정이 새로운 틀에 의해 진행되기 시작했다. 그다음 해는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일상도 비대면 언택트라는 키워드와 함께 그 전과는 다른 상황으로 변화되었다.

이와 함께 등장한 키워드는 정보접근과 소외된 일상생활의 어려움에 대한 언급이 지속적으로 진행됐다. 시각장애인의 장애특성과 문제가 코로나19의 비대면 언택트 상황에서 더더욱 상대적 괴리감을 만들었다.

코로나19의 상황과 달리 비대면 언택트는 최근 익명성이라는 화두와 함께 다른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고 지내는 문화와 함께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로 마침 관련 업계의 성장 가능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면서 현재 지역에 나가면 1인 음식점에 웬만하면 키오스크가 있고, 포장, 배달문화가 나름대로 정착되고 있다. 과거 태국이나 베트남 등에 여행을 가면 시장에서 식사를 포장해다 먹는 직장인과 커리어 우먼들의 모습이 나왔던 것과는 달리 모두 마스크를 쓰고 배달음식을 현관문을 똑똑똑 하고 두드리고는 사람이 나와보기 전에 음식 배달원은 사라지는 그런 모습이 나타났다 돌아간다.

우리의 일상은 이렇게 또다시 시각장애인 당사자를 홀로 소외되게 만든다. 활동지원서비스에는 가사와 이동에 대한 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가 포함 되어 있다. 그런데 시각장애인의 경우 여러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집안에 거주하면서 두문불출하게 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필자도 정말 필요한 병원 진료가 아니면 외출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누군가를 만나 대화하고 생각을 나누는 행동이 극히 어려운 상황들이 벌써 2년째 지속되고 있다. 모든 사회적 관계도 특별히 활동지원과 같은 사회서비스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그간 비대면으로 아름아름 도움을 구했던 여러 활동들이 사실은 부정수급으로 간주될 수 있는 활동들이 더러 있던 것이다. 특별히, 줌(Zoom)을 활용한 교육을 할 때도 도움을 주는 활동지원사나 근로지원인이 함께 있을 필요가 없다. 왜냐면 호스트를 필자가 아닌 지원사가 하고 필자는 참가하면 되는 것이다. 화면공유 등의 활동은 사전에 합의된 텍스트를 보여주고 강의만 진행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부정수급으로 간주될 수 있다. 과연 우리 사회는 얼마나 유연하게 제도를 현실에 맞게 변화시키고 있는 것 일까?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로 시작해 단계적 등급제 폐지가 2019년 6월 시도되면서 서비스종합인정조사 도구가 도입되었다. 본 조사도구는 과거 활동지원서비스 인정조사 도구보다 문항과 배점이 늘었다. 그런데 활동지원서비스 판정 시에는 대부분의 시각장애인들이 전체 15구간 중 12-14구간으로 조정되었다. 구간 간 시간 차이가 촘촘해져 상대적으로 과거보다 시간이 늘었다는 보건복지부의 이야기는 그런가 보다 할 수 있지만 과거부터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던 시각장애인 대부분이 산정특례라는 3년간 평가 시간이 유예된 채 지내고 있다. 2019년이면 2022년이 도달하면 활동지원서비스를 3년 만에 재판정 받게 되고 2019년 상황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대체로 서비스 하락이 예상된다. 현재 서비스종합인정조사 도구에 대해 우리 시각장애인들은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라는 조직을 꾸려 지속적으로 보건복지부에 민원과 요구를 지속하고 있다. 1차 고시개정위원회에서는 시각장애인 및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연구의 필요가 있고 모든 장애인을 하나의 평가 척도로 평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답변과 함께 매뉴얼을 통해 활동지원서비스의 급여시간을 조정하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지역사회에 여러 청년들이 탈시설, 탈재가를 하면서 활동지원서비스의 필요를 느낀 당사자들이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서 드는 생각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물었다. 그들은 최근의 시대를 반영하듯 줄임말로 이렇게 대답한다. “답 정 너”라고 네게 말할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뜻인데 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하고 건강보험공단에서 판정을 위해서 방문하는 분들은 인정조사 도구의 여러 질문들을 다 하지 않고 시각장애인이냐, 다 알고 있다. 또는 ADL 일상생활에서 질문하는 화장실, 식사, 홀로 진행하는 것들에 대해 묻고는 이런 활동을 시각장애인들이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지에 대해 듣기는커녕 알겠다고 하고 돌아가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다. 이미 시각장애인들은 12-14구간 정도의 급여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으로 기계적인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시각장애인들도 중증장애인인데 활동지원 등급이 1구간 나오는 사람이 10%는 되어야 하지 않나? 그러나 현재 보건복지부의 어떤 자료를 열람해도 활동지원서비스 1구간을 받는 시각장애인은 1%에도 이르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근 SNS나 인터넷을 통한 스트리밍 산업이 확장되면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 방송도 자주 접하게 된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 모자라며 시각장애인들의 다양한 문화 욕구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하다. 일상생활이 단절되었는데 문화생활이라도 원활할까 싶지만 비대면 사회는 또 다른 산업과 맞물려 풍선효과라고들 하던데 다른 분야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여러 대체 현실 프로그램이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매트릭스라는 영화를 보면서 실제 이런 세상이 올 것인가 컴퓨터 네트워크 안에 삶을 실제의 삶으로 인정하고 인류는 시험관에 갇힌 채 생활을 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이런 먼 미래가 아니어도 이미 우리 현실에는 메타버스라는 가상현실에 대한 언급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만날 수 없는 학생들의 졸업식을 메타 환경으로 제작하여 일상생활을 옮겨 놓은 시도들이 매스컴에 보도된 일이 최근에도 있었다. 우리 장애인의 삶에 이런 모습들은 언제쯤 도입이 가능하며 제도들은 얼마나 급속적으로 변화하는 사회환경에 적응하고 융통성 있게 적용되고 있는가?

