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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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것이다
  • 편집부
  • 승인 2021.08.06 09:39
  • 수정 2021-08-06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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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일/인천시시각장애인복지관 사무국장

시각장애인은 장애 특성상 독립적인 이동과 정보 접근에 상당히 취약하다. 더군다나 평생을 큰 불편함 없이 일상적인 삶을 살아오다 어느 날 갑자기 중도 실명한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참으로 청천벽력과 같은 일로서 현재 후천적인 원인으로 대다수 발생하고 있는 중도실명 시각장애인을 위해서 인천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는 기초재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이른 시일 내에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독립보행을 위한 맞춤형 개별교육과 점자를 읽고 쓸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만으로 시각장애인의 독립적인 이동과 정보 접근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정상화 이론에 근거해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시각장애인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갖춰져야 할 기본인프라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시각장애인 편의시설과 점자이다. 혼자서도 충분히 이동할 수 있도록 시각장애인 유도 블록과 음성유도기, 음향신호기 설치와 점자표지판 등이 잘 설치되어 있다 해도 상당 기간 훈련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매우 부실한 상황으로, 아니 부실을 넘어 생명을 앗아 갈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 예견되는 곳이 도처에 널려 있는 게 우리의 슬픈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 우리에게 들려 왔다. 점자업무를 주관하고 있는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지난 7월 26일 공공기관 등에서 시각장애인에게 점자 문서를 원활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 점자 문서 제공 안내서’를 국내 처음으로 발간하고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전국의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에 배포했다고 한다. 이미 2017년에 시행된 ‘점자법’ 제5조 ③에서는 ‘공공기관 등은 시각장애인이 요구하는 경우 일반 활자 문서를 동일한 내용의 점자(전자점자 포함) 문서로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 점자로 문서를 적극 요구하는 일부 시각장애인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후 해당 규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20년 12월 8일 제12조의2(공공기관 등의 점자 문서 제공 등) ① 공공기관 등은 시각장애인이 요구하는 경우에는 일반활자 문서를 동일한 내용의 점자(전자점자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 문서로 제공하여야 한다. ② 공공기관 등은 제1항에 따른 연간 점자 문서 요구 현황 및 그 제공 실적을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7조에 따라 다음 해 1월 31일까지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공개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신설하고 부칙에 ‘개정규정에 대해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를 명시함으로써 지난 6월 9일부터 개정된 ‘점자법’ 시행으로 ‘점자법’ 소관 부처인 문화관광체육부는 공공기관 등의 점자 문서가 시각장애인에게 원활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부랴부랴 안내서를 제작해서 배포하게 되었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시각장애인들이 최소한의 제대로 된 정보를 받지 못해 삶의 질이 떨어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이번에 배포한 안내서에는 점자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상식과 점자 문서 요구시 제공 방법,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점자 문서 제공 실적 공개 예시 등을 담아 점자 문서 제공 업무를 수행하는 공공기관 담당자들의 업무 이해를 높일 것으로 기대하지만 문제는 장애인을 직접 응대하는 현장 최일선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의 적극 행정이 관건이라 생각된다. 부디 이를 기획한 정책 담당자의 바람대로 공공기관 담당자들은 시각장애인들의 점자 문서 제공 요청에 대해 적절한 업무대처 능력 향상을, 시각장애인은 정보 접근성이 제고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울러 시각장애인의 생활에 대한 편의를 위해 이번에 개정된 ‘약사법’은 시각ㆍ청각장애인을 위한 의약품, 의약외품의 표시를 규정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하는 사항을 용기 또는 포장에는 점자 및 음성ㆍ수어영상변환용 코드 등 총리령으로 정하는 방법 및 기준에 따라, 첨부문서에는 음성ㆍ수어영상변환용 코드 등 총리령으로 정하는 방법 및 기준에 따라 표시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신설되었는데 비록 3년이라는 유예기간을 명시했지만 잘 준비해서 시행한다면 시각장애인의 안전 등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한몫할 것으로 생각된다. 계속해서 시각장애인 등 정보 접근에 취약한 장애인의 식품정보 접근성 확보를 위해 식품 및 식품첨가물 등에 제품명, 유통기한 등 제품 필수 정보의 점자표시 의무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식품 등의 표시ㆍ광고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도 신속히 처리되어서 우리 속담 가운데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것이다’라는 말이 맞음을 증명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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