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 이행의지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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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 이행의지 보여야
  • 편집부
  • 승인 2021.08.06 09:22
  • 수정 2021-08-06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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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계의 오랜 숙원인 탈시설과 관련, 마침내 정부가 8월 2일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확정, 발표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동안 시범사업을 거쳐 관련 법령 개정 및 인프라 구축을 통해 장애인 탈시설·자립지원 기반 여건을 조성하고, 2025년부터 20년간 매년 740여 명씩 지역사회 정착을 단계적으로 지원해 2041년까지 탈시설을 마무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탈시설 현안은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로서 탈시설 로드맵이 대통령 임기를 1년도 채 안 남은 시점에서 나온 것은 아쉬움이 크다. 무엇보다 장애계로선 시설 거주자들이 20년이란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지역사회 거주 전환이 이뤄진다는 것에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다.

로드맵에 따르면, 정부는 2022년부터 인권침해 시설부터 우선적으로 거주인 지역사회 전환 계획을 수립토록 하고, 200인 이상 2개소와 100인 이상 23개소 등 대규모 거주시설도 단계적으로 거주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거주시설 신규 설치를 금지하고, 현 거주시설은 ‘주거서비스제공기관’으로 기능을 변경해 24시간 지원이 필요한 장애인에게 전문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편의시설을 갖춘 공공임대주택 공급, 임대계약 등 주택관리, 금전관리 등 일상생활 지원 및 각종 서비스 연계 등도 이뤄진다. 지역 거주생활 전반을 종합 지원하는 주거유지서비스 개발, 장애인 일자리 확충 등 독립생활을 위한 사회적 지원도 확대한다고 하지만, 이러한 문제만 해결된다고 간단히 거주전환이 완성될 문제가 아니다.

탈시설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는 점도 해결 과제다. 지난 7월 26일 ‘전국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 부모회’ 100여 명이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탈시설과 로드맵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며, 시설이 아니면 돌봄 부담을 가족이 온전히 떠안아야 하는 현실을 토로한 것만 봐도 그렇다. 탈시설을 찬성하는 장애인부모들 역시 지역사회 통합돌봄 기반 미비와 사회인식을 우려한다. 복지부가 지난해 전국 거주시설 612곳 장애인 2만4214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 시설에서 나가고 싶다는 응답자는 33.5%인 2021명이었다. 전체 응답 가능자의 59.2%가 시설에 계속 거주하고 싶다고 했다. 시설을 ‘주거서비스제공기관’으로 기능 변경한다고 하지만 종사자들의 진로도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럼에도 탈시설은 시대적 대세임을 부정할 수 없다. 결국, 주거와 일자리 문제, 소득보전, 활동지원서비스 등 탈시설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에 앞서 시설 거주인들이 왜 가정에서 생활하거나 돌봄을 받지 못하고 시설에 입소돼야 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시설에 보내지 않더라도, 가족이 돌봄부담을 떠안지 않고 평범한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은 무엇인지, 시설에서 가능한 것이 지역사회에서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 자립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탈시설의 출발점이자 거주전환의 완성이라 하겠다. 이보다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은 장애인 당사자들의 ‘인간다운 삶’ 보장이다. 장애인과 가족들이 믿고 따를 만한, 정부의 적극적인 로드맵 이행의지와 재정지원이 없다면 탈시설 로드맵은 단지 로드맵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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