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시선) 장애인 선생님에게 직접 배우는 만큼 확실한 인식개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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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시선) 장애인 선생님에게 직접 배우는 만큼 확실한 인식개선은 없다
  • 이재상 기자
  • 승인 2021.06.24 09:58
  • 수정 2021-06-24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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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초·중·고등학교 선생님 중 가장 기억에 남은 선생님은 인천 남중학교 1학년 시절 영어 선생님인 박경훈 선생님이다. 박 선생님은 다리가 불편하셨고 당시 유명 가수의 오빠로도 알려졌다.

박 선생님은 항상 웃는 얼굴에 유머가 많으셨고 수업시간에 배웠던 영화 ‘스타 탄생’에서 주인공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불렀던 ‘Ever Green’은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팝송 중의 하나로 그 곡을 인터넷 라디오에서 들을 때마다 까까머리 검은 교복 입은 중학교 1학년 시절로 시간여행을 다녀오곤 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6월 21일 국회 본청 앞에서 교육공무원의 장애인의무고용 이행 및 교육계 장애인차별 철폐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10년 내 장애인 교육공무원 장애인의무고용률 이행을 위한 로드맵 발표’ 등을 요구했다.

2020년 시·도교육청의 평균 장애인 공무원 고용률은 2.03%로 장애인의무고용률 3.4%에 한참 미달하고 있으며 17개 교육청에서 납부한 고용부담금은 384억6천만 원으로 전체의 79%에 달하는 상황이다.

그마저도 올해 교육청의 고용부담금 납부액은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부칙 제2조 교육감의 부담금 납부에 관한 특례에 따라 50% 감면된 금액에 불과해 특례가 폐지되는 2023년부터는 부담금이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의원이 지난해 10월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국 초·중·고 장애인 교사는 4,485명으로 장애인의무고용률을 달성하려면 7,047명이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사범대학과 인천대 사범대학은 지난 3년간 한 명의 장애학생도 선발하지 않았다.

하지만 교대와 사범계 대학 등에서 배출되는 장애인 예비교원의 수는 연평균 280명뿐이라서 이들 전원이 교사가 된다고 가정하더라도 현행 의무고용률 3.4%를 충족하려면 25년이나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국립 진주교대는 지난 2018년 진주교대 특수교육대상자 수시모집 과정에서 입학관리팀 박 모 팀장은 입학사정관 A 씨에게 “장애 2급이 네 아이 선생이라고 생각해 봐. 제대로 되겠나. 중증장애인은 학부모 상담도 안 될뿐더러 학급 관리도 안 된다. 그건 안 되지”라는 장애인 비하 발언과 함께 시각장애학생의 성적을 최상위에서 최하위로 조작하라고 지시했다. A 씨가 지시에 따를 수 없다고 하자 자신이 지켜보는 앞에서 점수를 바꾸게 한 사실이 폭로됐다. 사실이 보도된 후 총장은 “중증장애학생 입시성적 조작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면서 대학 차원의 공식 사과 계획을 밝혔다.

정부가 아무리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추진하고 어릴 때부터 장애인식 개선을 위해 전문강사를 1년에 몇 번 초등학교 등에 보낸다고 해도 장애인 당사자 선생님으로부터 직접 배우고 자란 것만큼의 효과는 없을 것이다. 우리 후배들도 박경훈 선생님처럼 훌륭하고 멋진 선생님을 많이 만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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