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차별금지법 제정, 국회는 더 이상 지체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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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차별금지법 제정, 국회는 더 이상 지체 말라
  • 편집부
  • 승인 2021.06.24 09:50
  • 수정 2021-06-2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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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발의된 법안조차 제대로 심의하지 않고 있는 국회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이 6월 14일 10만 명을 넘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30일 안에 10만 명 동의를 얻은 청원을 국회에 공식 접수해 심사하도록 하는 제도로 해당 상임위는 90일 이내 심사를 마쳐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2006년 국무총리에게 차별금지법 입법을 권고하고 2020년 6월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시안을 만들어 제정 의견을 표명한 데 이어,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한 지 1년이 됐지만 국회는 꿈쩍도 안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 등 24명도 6월 16일 차별금지 관련 ‘평등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국회는 더 이상 법안 처리를 미룰 명분이 없다.

차별금지법안은 차별사유를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국적,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병력 또는 건강상태, 사회적 신분 등으로 구체화해 차별의 의미와 판단기준을 명확히 했다. 평등법안 또한 차별을 고용, 재화 용역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 공공서비스의 제공 이용 등 모든 영역에 있어서 정당한 이유 없이 어떠한 사유로도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구별·제한·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로 규정했다. 차별금지법안이나 평등법안이나 그 어떠한 조건도 차별을 정당화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음을 명문화하고 있다.

인권위가 발간한 ‘2020 국가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누가 인권침해나 차별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 52.5%가 ‘경제적 빈곤층(52.5%)’을 꼽았다. 장애인(50.1%)과 학력·학벌이 낮은 사람(28.9%), 여성(26.7%)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응답자 중 71.2%는 차별 등을 당해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 △문제가 더 심해질 것 같아서(34.3%)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24.4%)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서(15.4%) △가해자 처벌이 어려워서(10.5%) 등이 꼽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갈등, 페미니즘 혐오 등등, 우리 사회에서 평등과 차별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차별금지법이 제때 제정됐더라면 이런 사회문제는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는가.

차별금지법의 입법 시도는 17대 국회에서부터 지난 15년간 계속됐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된 채 철회되고 폐기되곤 했다. 가장 큰 이유는, 차별금지에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 등의 내용이 포함되는 것에 일부 보수 종교집단이 강하게 반발하고 덩달아서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사회적 합의’를 빌미로 번번이 외면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인권위의 조사결과,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88.5%였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서도 87.7%가 찬성했다. 국회가 또다시 ‘사회적 합의’를 핑계로 내세운다는 것은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사회적 합의이자 시대적 요구인데도 일부 종교집단과 정치권만 이를 외면하고 거부하고 있다. 국회는 연내 차별금지법 제정을 마무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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