보건복지부는 2021년 21세기의 변화가 빛줄기처럼 한창인 상황에서 15개의 장애유형 구분을 가진 모든 장애인을 하나의 잣대로 평가하려고 하고 있다. 서비스인정종합조사 도구로 과연 여러 다양한 장애특성을 반영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끝이 자명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간의 연구가 과연 이런 방향에 대해 언급해 본 적이 있는지 다시 한번 되묻고 싶다.

정부는 변화하는 기술과 환경 변화에서 정보 접근성에 대한 적절한 방안을 찾을 수 있다. 요즘 웬만한 애플리케이션은 구글 스토어, 앱스토어에 찾아보면 다양한 무료 앱이 있다. 전 세계가 하나의 통로 안에 서 있는 것이다. 오늘 이 상황에서 우리 시각장애인들의 불편함을 또 다른 지구 내 다른 시각장애인들도 분명히 느끼고 경험하는 것일 것이다. 본 센터에서는 8월 27일 키오스크에 대한 접근성 토론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시 내 공공·민간 키오스크를 조사하면서 시각장애 당사자의 필요를 어떻게 해소할지 찾게 되었고 미국 Freedom Scientific 사와 NFB(National Association of the Blind와 함께 메릴렌드에 맥도날드 키오스크를 시각장애인도 접근할 수 있게 제작한다는 인터넷 기사를 확인하게 되었다. 이에 그들의 사례를 듣고 우리나라의 행정과 정책에도 적용할 방안에 대해 확인해 보고자 한다. 정책의 유연성은 어떤 단체의 이야기를 듣기보다 당사자들의 필요를 확인하고 그에 대한 실제적 고민을 하는 행정가, 활동가에 의해 제기된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장애인 당사자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을 하는 행정가와 활동가들이 지속적으로 배출되기 바라며 이렇게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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