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진정제도 실효성 확보하려면 이행법 제정-장차법 개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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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진정제도 실효성 확보하려면 이행법 제정-장차법 개정 필요
  • 이재상 기자
  • 승인 2021.06.24 09:38
  • 수정 2021-06-24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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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3월 열린 제22차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서 개인진정 및 유엔장애인위원회 직권조사 등 구제절차가 포함된 ‘UN장애인권리협약(CRPD) 선택의정서’ 비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CRPD 가입 14년 만에 선택의정서 비준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선택의정서 실효성 보장을 위한 토론회’를 6월 10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 이재상 기자

유엔 위원회 개인진정 결정,

법적 구속력 없어

이행 구체화 위한 법률 제정

피해구제절차 마련돼야

 

장차법 시행 13년간 시정명령

2건에 불과···요건 완화 필요

 

∎이동석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CRPD 선택의정서 비준 후 개인진정제도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유앤 장애인권리위원회 결정 이행을 위한 법률 및 피해 구제절차 마련과 시정명령 요건 완화와 같은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이 이뤄져야” 함을 주장했다.

‘개인진정제도’란 당사국이 가입한 국제인권조약의 권리가 침해되었음을 주장하는 진정인이 국내 권리구제절차를 모두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그 구제를 받지 못한 경우에 각 국제인권조약의 해당위원회에 진정하고, 위원회는 당사자의 주장을 심리해 해당 국가의 국제인권조약 위반 여부를 결정하고, 당사국에게 진정인을 위한 배상 및 재발방지 등의 적절한 조치와 심리의 대상이 되었던 국내법령에 대한 개정을 권고하는 제도다.

선택의정서는 개인진정과 직권조사 등 18개 조항으로 구성됐으며, 비준 후 30일이 지난 시점부터 효력이 발생되고 발효 이후의 권리침해 사건에 대해서만 개인진정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선택의정서 제2조 f항에 따라 선택의정서 발효 이전에 진정의 대상이 되는 사실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이 선택의정서 발효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는 경우에는 본안심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위원회는 협약에 규정된 권리가 당사국에 의해 심각하게 또는 조직적으로 침해된다고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접수한 경우 조사를 실시할 수 있으며, 조사결과를 논평 및 권고와 함께 당사국에 전달하고, 당사국은 조사결과와 논평 및 권고를 전달받은 후 6개월 이내에 자국의 견해를 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유엔 조약감독기구가 개인진정 사건을 심리한 뒤 내리는 ‘결정’의 법적 성격에 대해 공식적인 법적 기속력까지는 인정하지 않지만 규약의 해석을 위한 주요한 자료로서 인정하거나 상당한 설득적 권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는 것이 다수설이다.

개인진정에 따른 유엔 기구의 결정에 대한 법적 기속력을 설득적 권위를 인정하는 정도로만 보는 상황에서 이행을 구체화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개인진정 결정을 근거로 형사법상으로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민사상 국가배상법상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견해 △국제기관의 판정 결과를 재심 사유에 포함시키고, 피해자가 일일이 국가를 상대로 한 별도의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도 곧바로 피해구제를 할 수 있는 근거 법률이 제정돼야 한다는 견해 △체코의 경우처럼 개인진정 결정의 국내적 이행에 대한 조정책임을 법무부 등에 두자는 견해 등이 제안되고 있다.

이 교수는 또한 CRPD 선택의정서 비준 후 개인진정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장차법)상의 권리구제절차 개선을 제시했다.

장애인 차별에 대해 인권위 권고에 법적 강제력이 없다는 한계를 보완하고자 법무부장관이 시정을 명령할 수 있는 제도가 있으나 ‘피해 정도의 심각성’과 ‘공익성’이란 지나치게 엄격한 요건으로 인해 실제로 장차법 시행 13년간 법무부의 시정명령 집행은 ‘2010년 구미시설관리공단 뇌병변장애인 직권면직 당한 팀장 복직명령’, ‘2012년 수원역 지하상가 엘리베이터 설치 명령’ 단 2건에 불과했다.

지금까지 장차법은 7차례 개정됐지만 권리구제 방안인 시정명령제도는 단 한 차례도 개정이 이뤄진 바 없다.

