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예방…생명을 위해 ‘그 한 사람’이 되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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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예방…생명을 위해 ‘그 한 사람’이 되어주세요
  • 편집부
  • 승인 2021.05.21 10:18
  • 수정 2021.05.21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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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우 / 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

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 1만3799명이 자살로 사망했다. 자살문제를 개인적 선택으로 본다면 이는 개인과 가족이 알아서 할 일이 된다. 그러나 사회적 문제로 본다면 막을 수 있는 죽음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한 정책이 필수적이다.

우리 사회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산업화를 이루었다. 이 과정에서 핵가족화 역시 심화되었고, 이제는 1인 가구가 전체 가구 중 1위를 차지하는 사회로 급속하게 변모되었다.

부모가 아프면 누가 부양해야 하나? 부모부양 책임에 대한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결과 1998년 90%에 이르는 국민은 가족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2016년 기준으로 가족이라는 응답은 30%로 감소하였고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답이 18.7%, 그리고 사회 등이라는 응답이 50%를 넘게 되었다.

이 지점에서 2016년 치매국가책임제가 대선공약으로 등장한다. 핵가족화된 산업사회에서 대가족을 대체할 사회의 역할과 안전망의 문제가 여러 영역에서 제기되고 있고 높은 자살은 우리 사회가 아직 그러한 안전망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실제 우리나라는 15년간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한해를 제외하고 1위였다. 동시에 힘들 때 도움을 요청할 사람의 숫자를 묻는 사회적 지지망 지수에서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이 높은 자살률과 무관할 수 없다.

우리보다 먼저 산업화를 겪은 나라들의 사례는 자살예방을 위한 국가와 사회적 노력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미국의 국회는 1999년 자살예방을 정책의 우선순위로 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2000년부터 국가자살예방대책이 시작되었다. 민관이 협력적으로 자살예방을 할 수 있도록 자살예방재단을 설립했고 민간도 기금을 모아 참여하고 있다. 정부의 직접 예산만 8000억 가까이 투입되고 있다.

일본의 국회도 2006년 자살예방법을 통과시켰다. 총리실에서 자살예방정책을 총괄했고, 자살로 내몰리지 않는 사회를 목표로 한다는 것을 법에 명시했다. 자살을 삶의 위기에서 비롯된 사회적 문제로 보고 이들에 대한 구조의 책임을 국가와 사회로 둔 것이다. 이후 일본의 자살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금은 복지국가의 대명사로 불리는 핀란드, 덴마크, 스웨덴 등 북유럽 3국도 1980년대 후반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30명을 넘는 수준으로 우리보다 높았다. 핀란드는 자살사망자 전수심리부검 등의 적극적인 정책을 통해 자살의 원인을 찾고 대책을 마련한 결과 절반 이상으로 자살을 줄일 수 있었다. 자살의 원인 중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위기에 빠진 국민들에게 찾아가는 보건복지 서비스를 늘려왔다.

우리나라도 2011년 국회에서 자살예방법이 제정된 후 2012년 중앙자살예방센터와 중앙심리부검센터가 설립되었고, 2016년에는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자살예방이 포함되었다.

‘보고 듣고 말하기’ 한국형 자살예방 표준교육프로그램의 수료자가 2019년 말 기준으로 130만 명에 이르는 등 생명지킴이 교육이 활성화되고 있고 지자체의 자살예방 계획이 수립되고 평가와 컨설팅도 진행되고 있다.

실제 지자체장이 관심을 가지고 자살예방 대책을 시행한 지역에서는 예외 없이 성과를 보이고 있다.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한국기자협회가 자살예방 보도 가이드라인을 함께 만들고 가이드라인 준수율을 자율적으로 높여가며 협조하고 있다.

국내 자살예방 정책은 짧은 시간에 여러 성과가 있었지만 새로운 질적 발전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교통안전의 경우와 비교하면 가야 할 길이 비교적 명확히 보인다.

1990년대 초반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1만5000명에 이르러 현재 자살사망자 수준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3000명 수준으로 감소하였다. 이러한 성과 뒤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거버넌스가 존재한다.

국회교통안전포럼이 만들어지고 법과 제도가 뒷받침되면서 교통안전은 국무총리실과 행안부에 컨트롤 타워를 두고 교통안전공단에 1800명 정도 근무하고 있으며 각 지자체와 지방경찰청에도 담당과가 설치되어 있다.

반면 자살예방의 거버넌스는 2017년 국회자살예방포럼의 설립 후 자살예방법 개정으로 출범한 자살예방정책협의회를 총리실에서 주관한다.

그러나 실제 사업을 진행하는 지자체에는 관련과는 물론 이를 온전히 담당하는 공무원조차 부재하고, 자살예방센터는 대부분 위탁을 통해 운영되어 왔으니 이런 부족한 인프라로 자살예방 정책의 실현에는 여러 어려움이 존재해 왔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4월 26일 정부는 자살예방행동계획에 따라 생명존중희망재단을 설립, 중앙자살예방센터와 중앙심리부검센터를 통합해 80명 수준의 전문인력으로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보했다.

경찰에도 생명존중담당관을 배치하는 등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민관협력으로 전국적으로 국내 자살예방이 한 단계 도약하기를 희망한다.

자살은 삶의 연속적 위기에서 발생하는 최악의 결과이다. 우리는 자살문제를 들여다보면서 고통스럽지만 보다 살 만한 사회를 만드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은 삶의 위기에 빠진 사람들이 공동체 안에서 필요할 때 도움을 받고 회복해 함께 성장하는 사회로 가는 길에 자살예방의 중요성이 있다.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고통스런 상황에서 그 옆에 마음으로 들어주고 함께 길을 찾는 단 한 사람이 있으면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 예전에 대가족이 담당했던 그 역할을 이제는 사회가, 그리고 지역사회가 가져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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