 

개인진정제도 활용 위한

인권위와 장애인단체 간

협업지원 체계 마련돼야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 등

선택의정서 비준됐음에도

개인진정 활용 매우 적어

교육과 홍보 강화 필요

 

∎이용석 장애인연맹(DPI) 정책실장은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 개인진정을 위해 자신의 피해사실을 영어로 작성한 진정 접수부터 심리적격의 검토, 본안심리, 결과 전달, 사후 조치 등 복잡한 절차를 권리를 침해받은 장애인당사자 혼자서 감당해 낼 수 없으므로 개인진정제도를 활용하기 위한 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개인진정절차에 필요한 절차에 대한 정보와 의사결정 즉, ‘정신적 장애인의 대리의사결정제도인 조력의사결정제도’와 ‘진술조력제도’는 물론이고 ‘청각장애인에 대한 수어통역’ 등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러한 체계적 지원을 어디서 담당할 것인지부터 정해야 한다.

국내적 구제절차를 완료한 진정인을 발굴하고 기초 상담을 통해 진정인 적격 여부를 판단하는 곳은 현장에서 장애차별의 문제와 가장 많이 직접 경험하는 장애인단체에서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진정 내용이 개인진정의 요건을 갖추었다는 장애인단체의 판단이 완결되면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인진정을 사무적으로 지원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하며, 인권위는 개인진정에 필요한 비용 및 절차를 실질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 실장은 “개인진정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인권위와 장애인단체의 협업을 통해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법에 개인진정 지원절차를 규정하는 근거 조항을 마련해야” 함을 피력했다.

여성차별철폐협약 등 우리나라 국제인권조약 중에서 선택의정서가 비준되었음에도 개인진정제도를 활발하게 활용하는 예가 매우 적다.

그 이유는 자신의 침해당한 권리를 구제받기 위한 유엔 개인진정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며 설사 알고 있다고 해도 유엔에서 정한 절차를 개인이 하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에 선택의정서 비준 이후에는 개인진정제도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강화돼야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개인진정,

유엔의 결정례가 국가제도

바꾸는 데 중요한 힘으로 작용”

 

∎이동준 외교부 인권사회과 과장은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개인진정을 통해 받아온 유엔의 결정례가 국가제도를 바꾸는 데 중요한 힘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유권규약의 개인진정제도가 많이 활용됐다. 이 사례 중 대다수가 양심적 병역거부 건으로 한국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법정구속했다.

이 때문에 국내법으로는 죄인이 될 수밖에 없는 많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자유권규약 개인진정제도를 통해 진정서를 제출했으며,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라’는 결정례를 받았다.

결국 2018년 11월 대법원은 “대체복무를 병역에 포함하라”는 판결로 유엔 자유권위원회의 최종견해를 수용했고 국회의 병역법 개정을 통해 작년부터 대체복무제도가 시행 중이다.

CRPD 선택의정서 비준과 관련, 이 과장은 “정부는 2019년 3월 CRPD위원회에 제출한 2차, 3차 국가보고서를 통해 선택의정서 비준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선택의정서 비준절차는 법제처와 차관회의를 거쳐 국무회의 통과에 약 4개월이 소요되며 국회 동의를 거쳐 시행된다.”고 밝혔다.

 

독일, 선택의정서 모니터링 위해

한국 인권위와 같은 인권연구소서

별도의 팀 구성해 운영 중

논평·보고서 발간···향후 과제 제시

 

▪김성호 국회 입법조사처 법제사법팀 조사관은 “독일의 경우 2009년 CRPD 선택의정서에 가입했다. 이후 CRPD 선택의정서 이행 모니터링을 위해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인권연구소에서 별도의 팀을 구성해 CRPD와 관련한 보고서 발간, 장애인들로부터 들어온 질문에 대한 답변, 의미있는 사법부 판결에 대한 논평과 함께 판결문보다 두꺼운 보고서 발간을 통해 향후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며 관련 사례를 소개했다.

2019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에서 중증장애인이나 치료감호소에 수감된 장애인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법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이 있었다. 인권연구소의 모니터링 팀은 장애인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앞으로 어떤 과제가 있는지 논평과 보고서를 냈는데 거기에는 유관부서의 책임과 의무까지 명시돼 있었다.

개인진정 사례로는 독일에서 운영 중인 장애인채용지급제도의 경우 국가에서 장애인 근로자에 대해 급여의 70%를 최장 60개월 동안 지원해 주는 제도인데 그 지급요건에 신청 후 노동능력이 3년 이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는 자로 규정돼 있는 것은 영구적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며 협약 제27조 고용기회 보장의 차별금지 위반이라며 CRPD위원회에 개인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CRPD위원회는 개인진정을 수용해 2014년 개정 권고를 했고 독일정부는 2017년 개선 의사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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